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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사이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8월
평점 :
작가의 작품을 꽤나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직 못읽은 작품이 많다.
이 작품 역시 이전에 '호숫가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라 하는데 이전판을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작가의 이름을 보고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다.
원제가 '레이크사이드'인 모양인데, 이전 판본의 이름이 보다 더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맛이 있는 것 같다.
제목처럼 한 호수 근처에 있는 별장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진상을 풀어가는 작품이다.
소재의 독특한 점이라면 '중학교 입시'를 둘러싼 이야기라는 점이다.
네 쌍의 부부와 네 명의 아이들, 그리고 한 명의 교사가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한 합숙 공부를 하면서 모이게 되는 것이 작품의 시작이다.
주인공인 '슌스케'는 '쇼타'라는 아이의 의붓아버지로 아내가 결혼 전에 가진 아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
오랜기간 아내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이 때 아내 역시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하게 된 그는 불륜 상대에게 아내의 뒤를 캐 줄 것을 부탁한다.
그랬던 그 불륜 상대가 갑자기 별장에 찾아오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로 발견되면서 작품은 본격적인 미궁으로 빠져 들어간다.
시신이 발견된 후 슌스케의 아내가 자신이 범인임을 밝히는데, 특이하게도 별장에 있던 모든 인물들이 슌스케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일심동체(?!)로 범행을 감춰주겠다고 말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피해자의 시신 유기에 동참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슌스케가 결국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게 된다.
여기까지 소개하면 저자의 여타 작품들과 그리 다를 점은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이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면 그 결말이 매우 찜찜하다는 것이다.
왜 슌스케의 아내는 자신이 범인이라 주장했는지, 왜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범죄를 감춰주려 했는지 모두 밝혀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의가 구현되는 결말은 아니었다.
물론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 모두 유기한 시체가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며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아야 하니 평탄한 삶은 아니겠으나 그것이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대가 치고는 너무 약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사건의 전모에 중학교 입시가 있다는 점 역시 독특했다.
우리나라의 대입도 사회의 모순이 전부 모여있다는 평을 듣는데, 물론 픽션이기는 하나 대입도 아니고 중학교 입시부터 다양한 형태의 비리와 부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 역시 학벌이 갖는 영향력과 이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작가의 작품을 읽고 끝이 찜찜한 경우는 별로 없었어서 평소 그의 작품을 즐겨보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꽤 이질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결말이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꼭 알고 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