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불멸의 명작이라 들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읽기 전부터 고립된 곳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은 알고 있던 터라 소년 몇 명이서 식량을 두고 배틀 로열을 벌이는 내용은 아닐까 예상했는데 그 정도로 단순한 스토리는 아니었다.
작품은 사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인 의문의 섬에서 시작된다.
이 섬에 모두 몇 명인지도 모를 다수의 소년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시착해 갇히게 된다.
가장 큰 아이가 12세 정도인 이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돕고 갈등하다 결국 분열하는 이야기라 보면 되겠다.
고립된 공간에서의 생존이라는 소재 자체는 근래까지도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많이 다룬 바 있지만, 대체로는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생존 게임의 형태를 띠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섬에는 풍부한 과일나무와 식수로 사용 가능한 물이 있고,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인 아이들에게 잡혀주는 어리숙한 멧돼지들도 있어서 언제 구조될지 모른다는 점만 빼면 기본적으로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생존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멧돼지를 한 번이라도 실제로 본 사람들이라면 초등학생이 아무리 많아도 나무 작대기로 그런 동물을 잡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등장인물 중 그나마 큰 아이들도 지금의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굉장히 어리기 때문에 생존 게임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다.
이들의 리더도 우연히 불면 큰 소리가 나는 소라를 발견한 '랠프'라는 소년이 맡게 된다.
그의 곁에는 안경을 쓴 '새끼 돼지'라는 별명의 소년이 있는데, 이 소년은 신체적인 능력은 부족하지만 리더를 도와 올바른 말을 잘 한다.
게다가 그가 쓴 안경으로 불을 피울 수 있게 되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두 인물의 핵심 과제는 불과 연기를 유지해 혹시 모를 구조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 랠프에게 대장 자리를 빼앗겼지만 사냥을 주도할 수 있는 사냥 팀의 리더를 맡게 된 '잭'이라는 소년이 있다.
그는 능숙하게 사냥감을 쫓아 서슴없이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본능적인 사냥꾼이다.
비록 섬에 풍부한 과일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기름이 줄줄 흐르는 고기라는 유혹은 너무도 막강한 위력을 가진다.
잭은 사냥 능력으로 고기라는 선물을 제공함으로써 점차 자신의 세력을 불리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리더 격인 소년도 결국은 어린이인지라 제대로 통솔이 될 리 없고 끝없는 다툼이 일어난다.
아이들이 볼 때에는 구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고 고기는 '꼭 필요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너무도 달콤한 유혹'이다.
소라를 통해 회의를 소집하고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 의사를 결정하는 등 나름 민주적인 제도를 흉내 내던 아이들이지만 고기의 맛을 본 이들은 점차 민주성을 버리고 야만인과 같은 잭에게 동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