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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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퍼펙트 와이프'라는 작품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었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총 3권이 출시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는 평이 있어 읽어보게 되었다.

이전에 읽은 작품도 SF 소재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작가 본인이 '심리 스릴러'라고 했었는데 이 작품 역시 심리 스릴러 소설로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상당한 몰입감을 자랑하는 작품이었다.

표지가 작품의 배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정신병원이 연상될 정도로 새하얀 배경에 몇 안 되는 가구.

미니멀리즘을 극한으로 구현한 인테리어에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주택으로 유명 건축가인 에드워드가 직접 지은 집이다.

강박적인 성격을 지닌 에드워드는 저렴한 월세로 그 집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200개가 넘는 까다로운 규칙들을 제시하고 면접까지 봐가며 세입자를 고른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해 그 집에 살게 되는 에마와 제인이라는 두 여성의 시각으로 작품은 전개된다.

에마는 과거 시점으로, 제인은 현재 시점으로 등장하는데 두 여인 모두 디자이너인 에드워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제인이 그 집에 살게 된 시점에 이미 에마는 죽은 것으로 밝혀지는데 에마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완전하게 풀리지는 않은 상황에서 제인은 에드워드의 강박적인 규칙에 점점 불안을 느낀다.

작품은 두 여성의 서술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두 여성 모두 상처 입은 과거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데 여기에 에드워드와의 관계가 변화의 큰 축을 이룬다.

과거의 에마와 현재의 제인이 어떤 공통적인 사건을 겪는지, 또 비슷한 사건을 어떻게 다르게 경험하는지를 시간의 흐름이 교차됨에 따라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에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가는 과정에서, 또 비슷한 위험이 제인에게도 닥치게 되면서 전개가 급물살을 탄다.

이야기의 전개가 생각보다 뻔하지 않고 반전이라면 반전도 있는 결말이어서 꽤 두꺼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은 느낌이다.

서양인 특유의 쉽게 사랑에 빠지고 쿨하게 헤어지는 연애 감정이 그리 공감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히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먼저 읽었던 '퍼펙트 와이프'와 느낌이 비슷했다.

소재는 물론 다르지만 가스라이팅에 능한 남성이 등장하며 그 남성에게 이용당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 의문의 죽음이 있고 그 미스터리를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비슷함 위험을 겪게 되는 서사가 유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작품도 심리 스릴러라 하니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미 드라마로 영상화도 된 이력이 있는 작품으로(드라마의 평이 썩 좋아 보이진 않지만)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되는 작품이었다.

다른 한 작품도 조만간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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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동물병원 2 -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 공식 동물 만화 백과 쪼꼬미 동물병원 2
김강현 지음, 황정호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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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함께 하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딸아이도 아비의 수많은 특질 중 하필 알레르기 비염 같은 것까지 함께 물려받은 터라 털이 있는 동물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털이 없는 어류나 파충류, 양서류 같은 동물들은 아내가 질겁을 해서 쉽게 키울 생각을 못 하고 있다.

그런 집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몇 개월 전에 선물한 쪼꼬미 동물병원 1권은 그야말로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2권이 나오게 되어 누구보다 빠르게 아이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은 반려동물들이 총 10종이나 등장한다.

저마다 다른 사연들로 병원을 찾게 된 동물들이 수의사 선생님의 정성 어린 치료로 다시 건강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동물들마다 특성과 습관이 다른 만큼 치료법도 다양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아이가 읽는 동안 나도 옆에서 같이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앵무새의 사연이었다.

보통 집에서 키우는 새는 자유롭게 날지 못하니 불쌍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이 새는 특이하게도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우울증이 온 케이스였다.

새의 보호자가 떡집을 했었는데 그 시절에는 많은 손님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았다가 주인이 떡집을 그만두자 사람들을 보지 못해서 우울증이 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새가 우울하면 스스로 자신의 털을 뽑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로 꽤 오랜 시간 고생하고 있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털을 잃은 새를 보니 사람과 동물이 그리 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8화에는 달팽이 사연도 나오는데, 달팽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것도 신기하지만 키우던 달팽이가 아파서 병원을 찾는 것도 신기했다.

달팽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병원비가 달팽이 값보다 비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역시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쉽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1권과 마찬가지로 이번 2권 역시 딸아이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책이 온 지 한 3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매일 2번 이상은 읽는 것 같다.

동물을 직접 키우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통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것 같아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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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블러드머니 필립 K. 딕 걸작선 3
필립 K. 딕 지음, 고호관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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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소개된 저자의 책을 모두 읽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쭉 읽고 있다.

