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뚜식탈출 1 - 어쩌다 보니 안전한 하루 서바이벌 뚜식탈출 1
서후 지음, 김기수 그림, 샌드박스네트워크 감수, 뚜식이 원작 / 서울문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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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특이한 그림체가 인상적인 책이다.

아이가 워낙 학습만화를 좋아해서 새로운 학습만화 시리즈라면 일단 읽게 하는 편인데, 이번 시리즈는 그림체 때문에 아이가 과연 좋아할까 살짝 망설였다.

다행히 아이들 눈에는 이러한 그림체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1권의 주제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안전에 관한 것이라 마음에 들었다.



1권에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조심해야 할 사항들이 15가지 수록되어 있다.

주제로는 감기 빨리 낫는 법부터 양치가 왜 중요한지,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시설에서 조심해야 할 사항들과 지진, 화재 등 재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형식적으로는 일반적인 학습만화와 비슷하게 뚜식이네 가족들이 주제와 관련된 재미난 일화를 소개하면 짧게 관련된 지식들이 나오고 미로 탈출하기나 퀴즈와 같은 활동지가 뒤따르는 방식이다.

1화의 주제가 감기 빨리 낫는 법인데. 내용 중에 비강 세척을 하는 장면이 있어서 반가웠다.

나도 아이도 비염이 꽤 심하고 감기가 오면 보통 코감기로 오는 편인지라 약을 꽤 자주 먹는 편이다.

그러다 비강 세척이 좋다는 말을 듣고 얼마 전부터 같이 비강 세척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도 꽤 괴로운데 아이는 얼마나 괴로울까 싶다.

지금도 아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도 이 방법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잘 배울 수 있게 되었다.


(pg 15)


솔직히 어른들의 눈으로는 썩 호감 가는 그림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림체 때문인지 사실 별것 아닌 개그도 상당히 웃겨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개그 요소 안에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안전 상식도 소소하게 잘 담겨 있는 책이어서 아이에게 부담 없이 권해줄 수 있는 학습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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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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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에는 일정 수준의 안타까움이 수반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관념적인지라 모든 죽음을 동일하게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보통은 죽음의 대상이 어릴수록, 선량할수록,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일수록 더 안타깝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안타까운 죽음의 모든 요건을 갖춘 대표적인 사례로 죽음을 앞둔 시점에 필생의 노력을 다해 이 책을 씀으로써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저자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으로 석사까지 받은 뒤, 삶과 죽음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쉽고 수익성 높은 과를 두고 생사와 직결되는 신경외과를 선택한다.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는 치열한 레지던트 생활이 마무리될 무렵, 그는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꽤 많은 인정과 기대를 한몸에 받는 기대주로 성장해 있었다.

그럼에도 결코 자만하거나 거만해지지 않고 어떻게 하면 환자들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의사였다.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수술에 성공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에는 큰 대사가 따랐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실패는 참기 힘든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pg 125)

성공이라는 인생의 트로피가 손에 잡히기 직전, 허리 쪽에 심상치 않은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그는 자신의 몸에 폐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도 의사인지라 자신의 병이 어떤 상태인지를 너무도 잘 아는 그는 치료 과정을 거치며 환자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절실히 체감하게 된다.

누구나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진정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중요하지 의사가 전날 몇 명의 환자를 만나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를 고려하기 쉽지 않고, 의사 역시 피곤에 찌든 상태에서 환자가 얼마나 고통으로 힘겨워하는지를 고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완벽을 향해 자신을 채찍질한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pg 143)

결말을 알고 보는 책은 재미가 없게 마련이지만 이 책은 저자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고 읽었음에도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책에 담긴 그의 진심이 아직도 유지될 수 있었다면, 그가 지금도 의사를 하고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까.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아내가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온 소회가 수록되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 책에는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 중요한 얘기를 꼭 전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했다.

(pg 252)

우리나라에서도 무려 100쇄를 찍었다고 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한 책이었다.

의사지만 문학도였던지라 문장 자체가 굉장히 감성적이고 번역도 깔끔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읽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읽은 후의 감상은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는 결국 죽음을 피해 가지 못한다.

