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오케스트라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100년의 연주여행
가레스 데이비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아트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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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에 <세계의 오케스트라>라는 책을 읽었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음반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30개를 선정하여 오케스트라가 창단되어 걸어온 길을 추적하여 정리한 책이었다. 역사가 100여 년이 넘는 한 오케스트라에 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는다는 일도 어려운데, 30개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에 700여 쪽이 넘는 방대한 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기나긴 오케스트라의 역사를 보여주기에 한번에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이 책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갖춘 오케스트라가 탄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엿볼 수 있었고, 그 역사를 따라잡을 만한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오케스트라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연주가 뿐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와 지원과 후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의 플룻티스트인 가레스 데이비스가 쓴 <길위의 오케스트라>는 객관적인 자료 중심으로 쓰여진 <세계의 오케스트라>에서 엿볼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입장에서 본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진솔했기에 또다른 감동을 준다.


특히 이 책은 가레스 데이비스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해외 순회 공연을 처음 떠났던 1912년의 이야기를 담은 팀파니 주자 찰스 터너와 플루티스트 헨리 니스벳이 쓴 일기를 통해 얻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를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100년이라는 시차가 존재하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만 80여 명이 넘는 조직이 순회공연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아이슬랜드 화산폭발 등 예기치 못한 문제로 인해 발생한 교통수단이나 날씨의 문제점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문제들이 불쑥 불쑥 발생하여 공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개개인의 단원들에게 시차와 체력, 타지에서의 외로움 등과 같은 문제들이 공통적으로 발생함을 엿볼 수 있었다.


가레스 데이비스가 연주한 장소와 연주곡 뿐 아니라 발레리 게르기에프,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콜린 데이비스, 존 엘리엇 가드너 등과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들과의 연주 경험 뿐 아니라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펠츠만, 마리스 주앙 피르스 등 과의 협연 경험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짧지만 정말 흥미진진했다. 책에 실린 단원들의 일상 모습에서부터 공연장으로의 이동 풍경 사진 등 또한 어디서도 엿볼 수 없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색다른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실린 1912년의 사진들도 볼 수 있어서 놀라웠다. 이러한 자료들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웠고, 100여 년 전에도 수많은 단원들이 모여서 연주를 했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특히 책표지 안쪽에 실린 1912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단체 사진과 책의 뒷쪽에 실린 2012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단체사진은 세계적인 연주실력은 변하지 않았으나, 다양한 인종과 여성들이 포함된 오늘날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모습을 통해 시대적인 변화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친근하게 느껴졌으며, 앞으로의 연주활동이나 발매된 음반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또한 저자 가레스 데이비스의 블로그도 종종 방문해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활동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읽어봐야겠다.


