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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 돌·물·피·돈·불·발·꿈으로 풀어낸 독특한 시선의 인문 기행,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윤혜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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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오래된 유럽 도시는 역사, 예술, 철학 그 자체다.”
‘돌,물,피,돈,불,발,꿈’으로 풀어낸 독특한 시선의 인문 기행
아날로그에서 출판한 윤혜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님이 지은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는 여행에세이에 인문학적 지식이 합쳐진 도서이다. 지난 20년간 서양의 문학, 철학, 역사를 현지에서 느끼고 체감한 결과를 이 책에 잘 녹아내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유럽 여행을 다녀온 책을 읽으며 지난 과거를 회상하거나 유럽 여행을 앞둔 사람 혹은 유럽 도시와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이 책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유럽 도시 여행이란 인문 기행이기 마련이다. (4쪽)
인문학에 관한 지식의 유무에 따라 유럽 여행은 흡수율은 달라진다. 저자가 가진 인문학적 지식을 책에서 소개하는 도시와 건축물에 투영한 이 작품은 여행기를 넘어 인문학 지식을 소개한다.
주제로 정한 7개의 코드가 흥미롭다.
[ 돌 ]
돌, 유럽의 자랑거리는 역사와 전통이 베어 있는 석조 건물의 우아한 자태다. 첫 번째 소개하는 건물을 판테온이다. '모든 신들을 섬기는 신전'이라는 뜻의 판테온은 로마 제국의 5현제 시대에 건축되었다. 아우구스투스보다 한 세기 후인 2세기에 트라야누스 황제와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의 건축물이다.
원형 신전 안의 각 신들을 위한 자리는 1세기가 지나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받아들이자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모조리 쫓겨나간다. 현재는 라파엘로의 무덤만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볼로냐는 이탈리아 교통의 중심지이다.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이 위치한 볼로냐는 학생들이 '자치 길드'를 만들었다. 이는 '우니베스타스'라고 부르고 오늘날 대학교를 지칭하는 '유니버시티'라는 말의 기원이 되었다.
볼로냐에 부가 집중되고 유력한 가문의 등장으로 새로운 탑들이 만들어졌다. 다른 가문의 감시와 동정을 살피기 위한 전략적인 목적과 상대 가문보다 더 높은 탑을 가지고 있다는 명예에 관한 목적은 이 도시를 탑의 도시로 만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도시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많은 탑이 무너지고 현재 볼로냐의 '두에 토리(두 탑)'이 관광명소 역할을 하고 있다.
피렌체보다 먼저 도시가 발달한 곳은 1시간 거리의 시에나이다. 시에나 대성당의 아름다운 대리석 바닥은 미술사가의 원조 조르조 바사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닥"이라고 칭찬했을 정도이다.
이 두 도시의 대립과 성장은 마치 하늘 위에 두 태양이 있을 수 없듯이 토스카나 지역의 맹주는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1260년 몬타페르티에 전투에서 시에나는 적은 병력의 열세에도 피렌체 군의 깃발을 끌어내리는 첩자 보카 델리 아바티의 활약으로 피렌체를 무찌른다.
피렌체는 1555년 스페인왕 펠리페 2세와 연합하여 시에나를 공격한다. 펠리페 2세는 피렌체에 막대한 부채를 가지고 있었고, 피렌체는 부채를 시에나로 갚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로써 시에나의 멸망과 피렌체는 토스카나 지방의 맹주가 된다.
[ 물 ]
물은 대표하는 도시는 베네치아다. 훈족의 침입을 피해 석호 위의 공간에 자리를 잡은 이 도시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잔잔한 물이 흐른다. 운하를 가로지리는 이 물은 아드리아해 바닷물이다. 바닷물이 잔잔한 이유는 가늘고 길게 펼쳐진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과 같은 섬들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준 덕분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섬과 섬을 잇고 갯벌을 개간해 지어놓은 도시, 베네치아. 약한 지반에다 든든한 나무기둥을 무수히 박고, 그 위에 벽돌과 돌로 길을 만들고 건물을 지었다. (79쪽)
유럽의 수많은 도시 중 가장 특색있는 도시는 누가 뭐래도 베네치아다. 상상의 도시인 베네치아의 독특한 매력은 마카오의 베네시안 호텔로도 재탄생했고, 영화 '투어리스트', '스파이더맨 파프럼 홈', '미션 임파서블'의 촬영지가 되어 대중에게 매력을 어필한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산마르코 광장의 팔라초 두칼레 궁전 대회의실에 걸려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캔버스들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물이 나오는 기능을 하는 분수에도 로마인은 예술적 가치를 덧붙였다. 트레비 분수는 고대 로마인의 놀라운 토목 기술을 보여준다. 오늘도 수많은 관광객은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트레비 분수에서 뒤로 동전을 하나 던져 다시 로마에 오기를 바라고, 두 번째 던져 연인을 만나고, 세 번째 던져 결혼에 골인한다는 전설에 자신의 운을 맡긴다.
베르니니가 설계하고 완성한 걸작 분수는 나보나 광장에서 볼 수 있다. 나보나 광장은 원래 1세기에 세워진 고대 로마의 마차 경기장이었다. 로마 제국의 쇠퇴와 함께 나보나 광장은 어수선한 시장이 되었고 후일 공공부지로 보존되었다.
로마 교황은 시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도록 분수를 만들었다. 나보나 광장 한가운데 1651년 베르니니가 완성한 '콰트로 피우미'분수 '네 강의 분수'는 나일강, 다뉴브강, 갠지스강, 라플라타강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대리석을 조각해놓았다.
