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 의학과 인문학의 경계 넘기
황임경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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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철학이라는 학문의 성격을 살펴보면 ‘의철학’이 성립할 수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철학을 뜻하는 ‘philo-sophy‘의 어원인 ‘philosophia‘는 ‘philo(사랑함)‘와 ‘sophia(지식, 지혜)가 결합한 말로서 ‘지식에 대한 사랑, 지혜의 추구, 체계적인 탐구‘라는 뜻을 갖고 있다. 철학은 삶에 대한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학문이며, 모든 학문의 토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학문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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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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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영어와 한국어로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두 가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영어로 출판하지만 원할 경우 부록으로 한국어판을 함께 출판해주는 《한국역학회지》에 논문을 출판했습니다.15 한국어판으로 논문 심사를 받고 출판이 확정된 이후, 영어 초벌 번역을 학술지에서 도와주었지만, 저희 연구팀은 모든 영어 문장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연구 실적은 한 편으로만 계산됩니다. 또 하나는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진행하며 배우고 고민했던 내용을 묶어, 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과 『오롯한 당신』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판한 것입니다. 기존의 출판 논문을 모은 게 아니라 글을 새로 써서 책을 출판하는 작업이었기에 논문을 쓰는 일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16 하지만 이러한 단행본 작업은 대학 순위 평가에 항목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학이 지금과 같은 지식 생태계를 가지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 시스템으로 인해 어떤 연구자와 어떤 연구가 배제당하고 있는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국사회의 고유한 문제를 한국어로 고민하고 쓰는 연구자들이 오늘날 대학에서는 가장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특히 한국사회의 사회적 약자에 관해 연구하는 경우 더욱 도드라집니다. 전 세계 지식 시장에서 한국이 ‘변방’이기에 생겨나는 지식 생산과 유통의 문제점이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발생합니다. 한국에서 권력과 자본에 소외된 이들의 삶을 연구할 때에도 비슷한 문제점이 반복되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알라딘 eBook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지음) 중에서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일하며,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할지 매 순간 선택해야 했습니다. 연구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고 그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나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일이 제게는 항상 어렵습니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주목하는 오늘날 대학에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의 몸과 질병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알라딘 eBook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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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관심이 환자에서 질병으로 옮겨짐에 따라 병원은 질병의 박물관으로 변화되었다. 병동은 치료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의사의 눈에자신의 신체를 제공하는 빈민으로 만원을 이루었다. - P186

고통의 역사를 연구하는 자는 세 가지의 특수문제에 직면하여야 한다. 첫째 고통은 인간이 당할 수 있는 다른 질병과의 관련에 의해 김이 변모된다는 것이다. 고통은 고민, 죄악감, 죄, 고뇌, 공포,기아,손상, 불쾌감과의 관계 속에서 그 위치를 변화시켜 왔다. 외과병동과암병동에서 고통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과거 세대에 의해서는 특별히호명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현재 고통이란,의학전문가가 그것에 대하여 유능함 또는 통제를 주장할 수 있는, 인간의 고뇌의 어떤 부분에불과하다고 생각된다. 고통의 경험을 파괴하도록 고안된 치료계획에의해, 개인의 신체적 고통의 체험이 만들어진다고 하는 현대와 같은상황은, 역사상 전례가 없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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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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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반 일리치가 사망했을 때,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제리 브라운Jerry Brown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그의 삶과 사상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오래 사는 일과 고통을 없애는 일에 모두가 집착하는 세상에서, 일리치는 고통을 살아내는 일을 공부하고 실천했다.(In a world obsessed with longevity and freedom from pain, Mr. Illich studied and practiced the art of suffering.)13

누구든 삶의 어느 순간에는 불가피하게 고통과 죽음을 만나게 됩니다. 그 불가피한 죽음과 고통을 외부의 것으로 밀어내지 않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내는 길을 이반 일리치는 찾으려 했던 것이지요.

-알라딘 eBook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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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병을 만든다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미토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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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쁜 것은 해를 입든 입지 않든 간에, 환자가검사실에서의 복잡한 진단을 통하여 살아 남았을 때, 불유쾌하고 고통스러우며, 불구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고가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높은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다. 의사쪽이 비전문가로부터 진찰받는 것보다 늦고 의사에게서 진찰을 받는 때는 더욱 나쁜 상태가 된다는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 P118

의료없는 죽음이라고 하는 현대의 공포때문에 인생은 최종점의 혼전(混戰)을 향한 경쟁으로 치닫게 되었고, 개인의 독자적인 자기 확신을 잃고 말았다. 206) 그것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때가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죽음을 맞는다는 자율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207) 의사는 자신이 치료자로서의 힘을 잃었던 시점을 인정하지않고 208) 죽음이 환자의 얼굴에 나타나는 때에도 물러서고자 하지 않으므로 209) 의사는 발뺌의 명수나 노골적인 위선자가 되고 말았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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