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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허심양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러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책을 읽기전에는 우리가 병이라고 읽힐만한 트라우마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읽는 것이 도움이 될까? 심리학 책에서 봐왔던 일종의 것들의 또 다른 책일까 싶었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한가지 이상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그것들을 긍정이라는 틀안에 가둬놓고 나는 왜 그럴까하는 자책들을 해왔다고 본다.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작은 슬픔조각들로 만들어낸 트라우마들이 오늘을 버티고 살아가는 채찍이 되기도 하고 좌절하게 하는 무언의 마력같은 일들을 겪고 산다. 나는 그런것들과 싸워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위해 스스로가 매일의 싸움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살아야 하니까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이 주는 의미가 상당히 크게 울림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맞다. 우리는 생존자이다.
나도 이 사례 중간에 있는 미친 듯이 바빠야 내 마음에 뭐가 일어나는지 모르는 척할 수 있다는 글이 들어왔다.
왜 나를 늘 채찍질하고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책임을 물을까?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일들에 혼자 발을 구르고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왜 자책을 하며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가정폭력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어린 시절 아빠의 사고로 인하여 모두가 무언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빠의 희생어린 삶에 조금의 생채기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모든 형제들이 약속을 한듯이 우리는 허튼짓을 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고 생각한다. 그건 부모가 한번도 강요하지 않았던 책임들이지만 삶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김없이 드러나던 것은 내가 누군가의 엄마라는 호칭을 듣고 나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때 답을 얻었다. 그것을 알아챘을 때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른채 살았다면 아마 나는 영원히 자책감에 휘둘려 나를 태웠을 거니깐 말이다.
"많은 트라우마 생존자들이 자신이 택했던 대처 방식에 대해 자책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전략으로 스스로를 지켜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과거 위기 상황에서도, 현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존전략에 대해서도 수용과 변화의 시소타기를 해보는 겁니다. 우리의 생존 반응이 도움이 되었고 나를 살려주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동시에 현재 내 삶에 효과적인 새로운 전략을 배우고 연습해야 합니다. 존중한 이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다른 전략으로 바꿀 힘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79쪽
이 책에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수용과 변화의 변증법이다.
"수용은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사실이라는 건 평가나 왜곡이 아닙니다.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오랫동안 불안에 떨어야만 했던 사실,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에게 맞춰주는 대처 방식을 사용했다는 사실, 그런 방식이 자신을 보호했다는 사실, 지금은 그런 방시이 대인관계에서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겁니다. 인정하고 수용하는 건 용서나 체념과는 다릅니다. 말 그대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수용하고,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고통스러운 감정이 자꾸 찾아올 때, 원하는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될때, 이 변증법 태도를 떠올려보면 무엇부터 시작하는게 좋을지 찾게 될 것입니다.69쪽"
저자 또한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당한 후 트라우마로 인해 다시 운전대를 잡는데 2년여의 시간이 걸린 경험을 이야기하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천천히,천천히 자신을 어루만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과 연대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여러 어려움 속에서 목숨을 잃지 않은, 목숨을 포기하지 않은 '생존자'입니다. '살아남은''우리는, 이제 '살아가는'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혼자만의 문제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연대의 권유를 해볼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생존해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겨례출판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주관적으로 기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