사실 우리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치열했던 한 청년의 삶을 통해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과 곁에 있는 사람들의 감사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차와 함께 삶에 대한 진지한 사색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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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독서평설(12개월 정기구독)
지학사(월간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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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나니 교육을 어떻게 시키면 좋을지 고민이 많다.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사교육을 잔뜩 시키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아내도 나도 아이가 학업을 스트레스로 여기는 것은 원하지 않아서 막연하게 걱정만 느는 느낌이다.

그래도 모든 공부는 곧 언어로 하는 것이기에 어렸을 때 기본적인 문해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결국 학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어린이용 서적도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아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쉽고 재미있는 학습 만화 위주로 읽으려고 하니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런저런 방법들을 알아보다가 월간으로 발행되는 '독서평설'을 맛보기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초등학생용이지만 글씨가 그리 적지는 않다.

같은 학교에 다닐 뿐이지 사실 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은 천지차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1학년은 반쯤은 아기고 6학년은 반쯤은 성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니 초등학생용이라 해도 난이도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들이 재미나 보여서 글씨가 많으면 거부감부터 느끼는 아이들도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거리가 많다.

이번 호의 주제는 동물들의 겨울나기, 동물 복지 실천하기, 지구온난화 등 환경 관련 토픽들이 있고 청소년 SNS 규제라는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할 토픽도 있었다.

겨울 느낌 가득한 12월호인지라 크리스마스와 추위에 관한 토픽도 빠지지 않고 수록되어 있다.

(pg 108-109)

전체 분량은 150페이지가 조금 넘을 정도로 꽤 양이 많은 편이다.

물론 잡지 형태이기 때문에 모든 글을 꼼꼼하게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월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실하게 읽어야 한 달 안에 모두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에도 부모님이 독서평설을 간간이 사다 주셔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아직도 발행 중인지는 몰랐다.

암울한 출판계에서도 오랜 세월을 버텨왔다는 점이 곧 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수록된 콘텐츠 자체는 충분히 좋으므로 아이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해 권해 보면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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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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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종교가 없는 입장에서는 종교에 심취한 사람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인문학의 근원은 신학이었지만 이제 인문학은 죽었다고 말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 대신 과학이 우리의 삶의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그에 따라 종교의 위세도 많이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는 종교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전혀 믿지 않지만 종교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종교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이라는 종에게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기에 종교의 출발 역시 우리 인간만 가진 특성에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뇌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생각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뇌가 커졌다고 해서 변화무쌍하고 강력한 자연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자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보다 오래도록 안전하게 생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곧 종교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재미있게도 과거의 인간에게는 우뇌와 좌뇌에 서로 다른 의식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이때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좌뇌 입장에서는 우뇌의 의식이 마치 외부의 어떤 존재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참 종교가 퍼져나가던 시기에 이러한 현상을 겪은 사람들은 자신의 또 다른 의식이 곧 신의 명령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가설인데, 물론 당시 인류의 뇌가 보존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흥미로운 가설이라 생각했다.

이처럼 인류사에서 종교가 어떻게 기원했는지를 알아본 뒤 한국인들의 종교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여러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종교 시설의 수와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이 재미있다.

한국에는 인구수 대비 절이나 교회도 많은 편이고, 특히 고인돌 유적도 굉장히 많은 편인데 저자는 한국에 이렇게 종교 시설이 많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주체성 자기가 우세한데, 이런 성향이 고인돌(절, 서원, 교회) 건설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이웃 마을에서 100t짜리 고인돌을 세웠다고? 질 수 없지! 우리는 200t짜리를 세운다!"

비교에 민감하고 자기현시적인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은

하루 이틀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듯하다.

(pg 121)

마지막 주제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 종교들의 사례를 분석한 뒤 종교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종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망라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가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감을 해소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자명한 지금, 종교의 역할은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과거의 종교는 사람들이 의심을 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 중략 -

그러나 미래의 종교는 의심을 품는 자들을 포용해야 한다. - 중략 -

현대사회는 자신이 사는 세계에 끊임없이 의심을 품어왔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신자들의 끝없는 의심 속에서 다시 한번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pg 370)

300페이지 후반으로 꽤 두께감이 느껴지는 분량이지만 사진 자료도 많고 서술이 현학적이지 않아서 읽기가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저자 역시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특정 종교에 편향적인 서술은 눈에 띄지 않았으며(오히려 더 비판적이다.), 특히 각국의 무속신앙조차도 미신이라고 폄하하지 않는 등 오로지 학자로서의 객관성에 충실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크게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의 위세가 지난 역사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가 인간에게 주는 심리적, 사회적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동시에 수많은 갈등의 이유를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에 종교가 앞으로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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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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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불멸의 명작이라 들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읽기 전부터 고립된 곳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은 알고 있던 터라 소년 몇 명이서 식량을 두고 배틀 로열을 벌이는 내용은 아닐까 예상했는데 그 정도로 단순한 스토리는 아니었다.

