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가 알려주는 증명의 함정 - 팩트가 통하지 않는 시대, 진실을 가려내는 과학적 방법
애덤 쿠차르스키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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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만으로는 딱히 읽고 싶지 않았을 것 같은데, '팩트가 통하지 않는 시대, 진실을 가려내는 과학적 방법'이라는 부제를 보고 읽고 싶어진 책이다.

수학자가 쓴 글이므로 쉽지 않으리라 각오는 했지만 그럼에도 얼마나 이해하고 책을 덮었을지 확신이 잘 가지는 않는다.

먼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수학뿐 아니라 법학, 정책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무언가를 증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루고 있다.

흔히 과학적으로 연구한다고 하면 먼저 어떤 가설을 세운 후 그 가설이 맞는지 실험을 해야 한다.

실험을 함에 있어서도 실험군과 대조군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어야 하며 그렇게 얻어진 결과가 재현 가능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붙게 마련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조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그 결과가 사실에 가깝다고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모든 절차들을 다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책에 수많은 예시가 나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낙하산' 예시다.

낙하산은 그 효과가 위의 절차대로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단 효과 측정을 위해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실험군과 메지 않고 뛰어내리는 대조군으로 나누어 실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또 굳이 그러한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는 낙하산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해를 위해 다소 극단적인 예시를 든 것이기는 하나, 이것과 동일한 논쟁이 코로나 시절 마스크 효과에 대한 논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심각한 전염병 상황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마스크를 쓴 쪽과 쓰지 않은 쪽으로 나누어 실험을 한 뒤 그 효과를 증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문제는 이렇게 실험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효과가 과소 또는 과대평가됨은 물론, 논쟁이 끝나지 않고 되풀이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임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명확하지만, 그 증명의 수준을 항상 높은 수준으로 추구할 수는 없다는 정도의 메시지가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팬데믹에서 기후 변화, 적대적 AI에 이르기까지, 재앙이 닥친 후에야 입증이 이루어진다면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pg 356)

게다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처럼 보이는 사실들도 이론 자체의 변화 가능성은 물론이고 절차나 결과가 가공된 실험, 연구자들의 이해관계(특히 연구비의 출처) 등으로 인해 얼마든지 오염된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부정을 더 폭넓게 바라보면 상황은 더욱 모호해진다.

한쪽 끝에는 거짓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를 발표하는 명백한 사기 행위가 있다.

반대쪽 끝에는 학술지에 발표하거나 연구지 지원을 할 때 결과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것

처럼 사실이지만 세심하게 만들어진 주장이 있다.

그리고 이 스펙트럼의 가운데에서 우리는 과학에서 가장 해로운 결함 중

상당수를 찾을 수 있다.

(pg 261)

물론 저자 역시 책 후반부에 여러 연구 부정 사례들을 인용하며 철저한 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94%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약이 사실은 97%의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계속해서 실험을 반복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를 저자는 묻는 것이다.

일군의 네덜란드 저자들이 쓴 '과학 논문 작성 기술'이라는 논문은 1,500번 이상 인용됐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런 논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학술적 글쓰기 문체 지침서의 일부로, 참고 문헌 형식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연구자가 자신의 논문에 그 글을 인용했다.

(pg 260)

조직생활을 하다 보니, 또 결정사항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얼마나 부담스러워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믿음직해 보이는 결과물이나 수치에 기대어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 하게 마련이라는 점에는 공감이 된다.

하지만 결정이라는 무게를 온전히 부담할 과학적 수치나 결과물은 그리 쉽게 도출되는 것이 아니며 연구자들도 그 사실을 알다 보니 점점 더 책임을 회피하는 언어를 쓰게 된다고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전반적으로 쉬운 책은 아니었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역사 속 사례부터 코로나19 등 우리 삶에 밀접한 사례까지 굉장히 많은 사례를 들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보다 나은 통찰을 발견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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