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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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학 지식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블랙홀의 반대 개념인 화이트홀을 주제로 삼았다.

그 둘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개념이기에 당연히 화이트홀의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블랙홀을 알아야 한다.

가서 보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서 알아보려는 것.

수학, 직관, 논리, 상상력, 이성을 사용해서요.

태양계 주변, 원자의 중심, 살이 있는 세포 내부, 우리 뇌의 뉴런 내부,

블랙홀의 지평선 너머까지... 정신의 눈으로 보러 갑니다.

(pg 34)

태양과 같은 별이 그 수명을 다하면 자신의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한 점으로 수축하게 되고 이로 인해 블랙홀이 탄생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중력을 지닌 천체로 오직 들어가기만 할 뿐 나오지는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홀에는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 단어를 쓰면 화이트홀이라는 개념이 탄생할 수 없기에 일부러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주석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수 윤하 때문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개념이라 소개해 보았다.)

그 경계선에서는 중력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에 시간이 거의 멈춘 것처럼 보이게 된다.

물론 그 안에 있는 존재에게는 시간이 흐를뿐더러 매우 빠른 속도로 다음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밖에서 관찰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멈추어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 때문에 블랙홀을 이해하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알아야 하기에 저자가 친절히 책 초반부에 상대성 이론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이렇게 생성된 블랙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양이 점점 변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입구가 점점 좁아지면서 그 내부의 길이가 굉장히 좁고 길게 늘어나는데, 이론상 한 입자가 가지는 최소한의 크기인 플랑크 스케일까지 좁아지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양자 도약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화이트홀이라는 것이 생겨난다고 보고 있다.

물론 화이트홀은 아직까지 수학적으로만 제시된 개념이다.

하지만 저자는 블랙홀도 처음에는 이론적인 개념이었다가 실제로 관측되면서 그 존재가 인정되었듯이 화이트홀 역시 언젠가는 인류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심지어는 이 화이트홀이 어쩌면 암흑 물질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노벨상은 실험으로 증명되어야만 수상 가능하다고 알고 있으니 만약 저자 생전에 누군가가 화이트홀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도 노벨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천문학자들은 중력을 통해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보이지 않는

먼지가 우주에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관찰해왔습니다.

이를 '암흑 물질'이라고 부르죠.

암흑 물질의 일부는 어쩌면 수십억 개의 작고 섬세한

화이트홀로 이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블랙홀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잠자리들처럼 우주를 가볍게 떠다닐 화이트홀 말입니다.

(pg 181)

책을 읽기 전에는 무한히 빨아들이기만 하는 구멍이 있다면 무한히 뱉어내는 구멍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접했는데 화이트홀이라는 개념이 마냥 블랙홀의 반대쪽 구멍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론상 화이트홀이 크면 경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화이트홀은 매우 작을 것이라 예측된다고 한다.

최소 단위인 플랑크 질량만큼 작을 수도 있다고 하니 화이트홀을 실험으로 관측해 내는 것이 결코 만만히 볼 문제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어려운 개념이라 제대로 이해한 건지 확신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저자의 책은 술술 넘어가는 마법 같은 힘을 보여준다.

주석을 제외하면 180여 페이지로 그리 두껍지 않고 문체도 친절해서 읽는데 절대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한 책은 아니지만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설명을 이해해야 해서 마냥 읽다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블랙홀의 반대되는 화이트홀이라는 개념에 대해 개략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넘칠 정도로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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