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정요 (양장 합본)
나채훈 지음 / 씽크뱅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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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페이지의 책을 읽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잘 알지 못하고, 어려운 내용이라면 중간에 포기해야할 수도 있지만, 관심분야이거나 재미있으면 마지막페이지까지 나갈 수 있다. 천 페이지에 이르는 책 중 전공서 외에는 단행본으로 된 책을 접해 본 일은 적은데 < 정관정요 >(씽크뱅크, 2009)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2007년에 5권으로 나온 후, 단행본으로 엮어진 듯 하다. 친구에게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다섯 권짜리를 읽은 듯 했다. 같은 영화를 본 사람들은 많지만, 이렇게 장편을 읽은 사람은 만나기 힘든데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이틀 동안 이 책을 읽으며, 역사소설의 그 장대함을 맛봤다.
[태위, 상서령, 동남도 대행 태군 원수 위국공.
한마디로 국무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261p
당시에 사용된 여러 용어와 한자들이 등장하지만, 저자가 적절히 현시대에 맞게 풀이해 줘 바로바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옛이야기를 서술식으로 전개하고 있어 다큐멘터리의 해설자가 말하는 듯하는 필체다. 역사 현장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인물들의 대사와 저자의 말로 전하고 있어 압도적인 분량이지만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국내 사극에는 전쟁 이야기나 궁중의 다툼이 좋은 소재가 된다. 이 책에서도 영토 확장이나 왕위 다툼, 왕비와 희빈의 미묘한 관계가 다뤄진다. 당태종의 등극과 측천무후의 등장이라는 가장 흥미진진한 때의 시대라 역시 방대한 분량에 담겨질만 한 것이다. 한반도의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넘어가는 때와 맞물려, 수나라나 당나라가 한반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환관들은 또한 중요한 국사, 궁중의 모든 일에 대하여 소름끼칠 정도로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정치적인 비밀에서부터 비빈이나 궁인 개개인의 대수롭잖은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559p
개그프로그램에서도 심심찮게 재미를 주는 환관은 매우 천한 직급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궁중의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교육부터 시중까지 불침번이나 청소, 사육까지 모든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런 흥미로운 정보를 포함해 부록의 고구려-당 전쟁사가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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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 - 아직 어른이 되기 두려운 그대에게 건네는 위로, 그리고 가슴 따뜻한 격려
정희재 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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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생텍쥐페리의 책 어린왕자를 읽은 건 인천으로 이사하고 나서 신협에서 도서 대여 서비스를 해줄 때 였다. 유명한 책이라 소장할만도 했지만 백과사전이나, 위인전 시리즈만 집에 있었지 단행본은 없었다. 그래서 단행본은 어린 시절 자주 접하진 못한 것 같다.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도서관을 통해 단행본들을 만나, 그 때부터 이런 류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시절 어린왕자를 보며 난 무엇을 느꼈을까? 지금도 집에가면 어린왕자에 씌여졌던 상식들이 노트에 적혀져 있을 것이다. 지구에 관한 통계들인데, 세계 국가들의 수라던가 인구에 관한 내용으로 당시 나에게 흥미를 줬던 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수에 관심을 가졌지,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읽지는 못했다. 도서 < 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 >(지식의숲, 2011)는 어린왕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세심한 설명과 저자의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준다. 어린시절 읽었던 책을 근 20년동안 잊고 지냈는데, 어린왕자의 마음을 알게 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고장 난 엔진의 분해를 서둘러야 했기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단숨에 아무렇게나 상자를 하나 그려 주며 말했다.
