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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컬쳐 - 커피에 얽힌 문화와 숨은 이야기
최승일 지음 / 밥북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길을 걸어가다보면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즐비해 있음에 깜짝 놀라고, 늦은 밤시간까지도 각 커피전문점 안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에 깜짝 놀라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고, 커피 전문점이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서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든지 집에서든지 간편한 인스턴트 커피에서부터 에스프레스머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즐기고 있기에 오늘날 커피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원두 커피의 경우에는 어떤 산지의 원두인지에 따라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원두커피머신, 에스프레소 머신, 핸드드립, 더치기구를 이용한 커피원액 추출, 캡슐커피 머신 등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느냐에 따라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기에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에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든지 사물이든지 일단 좋아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는데, 커피를 좋아하면 할수록 커피와 관련된 것들이 궁금해지기에 커피관련 서적을 하나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는 커피의 기본적인 지식인 원두의 종류와 생산지, 다양한 추출방식과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었던 <커피 컬처>는 커피를 찾아 다니며 즐기는 커피여행자이며 그날그날에 따라 어울리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홈바리스타이기도 저자가 커피와 직접적이든지 간접적이든지 관련된 역사, 음악과 회화, 영화 등 커피와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어 '커피인문학'이라고 평할 수 있는 책이었다.
커피예찬에 관한 대표적인 곡이라 할 수 있는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찾아 들으며 저자가 소개한 커피칸타타의 다양한 배경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고나서, 'I Love Coffee, I Love Tea'로 시작되는 "Java Jive"와 Brown Eyes의 "With Coffee"와 같이 커피와 관련된 곡들을 찾아 오랜만에 들어보기도 하고, 책에 소개된 타구피 마모루의 도쿄 카페, 라이프니치의 카페 바움, 카페 프로코프, 카페 드 프로르는 여행을 가게 되면 꼭 가서 커피를 마셔보겠다는 Wish List도 생겼다. 단, 고흐의 유명한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에 등장하는 아를 포름광장에 있는 카페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준 곳이기에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수질의 영향으로 영국에서 커피보다 차(Tea)가 인기가 많았지만,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지 커피 돌풍이 일어나 1700년 경에 런던에만 200개 이상의 커피 하우스가 생겨났으며 커피하우스에서 사업상의 모임도 많이 이루어졌으며, 작가들이 작품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의견 교환장소로 이루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카페의 모습이 오늘날 한국의 카페에서도 사업상의 만남을 가지는 사람들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작업을 하거나 혼자서 공부하거나 팀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조별 모임을 갖는 대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게 생각되었다. 커피와 카페 문화의 놀라운 힘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콜쉬츠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1640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콜쉬츠키가 오스트리아와 오스만튀르크와의 전쟁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고, 오스만튀르크가 도망친 자리에 있던 수많은 전리품 분배시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던 커피자루를 챙겨가 비엔나 사람들에게 커피 제조법을 보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비엔나커피는 콜쉬츠키가 커피를 보급할 때의 제조법은 아니라고 한다. 오늘날 비엔나커피는 에스프레소에서 추출한 커피 위에 생크림이나 휘핑크림, 설탕이 들어간 커피이며, 이 커피는 아인슈패너(Einspanner) 커피라고 한다. 마무들이 한 손에 말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를 마차 위에서 마시게 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비엔나에 가면 꼭 마셔보라는 비엔나커피가 우아한 상류층이 마시던 커피가 아니라 마부들이 마시던 커피스타일이었다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한국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시대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고종이 커피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선가 읽기도 했고, 영화 가배 덕분에 커피의 한자어가 가배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외국인들과의 교역이 많았던 인천 제물포를 통해 이름모를 상인에 의해 커피가 퍼지지 않았을까하는 저자의 추측과 고종이 마셨을 것으로 추측되는 커피는 물과 커피가 같이 들어가 탕 형태로 끓여진 커피였을 것이고, 설탕커피의 경우에는 1920년에부터 기록이 발견되고 있기에 설탕대신 꿀이 들어간 커피였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외에도 '커피의 맛과 향', '커피와 과학'에 관한 글을 통해 커피의 풍미를 좀 더 잘 느끼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커피와 노예'의 역사를 통해 반인류적인 노예의 역사가 이루어진 곳들에서부터 폐지되기까지의 역사적인 사건을 되집어보고, 오늘날 커피생산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음과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정무역 커피가 등장했다는 최근의 역사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정무역커피가 저임금 근로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안타까웠다. 오늘날 많은 소비자들이 즐기는 인스탄트커피와 수많은 커피전문점들이 거대식품기업에 의해 만들어지고 카페체인점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대한민국대표 커피라는 맥심이 동서식품의 대표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은 놀라웠다. 맛과 향이 좋은 커피의 맛을 일관되게 만들어내는 대기업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손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커피 컬쳐>를 읽고 나니 '커피'라는 음료를 단순소비하기보다는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보고, 자기만의 개성있는 작은 카페들의 커피를 찾아다니며 맛보는 것이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