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 세계사 - 깊이 있는 질문은 시대를 관통한다
임라원 지음 / 날리지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제목에 있기 때문에 책 소개를 하기에 앞서 먼저 '바칼로레아'가 무엇인지를 언급해야 한다.

바칼로레아는 스위스에서 시작된 국제 공인 교육과정으로 학생이 습득한 지식을 활용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프랑스에도 논술 중심의 대입 시험을 바칼로레아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이러한 교육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스로 문제를 설정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바칼로레아의 접근법으로 세계사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썼다.

우선 저자가 역사 전공이 아니라는 점이 신선하다.

국제학 전공에 여러 국제기관에서 일해온 저자의 경력을 보면 얼핏 국제 정세 관련 책을 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국제 정세도 역사적 배경을 모르면 표면적인 분석에 그칠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적합한 주제일 수도 있겠다.

제목에 충실하게 일반적인 세계사 교양서처럼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를 지나 대영제국에 이르는 서양사를 시간 순서대로 훑는 접근법은 지양하고 있다.

대신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유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가 많습니다.

'왜?'라는 의구심 없이 그냥 질문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주로 질문이 끝나는 끝 쪽 단어에만 집중합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주로 문장의 끝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을 파악할 때는 결론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결론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그리고 그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던

전제조건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pg 91)

예를 들면 "흑사병이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이 인류의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설정한 뒤 그에 맞는 배경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원인과 예상되는 결과를 유추해 실제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살펴보는 식이다.

흔히 국내 공교육을 '주입식' 교육이라 칭한다.

이러한 주입식 교육은 대중들에게 일정한 지식을 일정 수준으로 습득시키는 데에는 상당히 유용하지만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연구하는 능력을 키워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암기과목'의 대표주자인 역사를 질문을 통해 풀어가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면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이런 버릇을 갖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국 역사를 쓰는 것도 인간이고, 사건을 일으키는 것도 인간이고,

모든 것이 인간의 생각, 마음, 그리고 행동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pg 189)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세종대왕의 인재 채용에 관한 내용이나 르완다 대학살 등 여타 세계사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지역의 역사도 다루고 있고, 인도-파키스탄 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국제 관계도 담겨 있어서 균형감과 현실감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들을 놓치지 않고 있어서 우리가 왜 역시를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위기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럴 때 여러분은 위기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으신가요?

답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질문에 답변할 줄 알아야

먼 훗날의 세대가 여러분의 역사를 기억해 줄 것입니다.

(pg 52)

25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고 문장도 친절하며 전달하는 지식의 수준도 그리 깊지 않기 때문에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사실들을 그저 시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욕구와 그로 인한 결과들을 논리적으로 생각해가며 읽을 수 있어서 좋은 독서 경험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