"네가 갖고 싶어하는 양은 바로 이 안에 들어 있어."] 27p
어린왕자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추상적으로 그렸듯이, 어린왕자와 수준이 맞으려면 그가 원하는 걸 그려줄 때, 상상할 수 있도록 모든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세상은 갈 수록 구체화하려 하고 모든 걸 수로 표현하려 한다. 그래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도 합격, 불합격에서 숫자로 된 점수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 사람을 연봉으로 평가하고, 외모를 키로 산정하는 일은 상상력이나 창의성을 저하시킨다. 아이들의 그림은 매우 추상적이다. 그만큼 창의적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알아볼 수 없다는 말로 더 구체적으로 그리길 원한다. 만일 피카소가 추상화를 그리지 않고 구체적인 사물이나 인물을 그렸다면 과연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피카소도 아이들처럼 창의적인 추상화를 그렸던 것이다. 자세히 알려주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사고에 갇혀있는 나. 어린왕자와 반대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없는 공간에 묶여있는 나는 사회에서 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어른의 생각만 하는 지금, 어린왕자는 소행성에서 떠날 때 처럼 이런 말을 하고 나를 지나쳐 버리겠지.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나도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지도 모른다. 어린왕자가 여행중에 발견한 술꾼. 그는 잊기 위해서,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나는 자신의 가식을 잊고 상대방에게 숨김없이 말하기 위해 마신다. 또한 힘든 일을 잠시 잊고 즐거움을 느끼려는 생각에서 마신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어린시절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술꾼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한다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의 인정. 주말, 주일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기전에 이부분을 읽게 되었다. 어린왕자가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너는 정말 이상해'
[어쩌면 지리학자도 변하는 것들을 보는 것에 지쳐 서재에만 머물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탐험가가 내미는 돌멩이만 보고도 먼 산의 바람과 강, 바다, 그리고 사막의 별빛 같은 것을 꿰뚫게 됐는지도. 그게 아니라면 현실과 부딪치기 두려워하는 겁쟁이일지도 모르겠다.] 160p
지인에게 내가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자전거를 탄다고 하자, 왜 그런 일을 하냐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직접 가서 보나, 인터넷으로 보다 같다는 얘기다. 난 그래도 직접 갔다. 자전거를 배에 싣고 섬으로 들어가며, 새들의 날개짓과 바다내음을 맡으니 대자연의 신기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이 실제인지 조작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직접 가서 확인한다는 쪽이 더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체험속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누군가가 편집해 놓은 가공된 정보만 보는 건 창문으로 한정된 곳만 바라보는 것과 같다. 미국인 중에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방문 없이 자료를 통해서만 쓴 사람이 있었다. < 국화와 칼 >(을유문화사, 2008)은 저자의 번역서인데, 그는 어린왕자에 등장한 지리학자와 유사하다. 이 책으로 혹평을 받았는데,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어떻게 방문하지 않고 인터뷰와 자료를 통해서만 저술할 수 있었을까? 지리학자는 신뢰성 있는 정보 수집을 위해 추궁하고, 확인한다. 그런면에서 네티즌들은 진정한 지리학자이다. 검찰보다 수사에 능한 탐정들. 그들이 현장에 직접 가지않고도 어떻게 그렇게 실감나는 정보를 만드는지 신기하다. 사실보다 더 사실같은 정보를 만드는 지리학자들은 이 시대의 거짓말쟁이들이다.