물론 한 저자의 작품이 모두 마음에 들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다른 읽을 것들은 넘쳐나는 세상인지라 쉽지 않은 도전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좌절을 겪을 뻔했다.

이상하게 진도가 잘 넘어가지지 않아서 처음으로 중간에 그만 읽을 뻔했는데 가까스로 다 읽게 된 책이다.

작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온 세상에 전쟁이 발발해(작품 내에서 전쟁의 원인은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간 쌓아온 문명이 상당히 쇠퇴해버리고 각종 돌연변이들이 출현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전쟁의 원인이 자신이라 생각하기에(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도 모호하다.) 가명을 쓰며 은둔해 살아가는 물리학자와 그를 지켜주는 한 정신과 의사, 전쟁 전부터 기형아로 살던 수리공, 자신의 몸속에 죽은 자들과 소통이 가능한 쌍둥이 형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꼬마 아이, 화성으로 가려던 로켓에 갇혀 지구를 향한 유일한 라디오 방송 DJ 노릇을 하는 우주비행사까지 짧은 글로 소개하면 도무지 연관성을 추측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전쟁과 죽음. 실수였다. 의미는 없었다.

스톡스틸 박사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력에서 어떤 적의도 느낄 수 없었다.

복수심도 뚜렷한 동기도 없었다.

그저 공허함과 완전한 차가움뿐이었다.

(pg 90)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하피라는 인물은 전쟁 이전부터 기형아로 태어난 사내로 처음에는 물건을 신기할 정도로 잘 고치는 정도의 능력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 후반부로 가면 염동력을 쓸 수 있는 것으로 등장하는데, 이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전쟁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돌연변이가 생긴 것인지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 밖에도 말하는 개나 도구를 쓰는 쥐 등 다양한 돌연변이 생물체들이 출현한다.)

여하간 이 인물의 피해 망상적 사고와 보복심리 때문에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애써 일구어 놓은 작은 사회도 다시 붕괴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일단 SF를 표방하는 작품 치고는 배경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애초에 전쟁이 왜 났는지, 돌연변이들은 왜 생기는지, 알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왜 나타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게다가 내용 전개상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될법한 인물들이 많아서 전개가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초반에서 중반 정도의 분량은 두 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몰입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계속 읽었던 이유는 인류가 대재앙을 겪은 후 어떤 행동들을 보일 수 있을지를 그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재앙 이전과 이후의 삶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타인의 가축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먹고 쥐를 잡아 생식하며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도 먹어야 산다.

식용 버섯에 대한 지식이 의학 지식 못지않게 귀중한 지식이 된다.

이전 시대를 그리워하면서도 지금 처한 환경과 가진 자원으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위로하는 유일한 즐거움은 인공위성에 혼자 갇힌 우주비행사의 라디오 방송뿐이다.

그의 방송이 곧 새로운 인류에게는 종교와도 같은 것이었는데 당연히 그도 인간이니 정해진 수명이 있고 질병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얄팍한 희망이 흔들릴 때 사람들이 얼마나 절망과 혼란에 빠질 수 있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저자의 작품 중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부터 읽어서 그런지 요즘 다소 몰입감이 떨어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계속해서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들을 접해볼 생각이다.

재미와는 별개로 읽으면 읽을수록 심오한 맛이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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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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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표백'이라는 작품을 매우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쩐 일인지 그 이후로는 작가의 작품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읽을 것을 찾아 신간 페이지를 뒤적이다 눈에 띄는 이름이 있어 책 소개를 보니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SF 단편소설집이라는 소개가 있길래 망설임 없이 읽어보게 되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표제작으로 포문을 여는데, 제목 그대로 자신이 보고자 하는 풍경을 현실 대신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개발된 사회를 그리고 있다.

물론 장치를 끄면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지만, 그 장치에 오랜 기간 적응되고 나면 무엇이 현실이고 가상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어지는 작품에서는 자신의 뇌에 자신도 모르는 신호가 입력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과학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역시 온전히 자신의 사고와 인지라고 생각했던 영역을 의심하게 된다는 점에서 앞선 표제작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어지는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이라는 작품은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한 바로 그 아이히만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픽션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삽입해 몰입도를 높인 작품이다.

이후에 수록된 '사이보그의 글쓰기'에서는 작가 자신의 현실 이야기를 삽입해 픽션으로 녹여낸다.

