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몇 번 접한 바 있는 장강명 작가의 산문집이다.
읽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적은 것 같아 짧은 글들을 모아둔 책은 되도록이면 잘 읽지 않으려고 하는데 제목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뭔가 우리 시대를 잘 관통하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막상 해당 제목을 가진 글은 그다지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언제부턴가 국가적으로도 '경제개발 00개년 계획'과 같은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듯이 우리 경제나 사회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보니 무언가를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점차 힘들어지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는 글이었다.
그러면서도 상호의존성은 점점 높아져서 바로 내일의 일을 계획하더라도 다른 누군가, 외부의 일정이나 사정 때문에 번번이 그 계획이 틀어지곤 한다.
그렇게 세세한 계획들이 틀어지다 보면 '에라, 계획 따위 세워서 뭐해.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라는 심리가 되기 쉽고 이러한 현상을 저자가 미세 좌절의 시대라 이름 붙이고 있다.
하지만 기자 출신의 저자가 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인지라 대체로는 읽는 재미가 좋은 글들이 많았다.
특히 저자가 글을 쓴 시점이 문재인 정부 말부터 현 정부에 이르는 기간에 걸쳐 있기 때문에 양 정권에 대한 쓴소리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지금 현안들을 돌아보기에 적합한 주제들이 많았다.
저자는 보수주의자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이 구분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으로 나눠지는 좌우 구분이라기보다는 보다 어원 그 자체에 근거한 구분인 것 같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의 양쪽 정치 진영 모두는 진보나 보수로 명쾌하게 가르기 힘든 영역에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있듯이 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정권 획득이기에 정책에서의 차별성이 그다지 없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저자 역시 어느 한 정권의 편에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양 정권을 겪은 시민이자 유권자 중 하나로서 느낀 아쉬운 부분들을 잘 토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글들에서 우리 사회가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무언가 목표를 상실한 느낌, 가야 할 방향을 잃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많은 글에서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