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쏠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 당연히 적이 육안에 들어오는 즉시 죽음이라는 의미가 된다.
적이 방출하는 빛이 내 눈에 도달하는 시간이나 그 적이 쏜 무기가 내 함선에 도달하는 시간이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30광초(빛이 30초간 날아간 거리) 이상의 거리에서 사격을 하게 되는데, 발사된 빛이 이동하는 30초 동안 함선 역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결국 전투의 승패는 상대의 움직임을 얼마나 잘 예측하느냐에 달렸고, 때문에 함선이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궤적(카오스적인)을 그려야 한다.
이러한 전투에서의 움직임이나 광속이라는 절대적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웜홀의 개념을 활용하는 등 우주 전쟁이라는 허구의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진다.
작품 속 침략자는 그 정체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선제공격을 해오기에 반격하지 않을 수 없을 뿐이다.
게다가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이 신출귀몰한 기동력을 자랑한다.
중반 이후 적의 정체에 관한 힌트가 등장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기에 그저 가설에 머문다.
작품 후반에 이르면 적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나타나고 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지만 전쟁은 승리라고도, 패배라고도 하지 못할 상태로 끝이 난다.
작품의 화자는 미지의 공간에 있는 미지의 적을 향해 나아가면서 결국 계획했던 청혼을 미루고 만다.
연인과 함께할 시간조차도 이겨낼 수 없는 유혹이 바로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작품의 마지막은 간단하지만 정말 큰 임팩트를 주는 아래의 문장으로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