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로서 필수의료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어떤 의료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에 대해서까지 방향이 점점 잡혀나가면 병원의 과잉의료도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대형병원은 오직 수익성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병원들이 장례식장 같은 부대시설을 운영하여 수익을 챙기는 모습도 익숙하고요. 병원들은 낮은 수가로 인한 손실을 메우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수익의 대상으로만 본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병원은 인건비로 전체 비용의 절반 이상을 쓸 만큼 무척 노동집약적인 곳이에요. 거꾸로 말하면 인건비에서 줄이는 족족 다 이익이 됩니다. 기계 가격은 아무리 깎아도 한계가 있고, 의료기기는 그 수를 줄이면 티가 납니다. 그런데 사람은 열명 쓰다가 아홉명 쓴다고 당장 어떻게 되지 않아요. 빠진 한명이 할 일을 나머지 아홉명이 나눠서 더 하니까요. 거기서 또 한명을 줄이면? 그 한명의 노동을 또 여덟명이 나눠서 해요.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만큼만 노동강도를 높이는 거예요. 그런데 병원 일은 공장처럼 예측 가능하지 않고 환자가 확 몰릴 때도 있고 줄어들 때도 있습니다. 같은 수의 환자여도 환자 상태에 따라 노동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계량화하기 애매하고요. 그래서 환자를 생각하고 의료인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하면 조금 넉넉하게 운영되어야 하는데 늘 조금 모자라게 굴러가는 거죠.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자신의 생애주기에 따라 혹은 갑자기 겪게 되는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누구나 병원과 접점이 생깁니다. 인생에서 병원과 만나는 그런 순간들이 불쾌하고 괴로운 기억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요. 물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당연하지만 그 괴로움이 질병 자체가 주는 아픔에서 그쳤으면 좋겠어요.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고통, 어느 병원이 더 좋은 병원인지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는 불안감, 좋은 의사에게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 등 질병 자체의 고통을 넘어서는 괴로움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코로나19 초반에 의료인 모집할 때부터 지원을 했습니다. 딱히 사심이 있어서 지원한 게 아니라 중환자실 경력이 있고 투석기도 다룰 줄 아니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지원했는데, 병원에서 다른 간호사들을 설득해야 할 만큼 인력이 부족한데 저는 안 보내더라고요. 제가 대외적으로 비판적인 발언을 많이 하다보니 병원에서 꺼리는 것 같아요. 저는 병원을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막아보려는 거예요. 특히 제가 속한 서울대병원이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위한 의료를 펼치면서도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다른 병원들도 그 방향으로 갈 수 있거든요. 노조와 상생하는 모습 등 여러 면에서 선도하는 병원이 되길 바랍니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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