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잘못이 없다 -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酒)기로운 금주 생활
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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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술을 끊었다고 하면 술꾼으로부터 종종 "그러면 인생이 쓸쓸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거? 없다. 왜냐면, 인생이란 원래 쓸쓸한 것이니까. (pg 278)



술...

이름도 징한 애증의 존재.

담배까지는 어찌저찌 잘 끊었는데 이놈의 술은 정말 도무지 못끊겠다.

술 자체를 엄청 좋아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난 오로지 맥주만 좋아한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술 갖다 줘도 맥주 외에는 그닥 입에 맞지 않아서 잘 먹지 않는다. 

퇴근 후 모든 집안일을 끝내고 아이도 잠들고 나면, 모니터 앞에서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하는 맥주는 정말이지...끊을 수가 없다. 


애가 있기 전에는 1주일에 3-4번은 마신 것 같은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그래도 1주일에 1회 정도로 자제하고 있다.

뭐...여기까지만 보면 그 정도면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 1주일, 1회에 맥주를 4,000cc 이상 마신다. 

그 다음 날 숙취를 좀 겪긴 하지만 숙취 때문에 직장에 늦거나 중요한 일을 그르친 경험은 아직은 없다. 


저자 역시 술을 엄청나게 먹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술을 끊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금주 철학을 세상에 내 보인 책이다. 

나 역시도 술을 끊고 싶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이 술을 끊겠다는 다짐으로 읽은 첫 번째 책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도 속 시원한 비법이나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술을 끊는 방법으로 자신의 '인식 개조'를 말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술을 즐기는 사람은 무언가 힘들거나 행복하지 못한 시간을 일정부분 보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술을 마시게 된다고 말한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나도 그런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적당히 눈치보며 할 일을 하고 때론 진상들을 만나기도 한다. 

집에 오면 모든 기를 다 빨린 아내와 그 기를 다 빨아 먹고도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아이가 나를 반긴다. 

그런 삶이 6일 있으면 1일 정도는 나를 좀 놓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에게는 매일 즐겁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오늘 하루, 별로 즐겁지 않았다.

 먹고 살 돈을 버느라 정신없이 지내는 바람에 나를 위한 시간이 단 1초도 없었다. (중략)

 나는 오늘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를 위한 시간에서 가장 손쉽고 간편하고 효율적인(이라고 생각되는)것이 음주다. (pg 178)


하지만 저자는 술을 끊고 싶다면 이런 보상심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부당하게 권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다. 왜냐면 그런 권리는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pg 178)


저자는 결코 심각한 어조로 우리에게 행복추구권이 있는지 없는지를 진지하게 논해보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금주를 위해 가볍게, 스스럼없이 자신에게 사고실험을 걸어보는 것 뿐이다. 


이 책에서는 금주를 위해 자기가 자각하는 자기 자신이 평균 이하의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해보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원래' 대부분의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삶을 살며, 그런 삶의 대부분은 '원래' 재미가 없다. 

그러니 억지로 재미를 찾기 위해 술을 찾는 짓은 무의미하다 뭐 그런 논리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원래 보잘 것도 없고 재미도 없는 삶에 술이 끼어들어 봐야 보잘 것과 재미 둘 다 점점 더 없어질 뿐이라고 말이다. 


책이 두껍지도 않고 문장도 마치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힘 빼고 쓰여진 책이라 읽기에 부담도 별로 없었다. 

다만 읽는 이에 따라서는 이런 편한 문체가 오히려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지한 느낌이 별로 안든다.)

하지만 책 역시 저자와 독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때, 이 책을 읽고 금주(양이나 빈도를 줄이는 절주라도)라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면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책을 읽고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 당장에 술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책이 재미있었고 술에 대한 마음 속 찬양(?)도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저자는 술을 끊고 나면 이런 저런 장점들이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부분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다만 생각해보면 육아도 경험해보기 전에는 아이를 통한 행복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못했었으니, 

금주 역시 내가 경험해보고 나면 저자의 말에 더 공감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점차 커가는 아이에게 숙취로 찌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술을 좀 줄여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금주, 단주라는 것은 늘 자신의 제정신과 미친 광기의 싸움이다.

마시고 싶다는 제정신과 마시지 않겠다는 광기가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 것이 바로 금주이자 단주다. (pg 40)


닭튀김 한 조각과 맥주 한 잔으로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 비해 

맛있는 음식, 좋은 안주, 최상의 포도주를 앞에 두고 '입맛이 없네'라고 투덜대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는 범위가 상당히 좁다.