어린왕자가 만났던 왕, 지리학자, 술꾼, 허영꾼 등은 모두 이 시대의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는 인간들의 전형을 그리고 있다. 나는 이제야 그걸 이해하고 있고. 시의 해설을 읽는 건 독자의 상상력을 침해할 수 있다. 각자가 느끼는 서로 다른 생각을 방해할 수 있다. 어린왕자도 시로 본다면 매우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도 추상적이어서 아니면 순수한 눈으로 내용을 읽으 수 없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 어린왕자 내용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설명의 구성은 정말 친절하다. 설명을 읽기 전에 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고, 그런 상상 후에 저자의 해설과 경험, 교훈을 들으며 비교해볼 수 있다. 책의 2/3 정도 읽었는데, 다 읽기가 두렵다. 어린왕자의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해버리면 어린왕자와 대화하기 위해 다가가고 싶어질 것만 같다. 그러면 나는 세상의 이치와 충돌하는 나를 보며 괴로워하고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지리학자가 되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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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힘 -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는 마지막 1%의 힘
애덤 잭슨 지음, 장연 옮김 / 씽크뱅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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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책의 힘 >(씽크뱅크, 2009). 제목과 두께를 보고,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뚜꺼운 책도 소화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한 도서라 생각했다. 그런데, 구성과 서문을 보며 잘 못 판단했음을 알았다. 이 책은 돈, 건강, 사랑, 행복을 주제로 한 4권을 한 데 묶은 책으로, 주인공은 한 노인에 의해 열 사람을 만나, 풍요로운 돈, 건강, 사랑, 행복에 가까워진다. 돈이 맨 앞에 나와 < 시크릿 >(살림Biz, 2007)처럼 마인드 컨트롤과 관련돼 보이기도 했지만, 건강 부분의 의학적인 내용은 전문성을 보여줬다. 중국 노인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열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데, 그들을 만나 진실을 깨닫게 되는 주인공에게서 공감을 많이 느꼈다.
["이것을 창조적인 시각화"라고 하죠. 이 과정은 목표가 어떤 것이든 이미 얻었다고 상상하는 것이죠. 예컨대 어떤 집에서 사는 것이 목표라고 하면 스스로 그 집에서 살고 있다고 상상하는 거예요.] 67p
'창조적인 시각화'는 여느 자기계발서와 유사하다. 곧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자신감과도 연결이 되는데, 성취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처럼 이미, 성취했다는 마음으로 목표에 도전하면 여유있게 접근 가능하다. '사랑', '행복' 부분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데, 역시 실천의 중요성이 계속 부각된다. 자신감이 없어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감과 용기를 주는데는 '창조적인 시각화'가 필수이고, 생각만하고 시도하지 않기 보다는 생각없이 시도하거나 성공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도하는게 필요하다.
["사랑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명심하게. 거절과 고통의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지.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네에게 마음을 열 거야. 가령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이 먼저 움직이기만을 기다린다면 우린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나.] 393p
이성간의 사랑 말고도 가족, 친구간의 사랑에서 먼저 다가가는게 필요하다. 거절과 고통의 위험 때문에 말붙이기를 망설이고,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해주길 기다리기만 하면 누구하고도 교류할 수 없다. 세상은 그런면에서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변화시켜 진행하게 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너무 붙임성이 강하면, 일부가 수동적이 된다. SNS가 발달해 온라인으로 친구만들기는 매우 편리해졌다. 그러나 이 영향으로 오프라인으로는 더 힘들어진 것 같다. 통화보다 문자를 선호하듯, 직접적인 대면이나 대화보다는 글을 통한 의사소통이 많아진 것이다. 인간적인 교류는 대면해서 말하고, 스킨십을 하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기기를 통해 문자로 주고받는 일은 기계와 대화하는 거와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관계는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해 주지요. 기쁨을 나눈다면 몇 배의 기쁨을 얻을 것이며, 문제점을 나눈다면 그 문제점은 훨씬 가벼워질 거예요.] 599p
