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어떤 책이 마음에 들면 한동안 그 작가의 작품만 쭉 읽게 되는데 이 작가도 그럴 모양이다.
알게 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세 권째 읽게 되었다.
이전에 읽은 작품들이 모두 단편집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다룬 장편이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몇몇 여성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시대적 배경이 두 지점인데 이 시대적 구분을 언급하려면 작품의 세계관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체를 분해할 수 있는 실험 물질이었던 '더스트'라는 물질이 사고로 대기에 퍼지게 되는데 스스로 증식까지 하는 물질이라 지표면의 유기체들은 거의 절멸에 이른다.
모든 바이러스가 그렇듯 이 물질에도 자연적으로 내성이 있는 개체들이 있어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과 돔 형태의 대피소를 만들어 살아가는 이들이 힘겨운 생존 투쟁을 이어 나간다.
이 절멸의 시기를 이겨내고 세계 복원이 진행 중인 시기의 한 식물 연구자가 '모스바나'라는 의문의 식물을 연구하면서 과거의 암울했던 시기를 버티고 생존한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 노인과 모스바나라는 식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둘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밝혀가는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과학적인 실험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어져 디스토피아가 오는 세계는 사실 식상할 정도로 많이 다루어진 내용이지만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식물이 이야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 심지어는 로봇이나 기계처럼 일단 움직일 수 있는 대상이 중심이 되는 경우는 너무도 흔한데 정적인 것으로 인지되는 식물이 서사의 중심을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꽤 참신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아래의 구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꽤 논리적인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