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월22일자
"그게 그것같은 이즈음의 소설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낯설고 개성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한국판 마술적 사실주의라 할 법한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중국 소설의 다변과 요설을 떠오르게도 한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뒤틀린 한국 현대사를 색다르게 변주한다.... 그러나 스스로 허무주의와 근본주의에 빠졌노라는 작가의 고백에서 짐작되듯, 실현 가능한 대안의 제시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듯해 아쉬움을 남긴다."
저는 그 작가의 신간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고, 큰 기대를 걸고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 마지막 문장의 비판만은 동의할 수가 없군요. 문학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좋은 문학에는 정해진 공식이 있어야 겠군요. '1. 현실을 비판한다. 2.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끝낸다'??????
현실에 대안과 희망이 없는데 소설이 어떻게 대안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습니까. 작가는 듣고 보고 느끼고 상상한 것들만을 쓰면 되는 겁니다. 저는 기사의 전체 맥락에서 벗어난 한 문장만을 꼬투리잡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80년대를 거쳐온 지식인이나 문학인들이 이런 류의 고리타분한 평가를 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고리타타타분한 잣대로 말도 안되는 범작(온갖 허무개그나 신파로 가득차 있는 작품들)을 추켜 세우거나 다른 작품들을 깎아 내립니다. 사회의 문제를 파헤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희망을 보여주었다...라는 식이지요. 그들은 이런 잣대를 '순문학'의 성스러운 임무라고 여깁니다. 그들에겐 이것이 '문학성'을 가르는 잣대입니다. 저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