작품은 사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인 의문의 섬에서 시작된다.

이 섬에 모두 몇 명인지도 모를 다수의 소년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시착해 갇히게 된다.

가장 큰 아이가 12세 정도인 이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돕고 갈등하다 결국 분열하는 이야기라 보면 되겠다.

고립된 공간에서의 생존이라는 소재 자체는 근래까지도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많이 다룬 바 있지만, 대체로는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생존 게임의 형태를 띠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섬에는 풍부한 과일나무와 식수로 사용 가능한 물이 있고,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인 아이들에게 잡혀주는 어리숙한 멧돼지들도 있어서 언제 구조될지 모른다는 점만 빼면 기본적으로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생존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멧돼지를 한 번이라도 실제로 본 사람들이라면 초등학생이 아무리 많아도 나무 작대기로 그런 동물을 잡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등장인물 중 그나마 큰 아이들도 지금의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굉장히 어리기 때문에 생존 게임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다.

이들의 리더도 우연히 불면 큰 소리가 나는 소라를 발견한 '랠프'라는 소년이 맡게 된다.

그의 곁에는 안경을 쓴 '새끼 돼지'라는 별명의 소년이 있는데, 이 소년은 신체적인 능력은 부족하지만 리더를 도와 올바른 말을 잘 한다.

게다가 그가 쓴 안경으로 불을 피울 수 있게 되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두 인물의 핵심 과제는 불과 연기를 유지해 혹시 모를 구조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 랠프에게 대장 자리를 빼앗겼지만 사냥을 주도할 수 있는 사냥 팀의 리더를 맡게 된 '잭'이라는 소년이 있다.

그는 능숙하게 사냥감을 쫓아 서슴없이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본능적인 사냥꾼이다.

비록 섬에 풍부한 과일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기름이 줄줄 흐르는 고기라는 유혹은 너무도 막강한 위력을 가진다.

잭은 사냥 능력으로 고기라는 선물을 제공함으로써 점차 자신의 세력을 불리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리더 격인 소년도 결국은 어린이인지라 제대로 통솔이 될 리 없고 끝없는 다툼이 일어난다.

아이들이 볼 때에는 구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고 고기는 '꼭 필요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너무도 달콤한 유혹'이다.

소라를 통해 회의를 소집하고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 의사를 결정하는 등 나름 민주적인 제도를 흉내 내던 아이들이지만 고기의 맛을 본 이들은 점차 민주성을 버리고 야만인과 같은 잭에게 동조하게 된다.

"너도 알지? 나는 너희들의 일부분이야.

아주 밀접하게 가까이 있는 일부분이야.

왜 모든 것이 그릇되게 돌아가고 모든 일이 현재의 이 모양으로 되었는가 하면,

그건 모두 나 때문이야."

(pg 225-226)

이 작품을 한국의 근현대사에 빗대본다면, 지금도 과거의 독재자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전후 폭삭 주저앉은 나라에서 민주니 자유니 하는 것들은 당장의 삶과 너무 거리가 멀고, 춥고 배고프던 시절 당장 고기를 구경할 수 있게 해준 그 시대와 인물들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이 작품 속 아이들보다는 훨씬 지혜로운 이들이 많아서 고기에 넘어가 스스로 민주성을 버리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 큰 위안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인간도 엄연한 동물인지라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경기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경기 부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리더들에게 표심이 몰리게 된다.

하지만 그 경기 부양이 언 발에 오줌을 누어 나중에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지는 않을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이 책의 후반부처럼 반대 세력을 절멸시키기 위해 삶의 터전을 모두 불태우는 어리석음도 물론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기대했던 것만큼(?) 잔혹한 내용이 많지는 않았고 서사가 쫀득한 느낌도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가 우화나 신화로 읽어달라고 했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어린 소년들을 통해 인간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역자 역시 '노벨상은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평가로 마무리하고 있는 만큼 과거 노벨상 수상자의 신랄한 인간 비판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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