도서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은 '관계'라 생각한다. 노인이 열 사람의 연락처를 준 것도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깨달음을 얻기 바래서였다. 책에서 40여명의 사람을 만나 네 가지 주제의 세부 경험들을 통해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건강 부분에서 환경을 정리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할 수 있는 연륜있는 등장인물의 조언도 효과적이었다.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명약인 '웃음'을 실천하는데에는 별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달은 '책의 힘'으로 풍요롭게 마무리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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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를 부탁해
주한나(새퍼 양파) 지음 / 인사이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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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의 NullPointerException 뭐 이런 천하에 쓸데없는 에러 메시지라 할지라도 뭔가 피드백이 있어야 상대방이 어떻게든 대처를 하고, 다음부터 '이런 에러가 날 때는 이런 예외 처리' 구문도 넣을 수 있을 것 아닌가.] 73p  

다른 언어를 디버깅하면, 어떤 라인에 대략 무슨 에러가 있다는게 알려지는데, Java는 NullPointerException가 있어, 당췌 뭘 어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뭐, 잘 못했다는 건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처리할 수 있을텐데, 저자도 쓸데없는 에러 메시지라 표현한 만큼 나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 의욕이 넘치는 건 알겠는데, 회사 입장에서 당신은 '혹시나 나중에 도움 될까 싶어 들여와 본 저가 노동력'이다. 첫 여섯 달 정도의 월급은 손해 본다 치고 불러온 것이므로 당장 대단한 거 바라지 않는다.(바란다면 사장이 도둑놈이다) 조용히 앉아서 일 배우고, 자잘한 거 도우면서 있으면 된다. 이럴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수는 대단한 거 맡아서 한다고 설치다가 대형사고 쳐주는 거다.] 144p~145p 

난 3개월 동안 본사에서 프로젝트 투입을 기다리며 교육을 받았다. 뭐, 실제로은 한 달 정도 였고, 나머지는 대기 또는 잡일에 시간을 들였다. 6월 초부터는 직접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으니, 회사로서도 완전 손해는 아니다. 그런데, 신입으로 온 '저가 노동력'이라고 생각하니 내 자신에 대해 실망스러웠지만, 다른 신입도 같다고 생각하며 위안하고 있다. 아무튼 신입은 6개월 정도 잉여가 당연한 것이니 입사 6개월까지는 걍 있어도 됨을 잘 알았으면 한다. 

[* 홈페이지 몇 개 만들어 보니까 쉽더라, 나도 IT 쪽 해 볼까? 
-> 나 우리집 애들 머리 자를 수 있는데 이대 앞에 미용실이나 크게 차려볼까? 
* 나 컴퓨터 좀 다룰 줄 알아서 주이에서 이것저것 부탁하는데 나도 IT 쪽 해 볼까? 
->나 음악 선곡하는 거 센스 있다고 칭찬받는데 작곡이나 해볼까? 

뭐 대강 감이 오시리라 믿는다. 또 IT의 나쁜 점이라면, 끊임없이 배우고 머리를 써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대학교에서 몇 년 열심히 공부한 걸로 평생 써먹기가 통하지 않는다. '자격증 따면 끝이다?' 안 된다. 실제로 20대 중반에 공부 시작해서 프로그래밍 자격증을 따 억대 연봉을 바라는 것은 운전면허 있으니 자동차 설계를 해서 떼돈 벌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171p 

정말 적나라하게 잘 비교했다. 나도 한 때, 이런 생각을 하고 접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삽질을 많이 해보다 보니 미용실 차릴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잘한 일, 예를 들자면 지인을 위한 출장서비스 등은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다. 물론 골목이나 산동네에 카트끌고 올라가기, 공공근로사업 투입 정도는 하고 있지만, 이 글을 읽으니 내 수준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한 지 좀 됐다 하더라도 쉽게 월급을 올려 주지 않는다. 혹시 관둘까봐 조금 더 줄진 몰라도, 일 잘한다고 칭찬하는 등 최대한 립서비스로 때우지 돈으로는 주려 하지 않는다. 계속 손해보는데 왜 주겠는가. 이것을 이해하는 순간 '안 알아줌'에 대한 당신의 서러움은 시장 경제에서 최대한 효과적으로 경쟁하는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 185p 

내가 입사한 회사에서 나를 뽑고나서 대충 계산해 보면, 그리 손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출장이 올해 나의 할 일을 다 한 것이 되고, 이 후 투입은 회사에 남는 장사다. 내년에는 예의상 월급을 조금 더 올려주겠지만, 여기서는 그리 많이 바라지 않을 수 있게 참 좋은 말을 해줬다. 나도 내 시간을 많이 갖고, 돈은 적당히 받기로 생각했다. 여가 시간을 좀 더 유익하게 활용하면 되니까. 

