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첫 경제사 수업 - ‘보이지 않는 손’에서 ‘후생경제학’까지 13가지 대표 이론으로 배우는
조너선 콘린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평점 :
'빅스텝'????? 경제 잘알못은 오늘도 네이버 검색창만 기웃거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했단다. 이로 인해 기존 1.75%였던 기준금리는 2.25%로 인상된다. 한없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로 미국도, 한국도 연일 기준금리 인상 소식을 전하기 바쁘다. 매체에서 전하는 소식에 그런가 보다 하지만 사실 나 같은 경제 잘알못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과 금리 인상이라는 정책 사이의 상관관계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한동안 호황처럼 보이던 주식시장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고, 물가는 무섭게 치솟아 오르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물가를 잡으려고 온갖 정책을 내놓지만 시원찮아 보인다. 왜 그럴까? 이런 현상 이면에는 어떤 맥락이 숨어있을까?
경제 뉴스만 접하면 항상 이런 답답함을 느꼈기에 경제 서적을 읽고자 여러 번 도전을 했지만 끝까지 읽은 건 손에 꼽힌다. 대부분 경제 관련 서적들은 어려워서 진입 장벽이 높았다. 수학 책의 집합 부분만 너덜너덜해졌던 학창 시절처럼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만 척척박사가 될 판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시대를 관통하여 살고 있는 일인으로 경제사 공부는 포기할 수 없다. 경제 상식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이지 않는가.
다행히 '나의 첫 경제사 수업'은 경제사 초보인 독자를 타게팅 한 서적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아담 스미스에서 '후생 경제학'의 아마르티아 센까지, 경제학 거장들의 사연들, 그들의 대표 사상들과 시대상까지 핵심만 간결하게 다룬다. 시대를 대표하는 13명의 경제 사상을 따라가니 사회의 변화에 따라 돈의 흐름, 시장과 노동, 정부 정책의 역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맥락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언급된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여준 경제적 사고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남아있다. 그들이 선도한 사상들은 자본주의를 인간의 삶에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여전히 경제정책의 입안이나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경제학파는 경제 주체를 개인으로 보는지 계급으로 보는지, 정부의 시장개입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시장은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 인간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 등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학파가 파생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서 자유경제 시장을 주장한 최초의 경제학파인 고전학파로 경제학의 역사는 서막을 연다. 고전주의 학파를 계승, 발전, 보완하여 미시 경제학을 구축한 신 고전주의 학파는 알프레드 마샬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시장 가설을 더욱 공고히 하여 주류 경제학의 위치를 차지했다. 경제 대공황을 기점으로 케인스 학파가 부상하게 된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반대했던 고전학파, 신 고전학파와 달리 케인스 학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케인스는 공장이 만들어낸 상품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두 소비될 거라던 고전학파의 주장에 반박, 소비자가 돈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하지 않다고 말한다. 경기 침체시 정부가 소비자에게 소비할 수 있는 돈을 만들어 주어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일쇼크' 발생을 계기로 케인스학파의 경제정책을 반대하는 신 고전학파, 오스트리아 학파를 포괄한 신자유주의 학파가 부상하게 된다. 이들은 세입과 세출을 줄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현대 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학은 밀턴 프리드먼의 실증경제학, 존 포브스 내쉬의 게임이론과 균형이론,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 아마르티아 센의 후생경제학, 조지프 스티글치으의 정보경제학 등 다양한 이론으로 진화한다.
특히 케인스 학파는 여전히 정부 정책의 주요한 경제이론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비상사태로 닥친 경제 침제를 미국은 양적 완화 정책으로 대응한다. 이는 케인스의 사상에 입각하여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한 사례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이들의 사상이 21세기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부자가 되고 싶다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빈곤, 소외, 불평등,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바램과 소명, "개인의 성취"를 넘어선 "인류의 번영"에 대한 비전과 책임감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위대하고 대단한 학자들이었어도 어느 누구의 사상도 "완벽" 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바뀌고 시대가 흐르면서 새로운 사고에 의해 보완되고 대체되어 왔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열정은 "완벽"해 보인다.
v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