[ 피 ]
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는 콩코드 광장이다. 조화를 나타내는 콩코드 광장은 루이 15세가 만든 곳이다. 하지만 손자인 루이 16세가 그곳에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루이 16세는 폭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이성과 진보의 정신에 따라 인민의 족쇄를 풀어주던 계몽군주였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미국 독립전쟁에 끼어든 것이다. 거액의 군비를 지출해 오랜 숙적 영국을 미국이 이기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국가의 재정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그를 무너뜨린 것은 경제 실책이지 무자비한 독재가 아니었다.
[ 돈 ]
돈을 상징하는 유럽의 도시와 건축물은 무엇일까?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친 것을 생각하면 고리대금업을 기반으로 금융업을 성장시킨 유대인, 금융업의 성공과 함께 예술 발전에 기여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물은 바티칸 시티에 있어 성 베드로 성당이다. 이 성당은 브라만테에 의해 재건축이 되었다. 처음 착공한 1506년에서 시작한 후 1590년 성당의 돔이 완공됐다. 어 엄청난 공사에 들어간 막대한 건축비 일부를 율리오 2세는 면죄부 판매로 충당했다.
니콜라이 5세는 로마로 온 순례자들에게서만 돈을 거뒸지만, 율리오 2세는 유럽 전역으로 사람을 보내 면죄부를 팔게 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율리오 2세의 국제적 면죄부 영업을 더욱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인물은 데치디 가문 출신의 교황 레오 10세다. (180쪽)
레오 10세가 대성당을 짓고 있을 때 독일 작센 지방의 수사인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 판매로 축재에 여념이 없는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문건은 1517년에 발표한 것이다. 종교개혁으로 교황청은 종교적 권위에 타격을 입는다. 결과적으로 브라만테의 옛 성베드로 대성당 파괴와 재건축은 서유럽 기독교 공동체의 붕괴를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 불 ]
불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타오르는 도시이다. 이에 가장 적확한 장면은 2차 세계 대전 작센 중의 수도, 찬란한 바로크 도시 드레스덴에서 벌어진 폭격이다. 먼저 폭격의 재미를 본 것은 전쟁을 먼저 일으킨 독일이었다. 런던 대공습으로 히틀러는 영국이 백기를 들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연합군은 독일 폭격에 당한 수모에 이자를 몇 배 더 얹어서 갚아주었다. 1945년 2월 13일에서 15일까지 1,300대의 폭격기는 3,900톤의 화염 폭탄과 고성능 폭약을 도시에 떨어뜨렸다.
한 도시가 이렇듯 처참하게 파괴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100만 평가량의 도심을 뒤덮은 불길에 건물들은 사라졌고, 시민들은 불에 타 죽었다. 히틀러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망자 수는 20만 명이나 실제 숫자는 최소 25만 명이었다.
[ 발 ]
발과 어울리는 센 강의 '퐁 뇌프', 센 강의 새로운 다리라는 뜻이다. 프랑스 왕이 되기 위해 가톨릭으로 개종한 앙리 4세, 소신과 파리를 맞바꾼 그는 시테 섬에 돌다리를 만든다. 그것은 퐁 뇌프였다.
파리의 강물은 변함없이 흐른다. 건물들의 주인도 바뀐다. 13세기 필립 오귀스트 왕이 센 강에 요새로 지은 루브르 성은 14세기 샤를 5세가 거주용 궁으로 개조한다. 16세기 초 프랑수아 1세는 루브르의 성벽을 허물고 우아한 르네상스풍 궁전으로 변신시킨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친분이 깊었던 프랑수아 1세는 <모나리자>를 루브르로 가져온다.
프랑수아 1세가 죽은 후 프랑스는 극심하고 잔혹한 내전의 고통을 겪는다. 정치 진영이 가톨릭파와 칼뱅주의 개신교파로 갈라져 '종교 전쟁'이라 부른다.
위그노의 세력권은 남서부 프랑스였고, 파리는 가톨릭 세력의 거점이었다. 카트린 드 메디치는 딸의 결혼을 이용해 위그노를 섬멸할 계획을 세운다. 개신교도인 나바르의 앙이와 프랑스 왕실의 마가레트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러 위그노는 파리에 모였다. 이들은 종파를 초월한 결혼식에 큰 기대를 걸었다.
1572년 8월 24일, 파리의 '생 바르텔레미 학살'은 그렇게 벌어졌다. 이런 대학살에도 위그노는 나바르의 앙리를 내세워 무력 항전을 계속했다. 그는 프랑스 왕이 되기 위해 가톨릭 교도가 되기로 결정한다.
[ 꿈 ]
꿈을 상징하는 건물은 밀라노 대성당을 선정했다. 밀라노는 17세기 페스트로 인구 10만에서 46퍼센트인 4만 6,000여 명이 사망했다. '밀라노 대역병'이라고 불린 전염병을 이겨내고 밀라노는 새롭게 비상했다. 밀라노 두오모에서 부활의 꿈을 꾸는 이들은 예배를 드렸다.
이번 2021년 코로나19로 전 세계 시민은 고통 속에 놓여있다. 밀라노 두오모가 하늘 위로 솟아있듯이 우리는 이번 전염병도 극복하고 다시 희망을 가슴에 품을 것이다.
유럽 여행과 도시,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은 <7개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를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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