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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 - 매혹의 러시아로 떠난 네 남자의 트래블로그
서양수.정준오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친한 친구라도 여행 취향이 같기는 쉽지 않다.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라서 여행을 같이 가면 더 즐거울 것 같은데, 짧은 1박 2일 여행을 갔다가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셋이서 갔었는데 한 친구가 여행에 맞지 않는 복장을 갖추고 왔었고, 구경하느라 많이 걸었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계속 힘들다고 투덜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처럼 숙소가 아무리 좋은 곳으로 떠난 여행일지라도 사소한 불편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힘들어도 입밖에 내는 것 즐거운 여행을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친한 친구의 불평을 받아주기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연히 여행지에서 처음 만났던 네 명의 남자가 우정을 쌓고 6년이 지나 또 다시 여행을 같이 떠난 이야기인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는 진솔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의기투합해서 같이 떠난 여행이어도, 서로 다른 관심사나 취향들로 인한 갈등 상황들이 없을 수 없기에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 조심하며 배려하며 여행을 다닌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실려 있어 웃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학생시절이던 6년전과는 달리 사회생활에 열심히 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해서 서로간의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을 텐데, '지금이 아니면 안 돼.'라고 외친 한 친구의 말에 따라 용케 시간을 맞추어 같이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친구들과 여행일정 짜다가 틀어진 경험이 있었고, 그 틀어진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누군가가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할 때 같이 가지 않으면 정말 그 때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는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행기로 나누어 볼 수 있고, 같이 여행을 떠난 네 명의 남자 중 두 명의 남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서술한 여행기가 번갈아 등장하고 있어 필자의 관심사에 따른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어 다른 여행책들과 다른 개성을 지닌다.
모스크바의 경우, 지사로 파견나가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공원과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던 언덕, 유람선에서 일몰을 바라봤던 경험 등이 실려 있어 재미있었고, 두 명의 필자 중 한사람이 우주에 관심이 많은 덕분에 우주 관련 배경 지식과 개인적 아픔이 있었던 에피소드, 모스크바 우주 박물관 견학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배경지식을 갖는 것인데, 네 명의 남자가 같이 여행을 떠났기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혹은 준비한 러시아 관련 지식들이 실려있어 일반 여행책자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소설책 '호박방'을 읽고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궁전에 호박으로 장식되어 있는 방이 있었는데, 제2차 대전 때 독일 나치군이 침략하여 호박들을 다 가져갔는데 어디로 가져갔는지 사라졌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는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를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현재의 호박방은 복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꼭 한번 가서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궁정 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일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며 북방의 베네치아라고 불리기에 구경할 곳이 참 많음을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여행이 멋진 경험으로만 끝나면 좋겠지만 당황스런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일이 불가피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소지품인 여권 분실 사건은 아름다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어 자유여행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지나보면 그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특히 러시아어를 잘하는 사람을 현지에서 만났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에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책속 개별 여행기 첫부분마다 수많은 러시아 작가들의 멋진 글들을 인용되어 있으며, 책 중간에도 여러 책에서 인용한 글들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나도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안읽은 책들이 많았는데, 러시아를 여행하게 된다면 대표적인 러시아 작가들의 책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여행 다녔던 곳에서 얻을 수 있었던 팁들을 소개하고 있어 러시아에 여행가게 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유여행의 즐거움과 더불어 자유여행을 기록하는 즐거움을 엿볼 수 있었던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 덕분에 러시아로의 자유여행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