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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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노오오오력'을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처음 접한 것도 꽤 오래전 일이다.

재미 삼아 검색해 보니 이 단어가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2015년경이었다.

일반적인 신조어들이 뉴스에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터넷에 퍼지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 '노오오오력'이라는 단어가 퍼진 것도 10년이 다 되어 간다는 의미다.

이 단어는 당연히 노력을 강조(혹은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반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책 역시 제목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력 만능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책이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믿음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결과들의 대부분은 '노력' 조차도 '능력'의 일부라고 말한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노력은 자기조절 능력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끈질기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열심히 하는 것이 노력이고,

이것은 타고난 능력이고 재능이다.

사실 노력도 능력이라는 말 자체는 여러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다뤘던 내용인지라 그리 새롭지는 않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무작정 노력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력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신화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노력'의 신화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가진 특유의 경쟁적인 구조를 꼽는다.

사실상 모두가 노력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런 구조는 성공과 실패의 결과를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린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노력 일변도의 사회적 분위기는 모두에게 마이너스라는 주장을 펼친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는 대부분 경쟁을 기초로 한다.

모든 합격과 불합격은 경쟁을 기초로 설계되어 있고,

누군가가 합격하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불합격하는 구조다. - 중략 -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실력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불합격한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이라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성공과 실패에는 타고난 재능과 환경이라는 '운' 적인 요소들이 강하게 작용한다.

노력 역시 재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능과 환경이 적절한 시기를 만나면 성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어떤 재능이 사회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지도 시대마다, 국가마다, 문화마다 다르다.

따라서 저자는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오로지 개인의 책임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신분제도는 100퍼센트 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능력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왠지 공평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노력 신봉 공화국에 사는 사람은 더욱더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은 그것도 똑같은 운일 뿐인데 말이다.

그럼 뭐 어쩌라는 말인가?

그냥 태어났으니 태어난 대로 살자는 의미일까?

물론 저자 역시 그런 결론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노력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성공했다고 으스댈 것도, 실패했다고 자신의 노력 부족을 자책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다.

또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노력했으나 실패가 반복될 경우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사회에 기대되는 기회의 수준이나 범위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저자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재능이 아닌 분야에 계속된 노력을 퍼붓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좋을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안타까워할 것도 없고, 비난할 것도 없고, 충고할 필요도 없다.

일차적으로는 내게 주어진 재능과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어진 것을 내버려두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이차적으로는 그것의 결과를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한다.

이것은 의무이자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들을 나와 같이 존귀하고 존엄한 친구로 대해야 한다.

이처럼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노력'이라는 단순한 원인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저자는 사회의 책임을 보다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 사람들이 가지는 터무니없는 수준의 부가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고,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인 사람들의 비참한 처지는 정책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에서 개인도 깨어나야 하지만 그러한 개인들의 모임인 사회적 차원에서도 이제는 반성적인 시각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이전에 읽었던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바도 비슷했다.

저자 역시 해당 책을 상당 부분에서 인용하고 있는 만큼 그 책을 읽었고 그 책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굳이 이 책을 추가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마이클 샌델의 책보다 이 책이 월등히 쉽고(분량도 짧다!) 한국 사례 위주라서 이해도 더 잘 되기 때문에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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