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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속 주인공들의 긴 삶의 시간과 질긴 인연만큼 한번 책을 잡으면 놓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이어지고 읽기에 부담이 없다.
전쟁과 굶주림 그리고 반복되는 재회와 헤어짐 속에서도 사랑이 있고 삶이 있고 정치와 이념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버티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가슴속 유품을 만지면서, 누군가는 독립이라는 신념으로, 또 누군가는 나를 알아줄 상대를 위해, 그리고 그저 자신의 출세와 안위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독립투사들과 기생들의 이야기, 뒷골목 거지촌의 왕초이야기, 사냥꾼과 사업가 그리고 혁명가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어 여러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그 속에는 각자가 자기가 속한 곳에서 살아내가고 사회적 문제나 고찰이 꽤 섬세한 고증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모든 곳에서 등장한다.
보통 내가 이런 소설을 보면 철저히 애국주의자 입장으로 본다.
빌어먹을 전쟁따위고, 외로운 같은 것도, 다 엿이나 먹으라고 해. 계속 살아남아.
삶이 참 끈질기고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낸다.
소설속의 인물들의 삶을 함께 넘기다보니 진이 다 빠진다.
살아낸다는 것이 이토록 힘이 들다는 것을 소설속에서 경험하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인생을 그렇게 빡빡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마저 드게 한다.
살려고 몸부림쳤던 순간들을 벗어던지고 눈밭에서 떨어지는 눈을 보며 누워 삶을 편안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도 짐짓 이해가 가는 모습이다. 진부한 사랑이야기만 했다면, 피튀기는 암투의 이야기였다면,꼭 이루어야 하는 당위적인 혁명의 이야기만였다면 아마 이 책을 부여잡고 있는 시간이 힘겨웠을 지도 모른다. 적절하게 섞이고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처럼 물흐르듯 진행되는 스토리가 오히려 더 삶을 무겁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였다고 생각한다.
사는게 버겁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사는것 보다 살아내는 것이 어쩌면 더 버겁다는 것을 경험하며 사는게 덜 힘들수도 있을 것이다.
서평도서를 출판사로부터 무상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