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계단 수학여행 2 - 일촉즉발! 위기의 워터리아 무한의 계단 수학여행 2
최재훈 지음, 김기수 그림, 장세원.김준 감수, 무한의 계단 원작 / 서울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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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야말로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본 가장 흔한 고민거리일 것이다.

사실 수학을 좋아하는 것은 일정 부분 타고나는 것이기에 후천적으로 수학에 애정을 갖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수학을 잘하는 것이 곧 높은 학업 성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기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일단 수학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은데 그런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수학적 사고와 친숙하게 만들 수 있는 시리즈가 바로 이 무한의 계단 수학여행 시리즈다.

동명의 게임이 아이들 학습 만화로 나오는 시리즈인데 이름에 '무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다른 주제보다는 수학에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내용물이 상당히 알차다.

본책 외에도 상당한 수준의 문제가 수록된 워크북과 무려 19단까지 수록된 구구단 포스터도 포함되어 있다.

무한의 계단 게임을 즐기는 아이라면 게임에서 사용 가능한 스킨도 포함된 모양인데, 우리 집에는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확인해 보지 못했다.



학습만화인 만큼 스토리는 단순하다.

아이들이 물속 도시인 워터리아로 떠나게 되는데, 모종의 음모로 도시가 위험에 빠지고 이를 주인공 일행이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수학적인 개념들을 곁들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2권에서 다루고 있는 수학적 개념은 '소수'부터 시작하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교과 내용이다.

그보다 어린아이들이라면 사전에 소수라는 개념을 눈에 익히는 용도로 좋을 것이고 해당 내용을 이미 배운 아이들이라면 복습 용도로 훌륭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pg 33)

물론 만화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개념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 주는 부분도 있어서 아이들의 개념 이해를 돕는다.

(pg 40)

물론 아이들이 이렇게 깨알 같은 글씨들을 모두 읽으면서 내용을 학습하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이 책을 열 명이 읽었다면 저 글들을 모두 읽으면서 공부하는 아이는 많아야 두 명을 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통해 눈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교과서에서 비슷한 내용을 접했을 때 '헉! 왜 숫자 사이에 점이 찍혀있지? 나 이거 모르는데!' 하면서 패닉에 빠지는 일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는 시즌인데 마냥 노는 것이 걱정이라면 이런 좋은 학습 만화라도 읽혀보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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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경제퀴즈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3
박빛나 지음 / 유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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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는 시리즈들이 몇 있는데 이 '빵빵한' 시리즈 역시 그중 하나다.

귀여운 빵 머리를 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재미나게 전달해 주는 시리즈여서 부모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권해주게 되는 책이다.

이 시리즈에서 이번에는 경제퀴즈가 나와서 아이에게 선물해 주게 되었다.



요즘은 현금 자체를 쓰지 않다 보니 아이들에게 경제 공부를 시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다.

마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과자를 하나 집어도 집안 살림과 다 함께 카드로 결제하다 보면 그게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는지를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깨닫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적인 감각을 어떻게 키워주나 한참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관련 내용으로 책이 나왔다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이번 책 역시 귀여운 빵 캐릭터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경제 지식을 잘 녹여내고 있다.

말하는 돼지 저금통이 등장해 재화와 용역, 소득과 같이 경제를 이해함에 있어서 필수적이면서도 기초적인 용어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주요 용어 설명이 끝나면 초성퀴즈를 통해 단어들을 한 번 더 각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pg 21)

중반부로 가면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투자에 대한 개념도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국제 무역까지 다루고 있어서 아주 어린 친구들이 보기에는 꽤 어려울 것 같다.

글씨도 지금까지 본 '빵빵한'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많은 편인 것 같아서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하더라도 꽤나 집중하며 읽어야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만화로 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공부하듯이 접근하지 말고 물 흐르듯 읽으면서 경제 용어들에 보다 친숙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워낙 다양한 주제로 나오고 있어서 주제에 따라 난이도의 편차가 큰 시리즈이므로 아이의 발달 정도에 따라 부모님이 세심하게 골라줄 필요가 있는 책이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힐 수 있으면서도 내용도 좋은 책을 찾는다면 꽤 좋은 선택지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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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합본 특별판)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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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라는 생소한 국가의 생소한 저자가 쓴 소설로 부모님 댁 책꽂이에서 발견하게 되어 우연하게 읽어보게 되었다.

한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 소설이기도 하고, 그 안에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도 있으며 범죄와 음모, 믿음과 배신이 난무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두 권으로 나누어진 판본으로 읽었는데 지금은 합본이 나온 모양이다.)

작품의 배경은 스페인 내전이 끝난 직후의 스페인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이 사람들과 사회에 남긴 상처는 그대로인 시대, '다니엘'이라는 소년이 서점 주인인 아버지를 따라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비밀스러운 장소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다니엘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무명작가가 쓴 '바람의 그림자'라는 소설을 만나게 되고 그 작품에 푹 빠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다른 작품을 구하기는 매우 어려웠고, 작가의 정체도 베일에 싸여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바람의 그림자'에 등장하는 악마의 이름을 사칭한 누군가가 작가의 작품을 골라 불태우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돌게 된다.