그런 이유로 절대적인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은 절대적인 행복이 존재한다고 믿고 이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pg 146)


(전략) 진정한 즐거움을 한창 즐기고 있을 때 사람은 '지금 얼마나 즐겁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며

그것을 기록하고 증거로 남기려고도 하지 않으니까. 

그런 즐거움은 추구하나고, 또 돈을 지불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온다. (pg 174)


자신을 보통 이하 바보로 여기고 그 결과 자기 인식 개조에 성공하면 술을 끊을 순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들이 얻는 최대의 장점은 사실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감각을 되찾는 것이다. (pg 198)


인간은 그렇게 못한다.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해서 그냥 마실 수 없으며 위에서 말했듯 상당히 수상쩍은 명분이라도 있어야 마실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술꾼도, 음주광도,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술을 마시지 못한다.

왜냐면 거기엔 그 어떤 대의명분도, 도리도, 큰 뜻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어서 마신다. (pg 228)


술을 끊었다고 하면 술꾼으로부터 종종 "그러면 인생이 쓸쓸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거? 없다. 왜냐면, 인생이란 원래 쓸쓸한 것이니까. (pg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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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블랙독 - 내 안의 우울과 이별하기
매튜 존스톤 지음, 채정호 옮김 / 생각속의집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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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사람들이 수군대며 내 흉을 보는 것 같아 늘 걱정스러웠다.

나는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pg 34)



우울증이라는 단어는 이제 내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단어가 되고 말았다.

작년에 친동생을 우울증으로 잃고 벌써 1년이 지났다.

이 책을 받아든 것이 그 녀석의 생일 즈음이니, 언제나 그렇듯 책과의 인연도 우연은 없는 모양이다. 


얼핏 보기엔 귀여워 보이는 검은색 개 한 마리가 그려진 표지.

처칠이 자신의 우울증 증상을 블랙독으로 표현한 이후 우울증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우울증을 앓고 치료한 경험이 있는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시각화하여 보여준 책이다.

실제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 자체가 너무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작가가 큼직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려낸 이미지 옆에 해당 그림을 설명하는 간략한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 수도 적고 글자도 적어서 보려고 마음 먹으면 10분이면 볼 책이라 하겠지만, 

실제 우울증 환자들이 접한다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그림들이 한 번 보면 생각할 여운이 남는데, 아래와 같은 그림들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그저 사람들이 대화를 할 뿐인데도 블랙독이 머리 속을 차지하고 있으면 다 내 욕처럼 들리는 현상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g 35)

사람들이 수군대며 내 흉을 보는 것 같아 늘 걱정스러웠다.

나는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pg 34)


실제로 내가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싶지만 나는 좀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나를 대충 아는 사람들은 내가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멀쩡하게 지내는 편인데,

집사람도 가끔 '자기는 생각보다 남 눈치를 많이 보는구나' 할 정도로 의식을 많이 한다. 

(블랙독이 지켜보고 있는데 타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림도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큼직큼직한 결정들의 대부분이 진짜 내가 원해서 했던 것이기 보다는

타인들이 내게 갖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때가 많았다.

결국 내 행복을 위해서는 이런 기대감에서도 일정 부분 거리를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길이가 짧은 만큼 책이 주는 메시지도 단순하다.

결국 우울증 극복의 시작은 블랙독이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세상에서 나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므로 자신부터 돌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생 일이 있고 난 후 갑자기 불쑥불쑥 찾아오는 우울감 때문에 우울증 관련 책을 나름 좀 찾아봤었다.

자가진단 같은 것들이 제공되는 책도 있어서 진단해보니 나는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아주 전문적인 우울증 서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우울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괜찮은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었다.


사실 우울증 환자를 위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게 쉬우면 정신과 의사가 '의사'일리 없다.)

동생 일이 있고서 사람들이 툭 던지는 말로 '평소에 얘기 좀 잘 들어주지 그랬냐'는 소리를 할 때마다 면상에 침을 뱉고 싶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우울증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다.

고민이 있다고 해서 듣다 보면 끊임없는 자책과 세상에 대한 원망 속으로 빠져드는데 이를 위로하려 하면 '니가 뭘 아느냐'고 하고 

공감해주다 보면 '역시 나 같은 건 살 필요가 없지' 따위의 말들로 대화가 끝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에게 섣부르게 위로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여하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법 괜찮은 위로가 될 법 하다. 

우울증 환자라면 자신이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림으로 형상화 해 봄으로써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 소개를 위해 검색을 좀 해 보니 이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이 2007년이었다.

검색 상으로는 내가 읽은 것이 세 번째 버전인 듯 하다. 

내용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이런 주제를 다룬 책들이 잘 팔리는 세상이 되었다고도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래는 사족이지만, 만약에 이 책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라면 아래의 책도 꼭 권해주고 싶다.

