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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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종교가 없는 입장에서는 종교에 심취한 사람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인문학의 근원은 신학이었지만 이제 인문학은 죽었다고 말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 대신 과학이 우리의 삶의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그에 따라 종교의 위세도 많이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는 종교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전혀 믿지 않지만 종교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종교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이라는 종에게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기에 종교의 출발 역시 우리 인간만 가진 특성에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뇌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생각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뇌가 커졌다고 해서 변화무쌍하고 강력한 자연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자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보다 오래도록 안전하게 생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곧 종교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재미있게도 과거의 인간에게는 우뇌와 좌뇌에 서로 다른 의식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이때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좌뇌 입장에서는 우뇌의 의식이 마치 외부의 어떤 존재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참 종교가 퍼져나가던 시기에 이러한 현상을 겪은 사람들은 자신의 또 다른 의식이 곧 신의 명령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가설인데, 물론 당시 인류의 뇌가 보존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흥미로운 가설이라 생각했다.

이처럼 인류사에서 종교가 어떻게 기원했는지를 알아본 뒤 한국인들의 종교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여러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종교 시설의 수와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이 재미있다.

한국에는 인구수 대비 절이나 교회도 많은 편이고, 특히 고인돌 유적도 굉장히 많은 편인데 저자는 한국에 이렇게 종교 시설이 많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주체성 자기가 우세한데, 이런 성향이 고인돌(절, 서원, 교회) 건설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이웃 마을에서 100t짜리 고인돌을 세웠다고? 질 수 없지! 우리는 200t짜리를 세운다!"

비교에 민감하고 자기현시적인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은

하루 이틀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듯하다.

(pg 121)

마지막 주제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 종교들의 사례를 분석한 뒤 종교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종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망라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가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감을 해소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자명한 지금, 종교의 역할은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과거의 종교는 사람들이 의심을 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 중략 -

그러나 미래의 종교는 의심을 품는 자들을 포용해야 한다. - 중략 -

현대사회는 자신이 사는 세계에 끊임없이 의심을 품어왔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신자들의 끝없는 의심 속에서 다시 한번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pg 370)

300페이지 후반으로 꽤 두께감이 느껴지는 분량이지만 사진 자료도 많고 서술이 현학적이지 않아서 읽기가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저자 역시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특정 종교에 편향적인 서술은 눈에 띄지 않았으며(오히려 더 비판적이다.), 특히 각국의 무속신앙조차도 미신이라고 폄하하지 않는 등 오로지 학자로서의 객관성에 충실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크게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의 위세가 지난 역사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가 인간에게 주는 심리적, 사회적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동시에 수많은 갈등의 이유를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에 종교가 앞으로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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