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분명 자연과학의 하나다. 자연과학에서는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삼는다. 합리성과 보편성을 지닌 진리를 찾다보면 사람의 감성은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체세포를 이식해 인공으로 배아를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바로 그러한 객관과 합리에 맞는 진리를 발견하려고 생명에게서 느끼는 감성을 잠재웠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그러나 의학은 인문학이기도 하다. 인문人文은 ‘사람의 무늬’를 뜻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무늬를 지녔으며 몸으로 무늬를 드러낸다. 의사는 사람들의 몸에 나타난 무늬를 읽고 해석하며 그 속에 감추어진 의미를 찾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 무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와 형태의 변화, 검사수치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무런 형태를 갖지 않는 내면의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몸 담론이 유행하게 된 이면에는 이와 같이 몸의 정체성에 대한 전통 개념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몸의 정체성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몸은 근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한 자아 중심의 세계관으로 구성한 몸이지만 아직 근·현대의 세계관을 받아들이지 않는 종족과 문화도 많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나는 그것을 ‘앎과 삶이 하나인 몸’이라고 부른다. 앎과 삶이 하나인 몸속에는 주체와 객체, 물질과 비물질이 한데 섞여있다. 나는 내 몸을 갖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친해지며, 몸으로 살아갈 뿐이다. 내 몸은 지식과 생활의 주체이자 그것들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나는 몸속에 세상을 새겨 넣음으로써 세상을 알고, 몸을 통해 세상을 만나며, 몸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간다. 곧, 나는 몸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몸은 세상과 소통한다. 세상이 내 몸 속에 배어들어올 때 나는 진정한 앎을 얻는다. 이렇게 몸에 밴 앎은 삶과 마주치면서 새로운 앎으로 변해간다. 이러한 순환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세상에서 얻은 지식은 생물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두뇌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내 팔과 다리, 내 마음 속에도 새겨진다. 내 몸은 마음이고 마음이 내 몸이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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