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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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에는 일정 수준의 안타까움이 수반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관념적인지라 모든 죽음을 동일하게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보통은 죽음의 대상이 어릴수록, 선량할수록,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일수록 더 안타깝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안타까운 죽음의 모든 요건을 갖춘 대표적인 사례로 죽음을 앞둔 시점에 필생의 노력을 다해 이 책을 씀으로써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저자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으로 석사까지 받은 뒤, 삶과 죽음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쉽고 수익성 높은 과를 두고 생사와 직결되는 신경외과를 선택한다.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는 치열한 레지던트 생활이 마무리될 무렵, 그는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꽤 많은 인정과 기대를 한몸에 받는 기대주로 성장해 있었다.

그럼에도 결코 자만하거나 거만해지지 않고 어떻게 하면 환자들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의사였다.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수술에 성공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에는 큰 대사가 따랐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실패는 참기 힘든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pg 125)

성공이라는 인생의 트로피가 손에 잡히기 직전, 허리 쪽에 심상치 않은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그는 자신의 몸에 폐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도 의사인지라 자신의 병이 어떤 상태인지를 너무도 잘 아는 그는 치료 과정을 거치며 환자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절실히 체감하게 된다.

누구나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진정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중요하지 의사가 전날 몇 명의 환자를 만나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를 고려하기 쉽지 않고, 의사 역시 피곤에 찌든 상태에서 환자가 얼마나 고통으로 힘겨워하는지를 고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완벽을 향해 자신을 채찍질한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pg 143)

결말을 알고 보는 책은 재미가 없게 마련이지만 이 책은 저자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고 읽었음에도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책에 담긴 그의 진심이 아직도 유지될 수 있었다면, 그가 지금도 의사를 하고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까.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아내가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온 소회가 수록되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 책에는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 중요한 얘기를 꼭 전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했다.

(pg 252)

우리나라에서도 무려 100쇄를 찍었다고 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한 책이었다.

의사지만 문학도였던지라 문장 자체가 굉장히 감성적이고 번역도 깔끔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읽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읽은 후의 감상은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는 결국 죽음을 피해 가지 못한다.

사실 우리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치열했던 한 청년의 삶을 통해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과 곁에 있는 사람들의 감사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차와 함께 삶에 대한 진지한 사색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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