나에게는 나름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이었다.


https://blog.naver.com/qhrgkrtnsgud/22166286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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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는 사이코패스가 산다
서종한 지음 / 시간여행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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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시라는 병리적 성향을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으로 비춰주고 있다.

이것을 소위 사이코패스적 영민함이라 이야기하며 대범함, 냉정함, 무정함, 불안감에서 벗어난 이런 특성을 부러워하며 

장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지배성을 갖고 권력과 힘을 얻으려고 기꺼이 인생을 바치려 한다. 

그 도구적 힘에 진정 삶의 의미가 있음을 출생 때부터 가르치며 무조건적 최면을 걸고 있다. (pg 248-249)



네이버에 '사이코패스'를 검색하면 최상단에 아래와 같은 설명이 뜬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중략)

한편,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범죄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직장 같은 일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후략)

출처 :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40942&docId=1211139&categoryId=32783


나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사이코패스 =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저자는 위에 제시된 견해 중 두 번째 문장에 더 가까운 입장으로 사이코패스의 개념을 더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최근 고유정, 이춘재 등 굵직한 살인사건이 있었고 조두순 출소 등의 이슈들이 겹치면서 사이코패스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실상 이러한 정보들을 접하는 일반 대중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왜 이런 사람들이 생겨나는지, 내 주변에 이들이 있지는 않은지, 이들을 구별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등등 다양한 궁금증이 있을텐데 

이 책은 사이코패스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사이코패스 여부 판단을 위한 진단 도구, 사이코패스 치료 방법 등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사이코패스에 관한 일반적인 궁금증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이코패스 역시 정신적인 질환으로 본다면, 정상적인 범주가 있고 그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를 사이코패스라 진단할텐데

문제는 이것이 정신적인 영역이다보니 개개인마다 발현되는 정도와 방향이 복잡,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두루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자신의 견해는 '사이코패스 =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한 현저한 무관심,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타인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로 정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란 연쇄살인마처럼 극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정신질환 환자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즉 직장에서 종종 마주치는 폭압적인 상사나 비열한 동료, 지나친 갑질을 하는 고객, 심지어는 다른 가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만이 중요한 내 가족 중 누군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반드시 흉악범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히며 사회나 조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아직 합의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며 특정한 입장을 지지하지는 않는 듯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이코패스가 원래 그렇게 태어나는지, 아니면 어릴 적 양육 과정에서의 문제들 때문에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지 

아직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아이가 어릴 적 양육 과정에서 겪는 폭력이나 가난, 애정결핍 등이 사이코패스 기질을 더욱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pg 151)


사이코패스의 치료 방법에 있어서도 아직 확실한 치료 방법이 정립된 것은 아니다.

일부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당연히 정신적인 증상이고 뇌 기능 이상도 동반되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도 비싸서 범용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들의 경우 치료할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강제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교화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우리 주변에 사이코패스들이 살 수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법도, 치료법도 없는 상태이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했지만 나에겐 그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청소년기 이전에 사이코패스 증상이 보이는 경우 충분한 지원과 치료면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런 성향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낳으면, 양육 과정에서 문제를 보이게 되고 그럴 경우 사이코패스 성향도 대물림되며 

치료할 방법도 딱히 없다는 데에 있다. 

사이코패스 부모가 자식의 사이코패스 치료에 관심을 가질리 없기 때문이다. 


저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범죄자는 아니지만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던 사이코패스를 3-5명 정도는 만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해결책으로 그 조직을 떠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읽으면서도 그것으로 충분한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강간 피해자에게 추가 강간을 당할 수 있으니 강간할 것 같은 사람을 피해다니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제는 가해자지 피해자가 어떻게 피하느냐가 아니다.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술 먹고 돌진하는 차를 왜 못피했냐고 할텐가. 

오히려 조직 입장에서 이런 사람들을 사전에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인가를 제시했다면 더 현실적이었을지 모르겠다. 


얻은 정보도 많았으나 이런 점들 때문에 아쉬움도 크게 남는 책이었다. 

내용 외적인 부분이지만, 요즘 책 답지 않게 비문이나 오탈자도 너무 많았다. 

이런 부분들은 출판 과정에서 충분한 검수를 통해 개선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더 아쉬웠다.



최근에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드라마도 나오는 모양이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래와 같은 이미지는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시라는 병리적 성향을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으로 비춰주고 있다.

이것을 소위 사이코패스적 영민함이라 이야기하며 대범함, 냉정함, 무정함, 불안감에서 벗어난 이런 특성을 부러워하며 

장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지배성을 갖고 권력과 힘을 얻으려고 기꺼이 인생을 바치려 한다. 

