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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한국 현대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들을 세우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최인호, 그를 만나본다.
소설이 아닌 그의 인생과 가족, 인연을 만난다니 행복하기 그지없다.
역시 에세이는 저자의 삶과 철학, 인생이 그대로 녹아 있어서 참 좋다.
또 하나의 행복이라면 본문에 곁들여져 있는 사진이 장난아니다. 완전 예술 작품이다.
그도 그럴것이 대학에서 사진 강의를 하시는 백종하 님 작품세계다.
나는 어제오후 이 책을 받아들고 늦은시간까지 단숨에 읽어내렸다.
머리글에서 독일의 작가 F.밀러의 <독일인의 사랑> 에서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별이 하늘에 빛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별들은 저마다 신에 의해서 규정된 궤도를 따라 서로 만나고 또 헤어져야만 하는 존재다.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다.'
신의 섭리를 우리는 '인연'이라고 부르며 인연이 소중한 것은 반짝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빛을 받고, 너는 나의 빛을 받아서 되쏠 수 있을 때 별들은 비로소
반짝이는 존재가 되는 것- 크아~ 끝내주는 감동의 물결이다.(역시 최인호 작가답다.ㅎㅎ)
인연에 대한 최인호 작가의 하고 싶은 말이 함축되어 있음에
나 역시도 너무도 좋은 책읽기를 함에 감사했다.
책은 크게
1부 나와 당신 사이에 인연의 강이 흐른다
2부 인연이란 사람이 관계와 나누는 무늬다
3부 우리는 모두 우리가 나누는 인연의 관객이다
로 되어있다.
저자의 가족이야기며 어린시절이야기며 주변인들의 인연에 대한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답게 좋은시와 작??, 인연관계가
멋진 사진 이미지와 어우러져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모른다.
가족을 모두 잃고 어렵고 힘든시기에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이별 여행을 하면서 인도에서의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보면서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살겠다는 삶의 의지를
느끼겠다는 지인의 이야기는 눈시울을 적셔주었다.
'절망은 없습니다.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보세요. 저 구름 사이로
빛나는 바다를 보세요. 내 가족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또한 최인호 작가의 어린시절 누이의 죽음을 통해서 전해주는 마음
*죽어버린 사람들은 다만 이 세상을 떠날 뿐 완전히 소멸하는 것 아니다.
나는 굳게 그것을 믿고 있다. 그들은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슬퍼할 때 지상의 말을 잊었으므로
함꼐 위로의 말을 나누어 줄 수는 없으나, 가끔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고, 우리가 잠잘 때
우리 머리맡에 앉아 노닐다 가는지도 모른다..........
또한 저자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피력하면서 어머니는 '억척스러움의 유전자' 를
지니신 분이라는 얘길할땐 하늘에 계신 나의 엄마 생각에 또 그렇게 눈물 글썽거렸다.
본문 여러곳에 있는 꽃사진을 보면서 참 많이 미소지었다.
작고 앙증맞은 들꽃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나역시도 꽃에 무관심했지만 작은 들꽃을 보면서 꽃의 아름다움을 깨달았었다.
저자는 꽃이 금방 시들어 버려서 싫다고 했는데 꽃을 너무나도 좋아하셨던 어머니 생각에
어머니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런 멋진 말까지도 했다
'꽃들은 모두 마법에 걸린 입술들이다. 꽃들은 잎을 오므려 바람결에 언어를 실어 날려 보내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꽃의 마법을 풀기 위해선 그들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주어야 한다고,
이처럼 멋진 글들은 책 구석구석 숨어있는데 특히나 나는 이런 글들이 좋았다.
*우리가 조금 마음을 열어 우리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날개를 지닌 천사가 될 것이다.(73쪽)
*형제란 서로 닮은 얼굴이 아니라, 서로 닮아가는 정신의 노력이다(166쪽)
*우리가 진정 만나고 싶어 하는 그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그건 우리가 지금 시간의 강을 건너며 우리의 어깨에 지고가는 사람들의 무게가 아닐까.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누군가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이 되어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리 인생의 인연들을 숱하게 만나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그 사람이 우리 생에 정말 중요한 인연이란 걸 모르고 지나쳐왔을 뿐.......
그 외에도 작가답게 좋은 시들을 많이 소개해 줬는데 나는 김광섭 시인의 시가 좋았다.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본다.
이렇게 많으 사람 중에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랴. (살짝 노래로 흥얼 거려도 본다.)
최인호 작가 그의 삶에 녹아있는 글과함께 꽃이 있고 자연이 그대로 느껴지는
예쁜 이미지에 완전 매료되는 책,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121쪽 끝에서 9째줄
사랑이란 끝도 시작도 없는 사랑의 미 美路가 아니다.(X)
☞ 사랑이란 끝도 시작도 없는 사랑의 미로 美路가 아니다(O)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으려는 마음에 너무도 열심히 읽었더니
'로' 글자가 빠진것이 눈에 들어왔다.
http://blog.naver.com/pyn7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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