다니엘은 작품과 작가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년기의 함정들 중의 하나는 느끼기 위해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성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을 때는 이미 가슴속의 상처가 지나치게 깊어진 후다.

(1권, pg 58)

작품은 크게 전쟁이 끝난 '다니엘'의 현재 시점과 전쟁 이전인 '훌리안'의 과거 시점을 오가며 진행된다.

추리소설의 전개처럼 여러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과거의 일들이 조금씩 밝혀지는 구조로, 여기에 과거와 현재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도 담겨 있고 그 사랑을 둘러싼 갈등도 존재한다.

세월은 공허할수록 더 빨리 지나가지.

의미 없는 삶들은 역에 서지 않는 기차들처럼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법이거든.

그러는 동안, 전쟁의 상처들은 필연적으로 아물게 됐지.

(2권, pg 308)

작품의 화자인 다니엘과 공동 주연이라 불러야 할 훌리안도 매력적이지만 그 밖에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다니엘이 첫사랑에 실패할 뿐 아니라 비참하게 얻어맞은 채 누워있을 때 그에게 다가온 노숙자 '페르민'은 이 작품의 감초라 할만하다.

전쟁이 터지기 전 모종의 이유로 노숙자가 된 그는 다니엘의 추천으로 서점 직원이 되는데,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쓸 뿐 아니라 주옥같은 비유로 작품에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한다.

내가 말하려던 건 말야, 사랑은 돼지 가공육 같다는 거야.

등심도 있고 소시지도 있지. 모든 것들이 자기 자리와 기능이 있다는 말이야.

(1권, pg 313)

두 권을 합쳐 800페이지 가까이 될 정도로 작품의 호흡은 짧지 않다.

하지만 배경과 인물들의 매력 때문에 읽어가는 여정이 지루하지 않았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반전도 있고, 엔딩 역시 많은 사람들이 흡족해할만한 결말을 보여준다.

특히 결말 이후 짧게 등장한 인물들이라 하더라도 잊지 않고 후일담이 등장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마지막까지 잘 유지될 수 있었다.

언젠가 훌리안은 이야기란 작가가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지.

(2권, pg 328)

작품의 주인공이 서점 주인의 아들이고 내용 역시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과 문학에 대한 저자의 애정도 스토리 곳곳에 녹아있다.

TV가 막 이제 보급되려 할 때가 작품의 배경이라 등장인물들이 이제 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TV의 시대를 지나 인터넷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도 책은 굳건히 살아남아 있다.

모두들 종이책의 시대는 이제 곧 저물 것이라 말하지만, 모두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지하고 있다.

어차피 읽을 사람은 계속 읽을 것이고, 읽지 않을 사람은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독서라는 예술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그것은 내밀한 의식이라고, 책은 거울이라고,

우리들은 책 속에서 이미 우리 안에 지니고 있는 것만을 발견할 뿐이라고,

우리는 정신과 영혼을 걸고 독서를 한다고,

위대한 독서가들은 날마다 더 희귀해져가고 있다고 배아는 말한다.

(2권, pg 386)

별 기대 없이 읽게 된 작품인데 초반에 몰입하기가 썩 좋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사랑 이야기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범죄와 음모가 그 사이사이에 끼여 있어서 꽤 긴장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고, 조금씩 이야기의 비밀이 밝혀지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나온 지 꽤 된 작품이기는 하지만, 스페인의 아름다움과 전후를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대비가 강렬해서 영상화되어도 좋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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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세계사 - 깊이 있는 질문은 시대를 관통한다
임라원 지음 / 날리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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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제목에 있기 때문에 책 소개를 하기에 앞서 먼저 '바칼로레아'가 무엇인지를 언급해야 한다.

바칼로레아는 스위스에서 시작된 국제 공인 교육과정으로 학생이 습득한 지식을 활용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프랑스에도 논술 중심의 대입 시험을 바칼로레아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이러한 교육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스로 문제를 설정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바칼로레아의 접근법으로 세계사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썼다.

우선 저자가 역사 전공이 아니라는 점이 신선하다.

국제학 전공에 여러 국제기관에서 일해온 저자의 경력을 보면 얼핏 국제 정세 관련 책을 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국제 정세도 역사적 배경을 모르면 표면적인 분석에 그칠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적합한 주제일 수도 있겠다.

제목에 충실하게 일반적인 세계사 교양서처럼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를 지나 대영제국에 이르는 서양사를 시간 순서대로 훑는 접근법은 지양하고 있다.

대신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유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가 많습니다.

'왜?'라는 의구심 없이 그냥 질문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주로 질문이 끝나는 끝 쪽 단어에만 집중합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주로 문장의 끝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을 파악할 때는 결론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결론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그리고 그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던

전제조건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pg 91)

예를 들면 "흑사병이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이 인류의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설정한 뒤 그에 맞는 배경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원인과 예상되는 결과를 유추해 실제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살펴보는 식이다.