그 도구적 힘에 진정 삶의 의미가 있음을 출생 때부터 가르치며 무조건적 최면을 걸고 있다. (pg 248-249)


확실히 최근에 나온 엽기적인 사건들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준 것은 사실이다.

사이코패스의 정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연구된 흐름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특히 저자도 한국인이어서 조두순, 유영철, 강호순, 이춘재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굵직굵직한 사건의 주인공들로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가 좋았다. (물론 그래서 더 생생하고 끔찍하게 느껴지는 부작용도 있다.)


책에서 다양한 연구자들과 나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가정폭력과 학대에 내몰린 우리의 안타까운 아이들에게, 버려진 우리의 조그만 보석에게 따뜻한 시선이 머물기를 바란다.

설령 악의 씨앗을 타고난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과 손길을 건냈으면 한다. (pg 248)


섣부른 예상이긴 하지만 사회와 인간관계가 더 피상적이고 파편화 될수록 사이코패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야로의 연구와 지원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 사람들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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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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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노인의 편지를 끝까지 읽은 나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만 들리는 그곳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가야 할 방향을 향해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pg 146)


5명의 소설가가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가까운 미래의 일상을 10개의 짧은 스토리로 풀어낸 책.

이 책을 한 줄로 소개하면 위와 같다.

스토리가 10개나 담겨 있지만 책의 길이는 추천사와 옮긴이 후기까지 합쳐도 180여페이지 정도로 얇은 편이라 

처음 책을 받아 들고는 '이 책이 청소년용이었던가' 하는 약간의 당혹감이 들었다. 

책을 다 읽은 후 검색을 좀 해보니 책 표지에 적힌 '쇼트 쇼트'라는 문구가 이런 유형의 소설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아래와 같은데, 출판사에서 이 책을 소개하면서 쇼트쇼트를 소개한 구절이 있어 옮겨 두었다. 


쇼트 쇼트 는 소설 중에서도 쇼트 쇼트short short story’, 한마디로 짧고 신기한 이야기다

5분이면 읽을 수 있는 단편보다 짧은 형식의 소설을 말한다. 

쇼트 쇼트는 1920년대 중반, 미국의 <코스모폴리탄> 잡지사가 처음으로 생각해낸 형식으로 단편보다 짧은 소설을 잡지에 연재해 큰 호평을 받았다. 최근 일본에서 활발히 출간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인상적인 결말이 특징인 쇼트 쇼트의 형식은 이동과 모빌리티를 테마로 한 이 책의 콘셉트와 잘 어울려 읽는 톡 쏘는 재미를 준다. (출처 : 공명출판사 포스트, http://naver.me/FUwXTrMy)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라 그런지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최근의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한 모양이다.

위에서 본 정의에 매우 부합하게 책 자체는 정말 금새 읽었다. 

읽은 시간만 따지면 1시간이 채 안걸린 느낌이다.

오늘 내 손에 들어왔는데 아이를 재운 뒤에 보기 시작해서 벌써 서평을 쓰고 있다. 

물론 한번에 모두 읽었다는 건 그만큼 재미도 있었다는 뜻이다. 


책 소개처럼 각기 다른 10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동식 원룸이 보편화 된 사회, AI를 가진 애완견, 거미처럼 생긴 휠체어로 산행에 도전하는 사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자동차, 

교통사고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학자, 진짜 돌고래처럼 수영할 수 있는 수트를 만드는 사람 등 정말 SF 영화에서 나올법한

상상력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여기에서는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웨어러블 PC처럼 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인공지능 PC가 애완견의 형태를 띄고 있을 때를 상상한 'dogcom.'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애완견의 기능은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지워질 염려 없는 데이터 축적까지 가능한 그야말로 꿈의 PC다. 

물론 기계이니 보통의 강아지보다 수명이 길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지보수를 잘 한다 하더라도 복잡한 기능을 가진 기계가 10년, 20년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결말은 생략하겠지만, 인류가 어떻게 기계와 인연을 맺고 이를 유지해 나갈지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10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다 설득력이 있거나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쇼트쇼트'라 불리는 장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물론 이런 장르의 책을 처음 접해서 그런 것일수도, 내가 문학 작품을 많이 접하는 부류가 아니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분량이 워낙 적어서 그런지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 이 스토리는 정말 좋다'라고 감탄했던 것이 바로 '사막의 기계공'이다.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다니는 것이 아예 사라진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이다.

