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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성과 초월 ㅣ 레비나스 선집 4
에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김도형.문성원 옮김 / 그린비 / 2020년 3월
평점 :
https://m.blog.naver.com/syeong21/223876207310
초월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다. 초월은 내가 나를 배반하지 않을 때, 내가 나에게 응답할 때,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도 내가 그 길을 걷는 이유를 잃지 않을 때, 삶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경계를 넘어선다. 나는 고시촌을 통해 부활했다. 토마스 앤더슨이 ‘네오’가 되기 위해 건너야 했던 강이 내게는 신림동 고시촌이었다. 사법고시를 내려놓고, 새로운 전공을 만나고, 새로운 직업을 발견하고, 마침내 내 집을 마련하게 된 이 모든 여정은 단번의 전환이 아닌,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부활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부활은 끝이 아니다. 부활 이후에도 삶은 여전히 성장과 재창조의 길을 걷는다. 아마도 내가 이 부활의 의미를 기억하고, 스스로 해석하려는 그 순간들 속에서 내 삶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직업’을 열어갈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은총처럼 주어지는 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