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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ㅣ 팡세 클래식
알퐁스 도데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평점 :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소설가로 유명한 알퐁스 도데는 우리에게 '마지막 수업'과 '별'로 유명하다. 특히 서정적인 감수성과 시적 문체가 빛나는 소설 '별'은 남프랑스 어느 산골의 평화로움이 피부에 직접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된다. '별'을 읽고 있노라면 알퐁스 도데의 다른 작품들도 마냥 아름다울 것만 같다.
"저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어여쁘고 가장 찬란한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 내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아 고요히 잠든 것이라고!" p66
하지만 그는 1870년 발발한 프러시아와 프랑스 사이의 보불 전쟁을 배경으로 잔혹한 현실을 담은 작품을 많이 남긴다. [마지막 수업, 별, 꼬마 간첩, 스갱 씨의 염소,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 왕자의 죽음, 숲속의 군수]의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도 전쟁 중 상황의 현실에 맞물려 비극을 피할 수 없던 여러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것으로 끝입니다......" p36
"아무도 볼 수 없었습니다." p104
보불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마지막 수업'과 '꼬마 간첩'은
어린아이들의 생활이 이뤄지는 학교와 놀이 공간까지 파고든 전쟁의 잔혹함을 그려낸다.
일상적인 공간에 침투한 전쟁은 당연했던 존재와 행위를 옭아맨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일들이 태연스럽게 일어난다.
놀라거나, 슬퍼하거나, 좌절할 틈도 주지 않고 잔혹한 상황에 던져지는 그 박탈감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들이라는 존재로 극대화한다. 한치의 희망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엔딩이 야속하기만 하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삶 자체에 잠복된 비극을 예민하게 인식한
'스갱 씨의 염소',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 '왕자의 죽음', '숲속의 군수'도
마냥 아름답고 사랑스럽기만 하던 '별'과는 다른 엔딩에 당혹스럽다.
자유를 찾아 나선 아기 염소의 비극 -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의 운명의 박탈감 -
왕자의 신분으로도 극복할 수 없던 무능함 -
이런 이야기들은 소설 천선란님이 서문에서 언급하신 현실의 잔혹함과 희망의 부재를 상기시켰다. '알퐁스 도데'의 문학적 감수성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함께 작용하여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가 더욱 잔혹하고 냉혹하게 인식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어느 시대이든 독자에게 당시의 현실이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실감하게 하면서, 쌀알만큼의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실제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이야기로 느끼게 해 준다. (서문, 소설 천선란)
잔혹 동화 같은 이야기들 사이에서 마주한 현실의 냉혹함이 싸늘하다. 싸늘해 -
v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