이동은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파이프로 이루어지며 엘리베이터를 타듯 도착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데려다 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오랜 기간 이런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스스로 걷는 힘을 잃어버렸고, 다시 걷기 위해서는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는 수준에 이른다. 

주인공은 어렵게 걸음 보조기를 구해 도시 밖으로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노인의 편지를 끝까지 읽은 나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만 들리는 그곳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가야 할 방향을 향해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pg 146)


한 열 페이지 남짓의 아주 짧은 스토리지만 위 구절이 나오기 전까지의 서사가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작품은 짧은 영상으로 제작되어도 충분한 임팩트가 있겠다 싶다.


짧은 스토리들이 담긴 책이라 그런지 책 자체의 크기도 작고 얇은 편이라 출퇴근길 등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좋을 것 같다.

한 스토리의 길이가 20페이지가 채 안될 정도로 호흡이 길지 않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도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각각의 이야기들에 조금 더 살을 붙여서 보다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있도록 작품화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혹은 설국열차처럼 소재만 차용해 영상화되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장르의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만큼 짧게 읽고 끝내기엔 뭔가 아쉬운 매력적인 소재들이 많았다. 


쇼트하게 한 줄로 정리하자면, 재밌었지만 빛나는 상상력을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었던 아쉬움도 남았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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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탐험대 옥토넛 바다모험 색칠놀이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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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다.

외출이 줄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느끼는 고충이야 전 국민이 비슷하겠지만

특히나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집에서만 있어야 한다는 건 꽤나 괴로운 일일 것이다. 

아이들의 괴로움은 곧 돌봄노동 종사자의 괴로움으로 이어지기에 부모들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놀거리를 고민하게 된다.

덕분에 게임기, 장난감 등 육아용품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부모 입장에서는 집에서 놀기만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책이라도 한 장 넘겨보는 것이 마음이 놓이게 마련이다. 


이 책 역시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세상에 옥토넛과 색칠놀이라니. 

네 살짜리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두 가지를 합쳐놓은 존재다. (나에게 있어 맥주+족발 정도의 위력이랄까.)

어디 끄적이는 것을 좋아해 이전 집에 있던 벽이나 가구에는 모두 아이 낙서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아무데나 낙서하는 시기는 지나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그리기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다. 

거기에 배경 그림이 옥토넛이다. 


(받자 마자 활짝 웃으며 펼쳐 보는 딸. 육아 하면서 잠든 모습이나 먹는 모습 다음으로 예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유투브나 넷플릭스에 있는 아동용 컨텐츠들도 자주 틀어주게 된다.

나나 집사람이나 우리가 애랑 노는 것이 피곤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TV를 틀어주는 것이 애나 부모에게

좋다고 보는터라 TV를 틀어주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는 편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옥토넛은 꽤 맘에 드는 축에 속한다.


모든 아동용 컨텐츠들이 재미와 일정 수준의 교육을 동시에 제공하는데 옥토넛은 특히 해상생물 관련 지식을 전해준다.

옆에서 같이 보다 보면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해상생물들의 생태와 습성, 번식 방법 등 생각보다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 

나도 재미있게 보고는 한다. (물론 이젠 하도 봐서 대사를 외울 정도가 되었지만;;)


(역시 그녀의 1픽은 페이소다. 저거 색칠하면서 '안녕? 난 구급대원 페이소야' 소리를 한 20번은 하는 것 같다.)


그런 옥토넛의 주인공들을 자유롭게 색칠하면서 놀 수 있는 책이다. 

딱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그 목적에 충실하게 제작되어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이 같은 동물을 보고 비슷한 색을 골라 칠할 수 있도록 하얀색 동물 옆에는 채색된 동물이 같이 배치되어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그림을 오려 손가락 인형을 만들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이 부분은 아껴두었다가 주말쯤 같이 해볼까 싶다. 


 

(옆에서 장난으로 바나클 얼굴에 꿰멘 자국을 그렸더니 아이가 '그러면 바나클이 아프잖아!' 하면서 핀잔을 준다. 칫.)


(집사람이 직접 만든 바나클 인형과 딸이 색칠한 바나클의 멋진 그림.)


이런 책이 있으면 부모가 옆에서 조금씩만 말을 거들어주면 아이가 스스로 색칠하면서 꽤 오래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집사람도 육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빈 스케치북 들고 '우리 같이 그림 그릴까?' 하면서 그리기 놀이를 이끌어 가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는데 이런 책을 활용하면 확실히 집중력도 오래 가고 아이도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아직 코로나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간헐적으로 어린이집을 보내고는 있지만 보내는 부모 마음도 편치 않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육아템들을 필요로 하게 될텐데 일단 당분간 이 책으로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아이들에게 바깥을 돌려주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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