<저자 가레스 데이비스의 블로그>

http://www.garethdaviesonline.com/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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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인기 만점! 엄마표 캐릭터 김밥 아이를 위하는 진정한 부모 1
가와스미 겐 지음, 김소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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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소풍을 가게 되면 꼭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을 가지고 가서 맛있게 먹었었다. 그러다보니 나들이 갈 때 꼭 지참하게 되는 음식 중 하나는 김밥이다. 요즘엔 김밥 전문점들이 흔해서 손쉽게 김밥을 사먹을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집에서 만들어먹는 김밥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이왕이면 예쁜 모양의 김밥을 만든다면 먹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예쁜 캐릭터 김밥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만든 도시락을 보면서였다. 다양한 모양의 캐릭터 김밥은 일반적인 재료들을 김의 길이에 맞추어 준비해서 밥과 함께 재료를 넣고 김발을 이용해서 돌돌 말아서 만드는, 전형적인 김밥의 모양과 너무나도 달라서 신기했다. 전문요리사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솜씨를 마음껏 발휘했다는 점도 신기했다. 이왕이면 만드는 방법도 소개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완성작 사진밖에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일본 초밥과 캐릭터 김밥 대가가 쓴 <엄마표 캐릭터 김밥>은 그동안 궁금했던 캐릭터 김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원하는 모양의 김밥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색상의 밥을 준비해야 하고, 모양을 낼 수 있도록 김을 잘라 밥과 함께 어떻게 모양을 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사진과 함께 그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어 누구나 캐릭터 김밥을 쉽게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7가지 주제로 분류된 38가지 캐릭터 김밥을 만드는 방법과 함께 각 주제 사이마다 캐릭터 김밥을 만드는데 알아두면 좋을 팁을 소개하고 있으며, 책의 뒷편에서는 '캐릭터 김밥의 기본 A ~ Z'를 통해서 캐릭터 김밥을 만들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밥짓기, 배합초 만들기, 밥에 색깔 넣는 방법, 꼬마 김밥을 만드는 요령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재료 준비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캐릭터 김밥만들기에 도전해보면 되겠지만, 처음 캐릭터 김밥을 만들어보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캐릭터 김밥의 기본 A~Z'에서 소개한 기본기를 잘 숙지하고 연습이 필요한 부분들은 연습을 먼저 해본 후에 캐릭터 김밥 만들기에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캐릭터김밥을 만들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 책을 읽으며 바로 캐릭터 김밥 만들기에 도전을 못해봐서 아쉬웠다. 다음 주 주말에는 봄맞이 기념으로 '복숭아꽃' 캐릭터 김밥을 만들어봐야겠다. 기본 만드는 방법을 참고로 다양한 색깔의 꽃 김밥을 만들어봐야겠다. 캐릭터 김밥을 만들 때 웃는 표정을 만드는 김펀치가 있다고 하니 이것도 하나 꼭 준비해서 동물모양의 캐릭터 김밥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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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컬러링북
큐브주(Cube Zoo) 지음 / 어바웃어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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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미술시간 이후로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기에 그림 그리기와 담을 쌓고 지낸지가 정말 오래된 것 같다.  그래도 그림을 좋아해서 전시회를 가보기도 하고 미술관련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들곤 했다. 혼자서 그림그리기를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차분히 앉아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엇부터 그리는 연습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해서 미루고 미루다보니 그림그리기와 점점 멀어졌다.

언제부터인가 어른들을 위한 컬러링북이 유행하기 시작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쁘게 그려진 스케치 위에 나만의 색을 입혀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림그리기보다는 부담이 덜하고, 색칠하기에 몰두하다보면 지친 마음에 활기를 넣어주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문양에서부터 동식물, 풍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컬러링 북이 출간되어 있다보니 어떤 컬러링북이 좋을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에 눈에 띈 책이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컬러링북이었다.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독일, 베네룩수 3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동유럽, 북유럽, 터키, 그리스에 이르는 90곳의 풍경사진과 스케치가 담겨 있었다. 예쁜 문양이나 식물들을 채색해보는 것도 좋지만, 여행을 가는 꿈을 꾸며 채색해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눈에 쏙 들어온 책이었다.
실제로 채색작업을 해보니 생각보다 채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림 그리기를 해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채색용 도구로 12색 색연필 밖에 없다보니, 무엇을 어떻게 색칠해야할지 난감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한 유럽 컬러링북>의 부록으로 실린 8장의 '컬러링 그림엽서'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해서 책에 실린 사진과 대조하며 비슷한 분위기가 나도록 채색 작업을 해보았다. 사진과 똑같은 색감을 낼 수는 없었지만, 내가 가진 색연필로 하나씩 칠해서 완성된 엽서를 보니 너무 마음에 들었다. 생생한 사진이 주는 사실감은 부족하지만 그림만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채색작업을 하는 동안 멋진 풍경 속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사랑한 유럽 컬러링북>은 채색해보는 즐거움 뿐 아니라 여행을 갔다온 이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고, 여행을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멋진 풍경속으로 떠나는 꿈을 꾸게 해주는 1석 2조의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채색작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편집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왼쪽에는 풍경의 원본 사진을, 오른쪽에는 스케치 그림을 배치해서 채색작업시 참고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케치의 원본 사진이 너무 작은 반면, 책에 실린 스케치들 중 너무 크게 실린 스케치들의 경우, 양쪽 면으로 나누어져 있어 채색작업을 하기가 불편했다. 양쪽 면에 그려진 하나의 스케치 그림을 채색하기 위해서는 책 가운데를 열심히 반으로 갈르고 나서 채색작업을 해야 하다보니 불편하기도 했고, 스케치가 반으로 나뉘어진 형태이다보니 완성된 그림을 감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부록으로 실린 '컬러링 그림엽서'가 마음에 들었다. 엽서를 오린 후 사진을 보면서 채색작업을 할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 직접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고, 액자에 넣어서 감상할 수도 있고, 보드판에 붙여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엽서용으로 제작된 스케치는 너무 크키가 작아서 채색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채색 작업하기도 편하고, 채색이 완성된 그림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은 잘라서 벽에 붙여놓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나의 스케치가 한면에만 인쇄된 상태였으면 딱 좋았을 것 같다.