두 작품의 배경 시대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실제를 허구에 섞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뇌의 작동 방법에 영향을 주는 장치를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한 작품으로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는 마지막 수록작인 '데이터 시대의 사랑'을 꼽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유일한 사랑 이야기인데 러브 스토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임에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다룬 이 작품에서는 인간 행동에 대한 빅데이터가 개인의 인생 궤적을 꽤나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시대를 그려내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 역시 그 예측 대상이어서 누구와 누가 만나면 대충 몇 년 정도 관계가 이어질지, 어떤 이유로 헤어지게 될지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유진은 인간 삶의 기본 조건에 불확실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 중략 -

어쩌면 불확실성은 그런 조건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미래가 어떨지 몰라야

사랑하고 모험하고 발견하고 결단할 수 있다.

'데이터 시대의 사랑' 中



하지만 작가는 그런 사회일수록 불확실성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함께 수록된 '아스타틴'이라는 작품에서는 아무리 같은 DNA와 동일한 정신을 이식한 개체라 하더라도 각 개체는 충분히 개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즉 저자는 기술이 인간의 기능을 대체하고 심지어는 인간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게 해줄 수는 있어도 우리가 인간으로서 스스로 결정한다고 믿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능력만큼은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각각의 작품 모두에서 조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정답과 스스로 고른 오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당신은 뜨거운 별에' 中

기술이 디스토피아를 낳는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유토피아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나는 기술이 우리의 삶과 사회와 복잡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때 우리는 아주 깊은 차원에서 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즉, 우리는 기술로 인해 '변질'된다.

'작가의 말' 中

이전에 '표백'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접한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읽게 된 저자의 책인데 특유의 깔끔한 문장과 재미난 소재들, 그리고 전혀 겹치지 않는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도 일관된 주제를 말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느껴져서 전반적으로 꽤 만족스럽게 읽었다.

길이가 짧아 아쉬움이 남는 작품도 있었다.

다른 생명체에 가하는 폭력을 삼가기 위해 식물이 되고자 하는 인간이 등장하는 '나무가 됩시다'나 한 명의 DNA로 만든 여러 클론들 중 진짜 후계자를 뽑는 내용을 담은 독특한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였던 '아스타틴' 같은 작품들은 좀 더 살을 붙여 긴 서사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작가 소개를 보니 집필을 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찾아보지 못한 모양이다.

작가의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 편인지라 다른 작품들도 어떨지 궁금해서 조만간 저자의 작품을 또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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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사이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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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을 꽤나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직 못읽은 작품이 많다.

이 작품 역시 이전에 '호숫가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라 하는데 이전판을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작가의 이름을 보고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다.

원제가 '레이크사이드'인 모양인데, 이전 판본의 이름이 보다 더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맛이 있는 것 같다.

제목처럼 한 호수 근처에 있는 별장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진상을 풀어가는 작품이다.

소재의 독특한 점이라면 '중학교 입시'를 둘러싼 이야기라는 점이다.

네 쌍의 부부와 네 명의 아이들, 그리고 한 명의 교사가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한 합숙 공부를 하면서 모이게 되는 것이 작품의 시작이다.

주인공인 '슌스케'는 '쇼타'라는 아이의 의붓아버지로 아내가 결혼 전에 가진 아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

오랜기간 아내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이 때 아내 역시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하게 된 그는 불륜 상대에게 아내의 뒤를 캐 줄 것을 부탁한다.

그랬던 그 불륜 상대가 갑자기 별장에 찾아오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로 발견되면서 작품은 본격적인 미궁으로 빠져 들어간다.

시신이 발견된 후 슌스케의 아내가 자신이 범인임을 밝히는데, 특이하게도 별장에 있던 모든 인물들이 슌스케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일심동체(?!)로 범행을 감춰주겠다고 말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피해자의 시신 유기에 동참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슌스케가 결국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게 된다.

여기까지 소개하면 저자의 여타 작품들과 그리 다를 점은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이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면 그 결말이 매우 찜찜하다는 것이다.

왜 슌스케의 아내는 자신이 범인이라 주장했는지, 왜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범죄를 감춰주려 했는지 모두 밝혀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의가 구현되는 결말은 아니었다.

물론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 모두 유기한 시체가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며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아야 하니 평탄한 삶은 아니겠으나 그것이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대가 치고는 너무 약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사건의 전모에 중학교 입시가 있다는 점 역시 독특했다.

우리나라의 대입도 사회의 모순이 전부 모여있다는 평을 듣는데, 물론 픽션이기는 하나 대입도 아니고 중학교 입시부터 다양한 형태의 비리와 부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 역시 학벌이 갖는 영향력과 이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작가의 작품을 읽고 끝이 찜찜한 경우는 별로 없었어서 평소 그의 작품을 즐겨보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꽤 이질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결말이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꼭 알고 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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