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를 부탁해
주한나(새퍼 양파) 지음 / 인사이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자바의 NullPointerException 뭐 이런 천하에 쓸데없는 에러 메시지라 할지라도 뭔가 피드백이 있어야 상대방이 어떻게든 대처를 하고, 다음부터 '이런 에러가 날 때는 이런 예외 처리' 구문도 넣을 수 있을 것 아닌가.] 73p  

다른 언어를 디버깅하면, 어떤 라인에 대략 무슨 에러가 있다는게 알려지는데, Java는 NullPointerException가 있어, 당췌 뭘 어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뭐, 잘 못했다는 건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처리할 수 있을텐데, 저자도 쓸데없는 에러 메시지라 표현한 만큼 나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 의욕이 넘치는 건 알겠는데, 회사 입장에서 당신은 '혹시나 나중에 도움 될까 싶어 들여와 본 저가 노동력'이다. 첫 여섯 달 정도의 월급은 손해 본다 치고 불러온 것이므로 당장 대단한 거 바라지 않는다.(바란다면 사장이 도둑놈이다) 조용히 앉아서 일 배우고, 자잘한 거 도우면서 있으면 된다. 이럴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수는 대단한 거 맡아서 한다고 설치다가 대형사고 쳐주는 거다.] 144p~145p 

난 3개월 동안 본사에서 프로젝트 투입을 기다리며 교육을 받았다. 뭐, 실제로은 한 달 정도 였고, 나머지는 대기 또는 잡일에 시간을 들였다. 6월 초부터는 직접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으니, 회사로서도 완전 손해는 아니다. 그런데, 신입으로 온 '저가 노동력'이라고 생각하니 내 자신에 대해 실망스러웠지만, 다른 신입도 같다고 생각하며 위안하고 있다. 아무튼 신입은 6개월 정도 잉여가 당연한 것이니 입사 6개월까지는 걍 있어도 됨을 잘 알았으면 한다. 

[* 홈페이지 몇 개 만들어 보니까 쉽더라, 나도 IT 쪽 해 볼까? 
-> 나 우리집 애들 머리 자를 수 있는데 이대 앞에 미용실이나 크게 차려볼까? 
* 나 컴퓨터 좀 다룰 줄 알아서 주이에서 이것저것 부탁하는데 나도 IT 쪽 해 볼까? 
->나 음악 선곡하는 거 센스 있다고 칭찬받는데 작곡이나 해볼까? 

뭐 대강 감이 오시리라 믿는다. 또 IT의 나쁜 점이라면, 끊임없이 배우고 머리를 써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대학교에서 몇 년 열심히 공부한 걸로 평생 써먹기가 통하지 않는다. '자격증 따면 끝이다?' 안 된다. 실제로 20대 중반에 공부 시작해서 프로그래밍 자격증을 따 억대 연봉을 바라는 것은 운전면허 있으니 자동차 설계를 해서 떼돈 벌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171p 

정말 적나라하게 잘 비교했다. 나도 한 때, 이런 생각을 하고 접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삽질을 많이 해보다 보니 미용실 차릴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잘한 일, 예를 들자면 지인을 위한 출장서비스 등은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다. 물론 골목이나 산동네에 카트끌고 올라가기, 공공근로사업 투입 정도는 하고 있지만, 이 글을 읽으니 내 수준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한 지 좀 됐다 하더라도 쉽게 월급을 올려 주지 않는다. 혹시 관둘까봐 조금 더 줄진 몰라도, 일 잘한다고 칭찬하는 등 최대한 립서비스로 때우지 돈으로는 주려 하지 않는다. 계속 손해보는데 왜 주겠는가. 이것을 이해하는 순간 '안 알아줌'에 대한 당신의 서러움은 시장 경제에서 최대한 효과적으로 경쟁하는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 185p 

내가 입사한 회사에서 나를 뽑고나서 대충 계산해 보면, 그리 손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출장이 올해 나의 할 일을 다 한 것이 되고, 이 후 투입은 회사에 남는 장사다. 내년에는 예의상 월급을 조금 더 올려주겠지만, 여기서는 그리 많이 바라지 않을 수 있게 참 좋은 말을 해줬다. 나도 내 시간을 많이 갖고, 돈은 적당히 받기로 생각했다. 여가 시간을 좀 더 유익하게 활용하면 되니까. 

남아공에서 영국으로 간 이야기가 뼈와 살이 되는 내용이고, 앞 단의 흥미를 끄는 내용은 걍 서론일 뿐이다. 연얘 이야기는 재미를 위한 부분이니, 뭔가 얻으려 하지만 않는다면 이 책을 끝까지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겠다. 

삽화도 꽤나 재미있고, 교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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