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두 작품에서 소소한 활약을 보여주던 동료인 아르망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 와중에 새로 만난 그의 연인 '안'이 불의의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기 직전에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게다가 범인이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와 끝내 살해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
벼랑 끝에 몰린 카미유는 편법까지 동원하며 사건을 뒤쫓지만, 그 과정에서 그를 믿고 지지하던 동료들의 신임도 잃게 된다.
그렇게까지 해서 밝혀낸 진실은 그에게 남아있는 의지마저 앗아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후반부로 가면서 몇 가지 반전이 등장하는데 물론 가장 충격적이었던 반전은 배후에 있던 인물의 정체일 것이다.
'이렌'에서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에게 정보를 팔아넘겨 카미유의 아내를 죽게 만드는데 일조한 전직 경찰 '말발'이 그 모든 일의 배후였고 '안' 역시 그가 그린 큰 그림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1권에서 단역으로 사라진 인물을 3권의 진정한 배후로 설정하면서도 개연성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그가 찾은 쉼터는 그가 키우는 고양이 '두두슈'가 반겨주는 도심의 집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가 남긴 아틀리에였다.
그의 어머니가 어린 그를 방치한 채 작품에만 몰두하던 그곳, '이렌'과 뱃속에 있던 그의 아기가 죽어간 바로 그곳, '안'이 마지막까지 그를 배신했던 그곳에서 그는 모든 일을 정리하고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에 잠긴다.
저자의 특성상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사건은 깔끔하게 마무리되고 적절한 정의도 구현된다. (물론 사건의 끔찍함에 비하면 더 극형에 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사법의 영역을 벗어난 처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리소설 장르를 읽기 시작한 뒤로 하루 만에 한 권을 다 읽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두꺼운 책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450페이지 정도로 3부작 중 가장 얇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꽤 두툼한 인상을 주는 책인데 어떻게 마무리될지 너무 궁금해서 잠도 줄여가며 읽은 것 같다.
이렇게 '형사 베르호벤' 3부작도 모두 읽었다.
최근에는 저자가 프랑스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작품들을 주로 쓰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작품들도 재미나게 읽었지만 다시 범죄 소설 쪽으로도 집필의 방향을 돌려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생기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