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2011년 마지막 날에 정리하는 책이야기, <채홍>이다.

언론에서 많이 접하고 미실로 많이 알려진 김별아 님의 신작 소설, 채홍이 너무 궁금했었다.

<조선왕조실록> 유일의 왕실 동성애 스캔들이라는 점이 주목을 끌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세종의 며느리 순빈 봉씨의 정념과 탈주라는 글이 더 이목을 끌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역사는 사랑을 기록하지 않지요. 아니, 애초에 못하지요.

그래서 사랑은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입니다." 라는 글귀가 내내 여운으로 남았다는게

더 큰 감흥이었다.

소설은 내게 역사를 들추어본다는 것도, 사랑을 기록했다는 것도 아닌

훌륭한 작가의 멋진 필력 솜씨였다.

난분분히, 교군꾼,햇살이 괴괴하게 흐르는, 기연가미연가,고신, 직첩, 허청허청, 곰파고 들자면,

밑두리콧두리, 바투지 못한다는 것, 듬쑥하다, 구꿈맞은, 어여머리, 곁마기, 거들지가, 당달봉사,

바투, 밴대질, 괘괘뗀 후, 끼트린, 생게망게,저축저축한, 뒤재비꼬았다, 간부간부, 섬섬옥수, 등황색............

내가 알뜻도 모를뜻도 한 낱말도 많았고, 어려운 한자어도 많았다.

(나는 여기서 또 한번 나의 무지함을 느꼈으나, 검색하고 사전 찾아보는 재미도 좋았었다.

밑줄 긋고 책장 접어두고 메모하고...)

*세종의 며느리도, 세자빈의 허울보다도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바랬던 순빈 봉씨의 마음이 잘 나타난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 듯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에 목숩을 거는 인생이 가련타!

사랑이 무언가? 고작 몸의 욕망 그리고 마음의 위안이 아닌가? 하지만 그토록 비루한 몸의

욕망, 알량한 마음의 위안을 떼어버리면 사람의 한살이에 남는 것은 또 무언가? (48쪽)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나요? 조상신이 지켜주지 못하고 숫백성이 걱정할 리도 없는

나라는 한 여인, 한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어디에 있나요?' (122쪽)

너무나 행복해지고 싶었기에 불행한가 보다. 너무도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기에 외로워졌나 보다.

하지만 겹겹이 문으로 막은 깊은 궁궐 안에 철저히 고립된 봉빈에게 그 불행감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방도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가장 쉬우면서 유일하다시피 한 방법이 술, (206쪽)

하지만 사람들은 배가 고플 때 먹고 졸음이 쏟아질 때 자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하지 못함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울음을 참고 웃음을 잃어도 당장 죽지 않으니 마음의 굶주림과 기진은 헐후히 넘긴다. (238쪽)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 글들이다.

*사람은 사랑을 받을 때 행복하고 사랑을 할 때 행복하다.

그 어떤 육체 노동보다 힘든 것이 마음을 몰라줄 때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려움, 그 힘듦. 눈녹듯이 녹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작가 김별아 님은 이렇게 말한다.

"역사는 사랑을 기록하지 않지요. 아니, 애초에 못하지요. 그래서 사랑은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입니다."

봉빈의 목소리를 빌려 역사와 사랑을 말한다고,

어리석은 본능을 옹호하고 덧없는 욕망을 지지하는, 오직 인간의 편인 문학만이

그 기억을 기록할 수 있기에 기어이 사랑하여 기꺼이 패배한 그들의 손을 끝내 놓지 않을 것이라고,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신방을 살피는 풍습이 고려 떄 공녀로 원나라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시작된 조혼의 습속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다.(감사하다.)

또한

*책의 제목이 왜 '채홍' 일까?

많이 궁금했었다.

무지개가 태양의 반대편에 뜨는 이치에서 비롯되었는데,

왕이라는 태양이 빛나는 반대편에는 권력과 욕망과 사랑과 질투 등의 인간적인 감정들로 채색된

여인들의 무지개가 떴다.

중의적으로 다양한 색을 가진 무지개는 성적 소수자의 국제적 상징이기도 하단다.

http://blog.naver.com/pyn7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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