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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 -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샌디 네언 지음, 최규은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미술품을 훔치는 도둑에 관한 영화 덕분에 미술품을 훔치는 도둑은 품위있고 지적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예술작품을 보는 안목이 남다르기고, 보안을 뚫고 작품을 훔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실제로 미술품을 훔치는 도둑들은 그렇게 매혹적이지 않으며 오로지 '돈' 때문이라고 한다. 샌디 네언의 <미술품 잔혹사> 영화가 만든 허상을 깨뜨려 주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1994년 7월 30일 영국 테이트 미술관에서 독일에 있는 미술관 대여해 준 영국의 대표적인 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작품 두 점이 도난 당했고, 이 작품을 회수하기까지 7년이 걸렸고 이를 통해 미술품 도난 시장에 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이다.
저자가 인용한 범죄학자 존 콘클린의 책 <예술품 범죄>에 따르면 예술품 절도 범죄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5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21p.)
(1) 작품을 직접 또는 누군가를 통해 팔 생각으로 미술품을 훔치는 부류
(고가 작품은 이렇게 간단히 처부할 수 없으므로 고가 작품과는 대체로 무관한 부류다.)
(2) 누군가의 사주로 돈을 받고 미술품을 훔치는 부류
(3) 소유쥬에게서 작품의 몸값을 뜯어내거나, 보험사에 되팔거나, 아니면 모종의 간접 거래를 할 작정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부류.
(4) 자신이 간직할 목적으로 작품을 훔치는 부류.
(5) 상징적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절도를 저지르는 부류.
그 중에서도 네번째와 5번째 유형은 극히 드물고, 세번째 유형이 많기에 <미술품 잔혹사>에서 이 유형에 관한 범죄를 중심으로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미술품 잔혹사>는 1부에서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대표적인 유작인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대홍수 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고 있는 모세(1843년작)>과 <그늘과 어둠:대호수 날 저녁(1843년작)>이 어떻게 도난 당했고, 회수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도둑맞은 그림들이 어떤 것들이 있고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 그림들과 '미술품 절도에 대한 여러가지 고찰'을 통해 도난당한 미술품 회수에 대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부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심도있는 여러 에피소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도난당한 윌리엄 터너의 두 작품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제시한 색채 이론에 대한 화가 자신의 화답이라고 한다. 당시 번역되어 출판된 괴테의 <색채론>을 접하면서 괴테의 이론에 대한 터너의 생각들을 표현한 것임이 책의 여백에 적어놓은 메모들을 통해서라고 한다. 괴테는 색원을 '플러스 색'과 '마이너스 색'으로 양분된다는 발상을 가지고 있었고, '플러스 색'에는 빨강, 노랑, 초록이 있고 즐거우, 따스함, 행복감과 연관되는 반면, '마이너스 색'에 속하는 파랑, 청록, 자주는 불안, 초조, 과민한 인상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터너는 모든 색체는 빛에서 나오고 빛으로부터 파생된다고 단언한 아이작 뉴턴의 기존 이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기에 두 작품을 통해 빛과 어둠의 상호 의존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표명하려 했다고 한다.(43p)
이 작품들은 처음 전시되었을 때는 혹평받았으나, 후에 재평가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터너가 영국에 기증을 했고, 기증할 때 이 두 작품은 항상 같이 전시되어야 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다른 자신의 작품들을 기증하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전시되도록 해야 하는지까지 꼼꼼하게 제시했다고 하는 일화를 통해 윌리엄 터너라는 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의 작품이 도둑맞았으니 당시의 충격이 엄청났을 것이다. 당시 보험금이 각 1200만 파운드(약 499억원)씩이었지만 그 가치는 어마어마하기에 단정적으로 금액으로 환산하기는 힘들 것이다. 도난 후 4년동안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했지만 결국 그림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나고 유의미한 제보자가 나타나 그와의 협상을 통해 그림을 찾게 되는 과정은 윤리적인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두 작품 중 하나가 먼저 회수된 직후에는 비밀리에 붙였다가, 나머지 작품이 회수된 후에야 회수에 대해 공식 발표했다고 한다.
찾은 것인지 혹은 되산 것인지에 대한 논란, 사례금, 포상금 혹은 몸값이라는 논란은 도난당한 작품들과 연관되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임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것을 노리고 일어나는 범죄가 있기에 구분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으며 도난당한 미술품을 찾는 과정에서 법과 경찰의 자문과 확인과정을 통해 적법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또하나의 놀라운 점은 도난당한 미술품이 잠적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이며, 검은 지하 세력들이 돈을 빌릴 때 혹은 돈을 주어야 할 때 훔친 미술품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미술품을 주고받기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미술품들에 대한 가치평가가 공개되어 있어 이를 참고로 하는 사람들이 일반인 뿐만 아니라 도둑들도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었다. <미술품 잔혹사> 124쪽에 소개된 <최근 50년간 주목할 만한 미술품 거래 가격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미술품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부자들에게 부의 축적하고 늘리는 수단으로 미술품이 각광을 받고 있기에 미술품의 가격이 더욱 부풀려지고 있음도 밝히고 있다. 재미있게 봤었던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로 인해 미술품 도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형성될 수 있음을 소개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 '회수에 관한 여러가지 고찰'에서는 도난 당한 예술품들의 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한 나라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간 협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협력을 위해 미술품에 대한 국제적인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인터폴의 권고안을 소개하고 있다. 윌리엄 터너의 작품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미술품들이 현재와 미래에도 꾸준히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