남아공에서 영국으로 간 이야기가 뼈와 살이 되는 내용이고, 앞 단의 흥미를 끄는 내용은 걍 서론일 뿐이다. 연얘 이야기는 재미를 위한 부분이니, 뭔가 얻으려 하지만 않는다면 이 책을 끝까지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겠다. 

삽화도 꽤나 재미있고, 교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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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라면 무조건 써먹는 경제상식 - 취업과 창업, 경제독립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경제상식
김종선 지음 / 팬덤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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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에 작은 부스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로또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모양이다. 사행성 사업이 줄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나는 오래 전 몇 번 사보다가 도박적 성격의 복권은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내 주변 사람의 80%는 복권을 사는 것 같아 불로소득을 조장하여 사업을 하는 국가에 반감이 든다. 복권은 재테크가 아니다. 복권은 도박일 뿐이다. 진정한 재테크는 주식, 펀드, 적금, 보험, 자기계발이다.
20대부터 쉽게 돈을 벌려고 한다면 30대, 40대가 되어서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20대에는 20대답게 경제지식을 바탕으로 한 재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20대라면 무조건 써먹는 경제상식 >(팬덤북스, 2011)을 읽으면 도박보다 유익한 재테크를 할 수 있다. 취업, 창업, 세금, 보험, 소득신고, 대출과 보증, 주식 투자, 부동산까지 모든 경제상식을 알려준다.
[주변에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으려는 고마운(?) 지인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본인의 카드나 전화번호로 대신 발급받아 두도록 하자. 혹시 현금영수증 복권에 당첨되어 횡재라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부터는 로또를 사지 말고 현금영수증을 발급받는데 전념하도록 하자.] 119p
나는 주로 카드 결제를 선호하며, 현금은 되도록 안 쓰려고 한다. 현금을 쓸 때, 현금영수증까지 챙기는 일은 익숙치 않기 때문에 생략하는데, 이제는 현금영수증 카드도 만들고 휴대폰 번호 등으로 현금영수증 처리를 해달라고 해야겠다. 13번째 월급인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받으면 또 한 번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정당한 소비활동을 하면서 상인들에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소매상들에게는 카드 결제가 미안해 현금으로 하고 있는데, 수입만큼 소득신고를 하지 않게 하므로, 역시 좋지 않다. 그들이 적게 신고하도록 만들어 주는게 더 나쁜 일이라 생각하니, 전혀 미안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나의 소비도 투명하고, 상인들의 소득도 투명해 지는 것이다.
[인락문구를 반드시 기재하는 것이 좋다. 인락문구라는 것은 “정해진 기간 내에 돈을 갚지 않으면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해도 좋다”라는 문구를 말하는데 조금은 매정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막상 더 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꼭 기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159~161p
얼마 전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아무런 증서 없이 통화와 문자만으로 이루어졌다. 요즘은 사기가 많아서 직접 대면해서 물어봐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사정이 여유치 않아 그렇게 되었다. 해결이 잘 되어서 금방 돌려받았지만, 정해진 기간보다 길어졌다면, 혼자 답답한 마음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 똥파리 >, < 수상한 고객들 >, < 카운트다운 >에서는 채권 추심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이 주인공이고, 영화 < 푸른 소금 > 에서도 대출 때문에 쫓기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영화 소재에 거의 빠지지 않는 대출은 우리 사회에 넓게 퍼져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은행권의 대출도 포화상태이고, 제3금융권도 위기설이 나오며, 대부업체게 판치는 이 때, 개인 거래는 만연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개그콘서트 한 코너에서도 차용증을 작성하는 내용이 개그 소재로 사용되어 웃음을 주었는데,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자세히 설명해 줄 때 잘 듣고 이행해야 한다.
책의 제목이 ‘20대라면...’이라고 나오는데, 이 책은 20대에 알아야 30, 40대에 쓸 수 있는 경제상식이다. 20대에는 사회 진출이 빠르지 않는 한 금융거래가 적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를 위해 경제상식을 익혀두면 정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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