흔히 국내 공교육을 '주입식' 교육이라 칭한다.

이러한 주입식 교육은 대중들에게 일정한 지식을 일정 수준으로 습득시키는 데에는 상당히 유용하지만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연구하는 능력을 키워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암기과목'의 대표주자인 역사를 질문을 통해 풀어가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면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이런 버릇을 갖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국 역사를 쓰는 것도 인간이고, 사건을 일으키는 것도 인간이고,

모든 것이 인간의 생각, 마음, 그리고 행동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pg 189)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세종대왕의 인재 채용에 관한 내용이나 르완다 대학살 등 여타 세계사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지역의 역사도 다루고 있고, 인도-파키스탄 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국제 관계도 담겨 있어서 균형감과 현실감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들을 놓치지 않고 있어서 우리가 왜 역시를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위기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럴 때 여러분은 위기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으신가요?

답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질문에 답변할 줄 알아야

먼 훗날의 세대가 여러분의 역사를 기억해 줄 것입니다.

(pg 52)

25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고 문장도 친절하며 전달하는 지식의 수준도 그리 깊지 않기 때문에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사실들을 그저 시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욕구와 그로 인한 결과들을 논리적으로 생각해가며 읽을 수 있어서 좋은 독서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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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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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영화 '해바라기'의 대사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텐데 이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작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이 대사가 생각났다.

어차피 '이렌'과 '알렉스'를 모두 읽은 독자들이 읽을 것이고 그 두 작품을 읽었다면 작가가 들려주는 꿈도 희망도 없는 서스펜스에 익숙할 것이니 스포일러 따윈 생각지 않고 감상을 적어볼 예정이다.

혹여 작품을 읽어볼 예정이라면 아래를 읽지 말고 바로 작품으로 들어갈 것을 권한다.

형사 카미유 베르호벤이 등장하는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첫 작품인 '이렌'에서 그는 임신한 아내와 그녀의 뱃속에 있던 아기를 잃는다.

그것도 '잔혹하다'라는 단어로는 충분히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전시하듯 끔찍하게 살해당한 현장을 그의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폐인의 길로 접어들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그는 '알렉스'에서 묘하게 꼬인 연쇄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면서 지난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이 두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왜소증으로 키가 145cm에 불과한, 시니컬하고 인간적이면서도 진실을 향한 집념을 놓치지 않는 '카미유 베르호벤'에게 푹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작품인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가 사랑하는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비극의 숙명은 안도하는 사람을 덮치길 좋아한다.

안도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볼 때만큼 비극적 숙명이 엄습하기 좋은 순간도 없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은 마치 우연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개입한다.

(pg 15)

초반부터 두 작품에서 소소한 활약을 보여주던 동료인 아르망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 와중에 새로 만난 그의 연인 '안'이 불의의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기 직전에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게다가 범인이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와 끝내 살해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

벼랑 끝에 몰린 카미유는 편법까지 동원하며 사건을 뒤쫓지만, 그 과정에서 그를 믿고 지지하던 동료들의 신임도 잃게 된다.

그렇게까지 해서 밝혀낸 진실은 그에게 남아있는 의지마저 앗아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후반부로 가면서 몇 가지 반전이 등장하는데 물론 가장 충격적이었던 반전은 배후에 있던 인물의 정체일 것이다.

'이렌'에서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에게 정보를 팔아넘겨 카미유의 아내를 죽게 만드는데 일조한 전직 경찰 '말발'이 그 모든 일의 배후였고 '안' 역시 그가 그린 큰 그림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1권에서 단역으로 사라진 인물을 3권의 진정한 배후로 설정하면서도 개연성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그가 찾은 쉼터는 그가 키우는 고양이 '두두슈'가 반겨주는 도심의 집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가 남긴 아틀리에였다.

그의 어머니가 어린 그를 방치한 채 작품에만 몰두하던 그곳, '이렌'과 뱃속에 있던 그의 아기가 죽어간 바로 그곳, '안'이 마지막까지 그를 배신했던 그곳에서 그는 모든 일을 정리하고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에 잠긴다.

저자의 특성상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사건은 깔끔하게 마무리되고 적절한 정의도 구현된다. (물론 사건의 끔찍함에 비하면 더 극형에 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사법의 영역을 벗어난 처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리소설 장르를 읽기 시작한 뒤로 하루 만에 한 권을 다 읽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두꺼운 책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450페이지 정도로 3부작 중 가장 얇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꽤 두툼한 인상을 주는 책인데 어떻게 마무리될지 너무 궁금해서 잠도 줄여가며 읽은 것 같다.

이렇게 '형사 베르호벤' 3부작도 모두 읽었다.

최근에는 저자가 프랑스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작품들을 주로 쓰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작품들도 재미나게 읽었지만 다시 범죄 소설 쪽으로도 집필의 방향을 돌려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생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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