<채색 준비를 위해 12색 색연필 준비~>​ 

 

 

<책속에 담겨있는 풍경 스케치-양쪽 면으로 나누어진 그림이라 채색작업하기도 불편하고, 완성된 그림을 감상하기도 불편해서 조금 아쉽다~>

 

 

 

<사진 보며 스케치 엽서 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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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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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지에벨의 소설 <너는 모른다>는 유명 소설작가를 감금해 놓고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쓰도록 강요했던 열혈애독자의 광기를 그린 영화 <미저리>를 떠올린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카린 지에벨에 등장하는 감금당한 인물은 형사라는 점이며,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한 자백을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지하실에 감금된 채 깨어난 브장송 경찰서 소속의 브누아 로랑 경감은 리디아라는 빨강머리 여자에 의해 납치되었고, 15년 전 사건에 대한 자백을 요구받는다. 전혀 그러한 기억이 없는 브누아 경감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숱한 고문을 받는다. 그 사이에 브장송경찰서에서는 브누아 경감을 찾기 위한 실종수사팀이 꾸려지지만 사건의 진척이 없다. 리디아는 15년전 자신의 일란성 쌍둥이 자매 오렐리아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으로 인해 니나 왈렉 박사에게 15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브누아 경감의 납치범으로 지목된 인물은 브누아 경감에 의해 감옥을 갔다가 출옥한 인물이었지만 전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었고, 이어서 브누아 경감의 아내 가엘이 범인으로 지목되지만 역시 연결고리를 밝힐 수 없었다. 그리고 납치 사건이 이루어지기도 훨씬 전에 병원에 입원한 브누아 경감의 옆집 할머니로부터 놀라운 단서를 확보하여 이를 실마리로 사건이 진척을 보이기 시작한다.


날짜별로 사건일지처럼 진행되는 소설 <너는 모른다>는 카린 지에벨의 또다른 소설 <그림자>처럼 놀라운 결말을 선사했다. 처음부터 범인과 피해자가 누구인지 시작되었기에 범인은 잡히게 되고, 피해자는 감금에서 풀려나게 되는 줄 알았던 이 소설의 결말은 전혀 예측할 수 없던 결말을 보여주었고, 피해자인 브누아 경감이 감금된 상황에서 겪게되는 끔찍한 육체적, 심리적 묘사는 카린 지에벨의 놀라운 문장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브누아 경감이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동료경찰들의 수사에 의해 브누아경감과 범인이 발견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 책에서 손을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범죄사건의 수사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나 작은 단서 하나를 놓쳤을 때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실감하게 해준 <너는 모른다>는 프랑스 추리소설의 새로운 아이콘인 카린 지에벨의 느와르스릴러의 또다른 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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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컬쳐 - 커피에 얽힌 문화와 숨은 이야기
최승일 지음 / 밥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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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어가다보면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즐비해 있음에 깜짝 놀라고, 늦은 밤시간까지도 각 커피전문점 안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에 깜짝 놀라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고, 커피 전문점이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서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든지 집에서든지 간편한 인스턴트 커피에서부터 에스프레스머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즐기고 있기에 오늘날 커피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원두 커피의 경우에는 어떤 산지의 원두인지에 따라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원두커피머신, 에스프레소 머신, 핸드드립, 더치기구를 이용한 커피원액 추출, 캡슐커피 머신 등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느냐에 따라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기에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에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든지 사물이든지 일단 좋아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는데, 커피를 좋아하면 할수록 커피와 관련된 것들이 궁금해지기에 커피관련 서적을 하나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는 커피의 기본적인 지식인 원두의 종류와 생산지, 다양한 추출방식과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었던 <커피 컬처>는  커피를 찾아 다니며 즐기는 커피여행자이며 그날그날에 따라 어울리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홈바리스타이기도 저자가 커피와 직접적이든지 간접적이든지 관련된 역사, 음악과 회화, 영화 등 커피와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어 '커피인문학'이라고 평할 수 있는 책이었다. 

