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시리즈,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CNC 미디어 발간. 


소설 『링』을 처음 본 게 언제였을까. 아마 2000년대 초반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첫 권을 읽을 때는 이미 영화 「링」이 한창 인기를 끌고 난 후였다. 공포영화는 좋아하지 않아서 영화 버전은 보지 않았지만 소설은 어떻게 읽을 만한 것 같아 집어 들은 것이 마지막 권인 『링0 -버스데이-』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십 몇 년이 지나 책장을 정리하면서 오랜만에 『링』 시리즈를 다시 펴봤다. 『링3 -루프-』가 내게 안겨줬던 감정 때문에 언젠가 다시 읽어보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ㅠㅠ 


시간이 꽤 지나서 다시 보니 굵직한 내용은 기억해도 전반적으로는 새로 접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링』의 기본 설정은 워낙 유명하니 개인적인 감상만 나열해볼까 한다. 


『링 -바이러스-』와 『링2 -스파이럴-』은 지독한 공포물이라기보다 약간 섬뜩한 추리물에 가깝다. 그래서 내 상상력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고 또 과학적인 설명과 논리적인 흐름이 적절히 버무려져 글이 계속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공포물에 약한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수준이랄까. 


『링3 -루프-』는 『링』 시리즈 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본 책으로, 세계관 자체가 아예 뒤집혀서 SF물이 되었는데 이쯤 되어서는 공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책은 『링 -바이러스-』와 『링2 -스파이럴-』의 문젯거리가 어디로부터 왔고 그 근원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나는 앞선 두 권이 안겨주는 어딘가 찜찜한 느낌, 링 비디오 테이프의 장면 묘사가 주는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링3 -루프-』가 해소해준 것 같아 고마웠다. 단,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과연 우리가 사는 세계는 진짜인가?' 라는 답을 구할 수 없는 의문이 함께 뒤따라왔다. 


『링0 -버스데이-』는 앞서 나온 세 권과 연결되는 이야기 세 편을 담은 외전격(?) 작품인데 궁극적으로는 『링3 -루프-』의 결말을 확인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이다. 


DNA, 유전자, 염색체 따위의 과학 용어가 세간에 널리 알려지고 인기를 얻었던 20세기 말에 공포물로 호평을 받은 『링』 시리즈지만 공포, 추리, 의학, 과학, SF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결과적으로 마음에 남는 것은 놀랍게도 공포가 아니라 『링 -바이러스-』부터 『링0 -버스데이-』까지 줄곧 등장하는 한 인물의 삶이다. 실천은 좀 늦었지만 언젠가 꼭 다시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필시 그를 향한 안타까움과 슬픔, 고마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다시 읽어보면서도 나는 그가 안타까웠고 슬펐다. 


링 시리즈는 2018년에 황금가지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되었다. 4권 세트나 낱권으로 구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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