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다정한 이웃들 걷는사람 소설집 19
임성용 지음 / 걷는사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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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몇 년 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포착해 재미난 이야기로 엮은 '기록자들'이라는 단편집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늘 지하를 향한다던 저자의 고백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었는데 이번에 그의 새로운 책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 책 역시 단편집으로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중 첫 두 작품은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시작을 여는 '우리의 다정한 이웃들'과 '두더지'라는 제목의 두 작품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빨갱이' 사냥을 다루고 있다.

강박적으로 온 동네의 틈이란 틈은 다 막고 다니는 한 남자가 왜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섬뜩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인데, 이 두 작품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몰입감이 좋았다.

짧은 작품임에도 고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는지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맞아도 사람은 죽지 않는구나. 아닌가? 안 죽을 만큼만 때리는구나. - 중략 -

안 죽게 때려 주니 고맙구나. 고마운 사람이구나.

(pg 57)

중반쯤에 수록된 '안녕 미미시스터즈'라는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으로 한 여학생이 투신자살이라는 결말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외면하는 대다수의 학생들과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 어떻게든 사태를 넘겨버리고 싶은 학교라는 학교 폭력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결코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분명 저자가 지어낸 이야기일 텐데 언젠가 뉴스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것은 그만큼 그의 이야기가 현실을 투명하게 잘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급하지 않은 그 밖의 작품들에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이라는 것의 다양한 형태를 만나볼 수 있다.

국가에서, 사회에서, 세대 간에, 이웃 간에 우리는 크고 작은 폭력들을 목격할 수 있다.

저자가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듯이 폭력이란 꼭 신체적인 고통을 가하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걱정이라는 탈을 쓰고 타인의 상처를 자꾸 헤집는 행위 역시 폭력이다.

그렇게 크고 작은 폭력들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 그나마 덜 고통스러운 픽션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작품을 자주, 많이 발표하는 작가는 아닌지라 오랜만에 저자의 작품을 만나본 느낌이다.

읽었던 두 책 모두 강하게 인상이 남아서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부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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