 

커피예찬에 관한 대표적인 곡이라 할 수 있는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찾아 들으며 저자가 소개한 커피칸타타의 다양한 배경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고나서, 'I Love Coffee, I Love Tea'로 시작되는 "Java Jive"와 Brown Eyes의 "With Coffee"와 같이 커피와 관련된 곡들을 찾아 오랜만에 들어보기도 하고, 책에 소개된 타구피 마모루의 도쿄 카페, 라이프니치의 카페 바움, 카페 프로코프, 카페 드 프로르는 여행을 가게 되면 꼭 가서 커피를 마셔보겠다는 Wish List도 생겼다. 단, 고흐의 유명한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에 등장하는 아를 포름광장에 있는 카페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준 곳이기에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수질의 영향으로 영국에서 커피보다 차(Tea)가 인기가 많았지만,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지 커피 돌풍이 일어나 1700년 경에 런던에만 200개 이상의 커피 하우스가 생겨났으며 커피하우스에서 사업상의 모임도 많이 이루어졌으며, 작가들이 작품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의견 교환장소로 이루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카페의 모습이 오늘날 한국의 카페에서도 사업상의 만남을 가지는 사람들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작업을 하거나 혼자서 공부하거나 팀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조별 모임을 갖는 대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게 생각되었다. 커피와 카페 문화의 놀라운 힘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콜쉬츠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1640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콜쉬츠키가 오스트리아와 오스만튀르크와의 전쟁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고, 오스만튀르크가 도망친 자리에 있던 수많은 전리품 분배시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던 커피자루를 챙겨가 비엔나 사람들에게 커피 제조법을 보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비엔나커피는 콜쉬츠키가 커피를 보급할 때의 제조법은 아니라고 한다. 오늘날 비엔나커피는 에스프레소에서 추출한 커피 위에 생크림이나 휘핑크림, 설탕이 들어간 커피이며, 이 커피는 아인슈패너(Einspanner) 커피라고 한다. 마무들이 한 손에 말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를 마차 위에서 마시게 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비엔나에 가면 꼭 마셔보라는 비엔나커피가 우아한 상류층이 마시던 커피가 아니라 마부들이 마시던 커피스타일이었다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한국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시대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고종이 커피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선가 읽기도 했고, 영화 가배 덕분에 커피의 한자어가 가배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외국인들과의 교역이 많았던 인천 제물포를 통해 이름모를 상인에 의해 커피가 퍼지지 않았을까하는 저자의 추측과 고종이 마셨을 것으로 추측되는 커피는 물과 커피가 같이 들어가 탕 형태로 끓여진 커피였을 것이고, 설탕커피의 경우에는 1920년에부터 기록이 발견되고 있기에 설탕대신 꿀이 들어간 커피였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외에도 '커피의 맛과 향', '커피와 과학'에 관한 글을 통해 커피의 풍미를 좀 더 잘 느끼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커피와 노예'의 역사를 통해 반인류적인 노예의 역사가 이루어진 곳들에서부터 폐지되기까지의 역사적인 사건을 되집어보고, 오늘날 커피생산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음과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정무역 커피가 등장했다는 최근의 역사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정무역커피가 저임금 근로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안타까웠다. 오늘날 많은 소비자들이 즐기는 인스탄트커피와 수많은 커피전문점들이 거대식품기업에 의해 만들어지고 카페체인점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대한민국대표 커피라는 맥심이 동서식품의 대표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은 놀라웠다. 맛과 향이 좋은 커피의 맛을 일관되게 만들어내는 대기업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손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커피 컬쳐>를 읽고 나니 '커피'라는 음료를 단순소비하기보다는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보고, 자기만의 개성있는 작은 카페들의 커피를 찾아다니며 맛보는 것이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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