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월에 국내 개봉했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소설판. 작가 후기를 보면 영화를 제작하는 중에 소설판이 나오게 되어 어느 쪽이 원작인지 좀 애매하다는 설명이 있다. 


* 소설의 흐름과 내용은 기본적으로 영화판과 같다. 다만 애니메이션이 인물들을 대체로 객관화하여 보여준 것과 달리 소설은 주인공인 타키와 미츠하의 1인칭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런 특징 덕분에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많아져 영상 버전과 꽤 다른 인상을 받게 되는데, 특히 미츠하가 쌀을 씹어 구치카미사케를 만드는 부분이 재미있다. 미야미즈 신사의 각종 행사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사춘기 소녀의 괴로운 심정(달리 말하면 혐오?)이 좀 더 자세하게 혹은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달까. 도시의 풍경 묘사도 좋았다. 이미 모든 것이 이미지화된 작품이라서 외적인 장면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쩐지 애니메이션에 밀릴 것 같지만, 읽다 보니 전철 밖에 비치는 도심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져 저자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글에도 꽤나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원어를 우리말로 잘 옮긴 번역가의 공도 클 것이다. 


* 애니메이션을 두세 번 봤던 터라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었으나 엔딩으로 갈수록 느껴지는 여운은 소설 쪽이 더 깊었다. 소설 초입부와 엔딩에서 화자인 두 주인공이 문단마다 번갈아 나오면서 '나'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또 처음과 끝이 어떻게 이어지는 것인지 잠시 생각할 필요가 생기는데, 이것도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설만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 이미 크게 히트한 작품이고 결과적으로 영화를 봤기 때문에 책을 읽은 것이지만, 만약 애니메이션 대신 책을 먼저 접했다면 이 독특한 스토리와 세밀한 장면 묘사가 어떻게 다가왔을까 하는 의문과 아쉬움도 있었다. 영상 이미지를 모르는 채로 소설을 봤다면 또 나름의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 2016년 여름에 일본에서 이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같이 일하는 출판사를 통해 판권 문의를 했는데 그때는 이미 한참 늦은 상태였다. 그 판권을 산 곳은 다름 아닌 대원씨아이였고, 만화와 라이트노벨을 많이 내는 출판사인 만큼 당시에 다른 곳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을까 싶다. 


* 권말에 붙은 작가 후기와 해설도 꼭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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