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냥꾼 - 역사가 돈이 되는 세계를 찾아서
네이선 라브.루크 바 지음, 김병화 옮김 / 에포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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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돈이 되는 세계를 찾아서

 

중요한 것은 어디에든 있다. 그것을 알아볼 안목만 있다면!

세계 최고의 역사 유물 판매상이 알려주는 역사적 가치를 발견하는 법

 

TV에서 흥미로운 시청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전당포 사나이들>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전당포를 운영하는 사장에게 의뢰인의 찾아와 자신의 중요한 소장품을 판매하고, 사장은 분야별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하고 보수 작업을 마친 후 소장품의 가치를 높인다.

 

1995년부터 우리나라 안방 시청자를 사로잡은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이 감정에 중점을 둔다면, 소장품의 가치를 산정하고 이를 재가공해 판매를 목표로 하는 프로가 <전당포 사나이들>이다. 최근 흥미로웠던 소장품은 메이지 시대의 일본검이었고, 전문가들은 이 진품이라 여겨 보수하고 높은 가격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위조품으로 드러나 허탈감을 안겼다.

 

역사에 관한 지식을 기반으로 각 품목에 대한 지식과 열정을 갖추어야 올바른 거래를 할 수 있다.

 

희귀 문서와 역사 유물을 다루는 세계 최고의 거래회사 라브 컬렉션의 대표인 네이선 라브와 <프로방스, 1970>의 저자 루크 바 공저자의 <역사 사냥꾼>은 그들의 거래 품목에서부터 유물 거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역사 사냥꾼으로 성장하기 위한 수습생, 본격적인 사냥을 지나 심화 학습 단계를 거치는 동안 저자가 발굴한 물품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주로 미국과 유럽의 역사에 결정적인 물건이 등장한다.

 

베이브 루스의 서명 사진, 루스벨트의 편지, 로제타석, 레이건이 딸에게 보낸 편지가 등장한다. 우리 사례로는 박병선 박사님의 직지를 들 수 있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며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한 것은 선생의 오랜 노력과 발견 후 이것이 직지임을 입증하고 마침내 임대 형식이지만 한국으로 반환하게 한다.

 

전곡리 주먹도끼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미국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라는 사실은 물건의 가치는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부모님은 1990년대 자필 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물품 비축과 마케팅 자금이 중요했지만, 진입장벽이 높지는 않았다. 회사는 초기 물품 중 루스벨트의 자필 원고를 4,500달러에 거래 상인에게 사들였다. 자필 원고를 눈여겨보던 중 훌륭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속에 담긴 내용이 루스벨트 시대를 규정할 수 있는 TR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편지의 가격이 10만 달러 이상 부를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아버지의 회사에 합류하고 1년이 지난 후, 희귀 도서 박람회에서 다윈의 편지가 15,000달러에 판매되는 보았다. 그들은 적정 가격이라 생각했고 편지의 내용을 본 순간 다윈이 흑인을 높이 평가하고, 노예제를 반대한다는 견해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극소수의 편지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편지에 쓰인 잉크의 배후에 깃든 물건의 가치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물건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사들인 다윈의 편지는 다윈을 찬양하는 사람에게는 1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물건이 될 수 있었다.

 

저자는 지금까지 경험한 자필 원고 사업에서 경험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에서 이런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한 가지 물건도 보는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말이 실감 난다.

 

기억에 남는 원고는 어밀리어 이어하트의 항공 경주 신청서와 제퍼슨의 런던, 파리에서의 도서 구입 목록이었다.

 

이어하트는 미국적 낙관주의와 야심의 아이콘이었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두려움이 없었다.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했고 4년 후에는 단독비행에도 성공한다. 세계 일주에 나선 이어하트는 남아메리카, 대서양, 아프리가, 인도, 동남아시아를 지나 완주를 눈앞에 두고 남태평양에서 길을 잃었다. 그녀의 항공 신청서에는 바로 그 비행기에 관한 제원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제퍼슨은 1803년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와 서부의 거점들을 구입했고, 1804년에는 루이스를 지휘관으로 하는 탐험대를 파견했다. 그는 200여 년 전에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계몽주의의 화신이었다. 제퍼슨은 모든 역사를 현재에 구현하기 위해 런던과 파리의 중요한 서적을 주문하려 했다. 저자가 발견한 원고는 제퍼슨의 자필 주문서였다. 그는 이 원고가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소장되어야 할 것임을 알고 거래에 성공한다.

 

저자는 자신이 하는 작업이 그저 의미 있는 모험이 아니며, 역사를 발견하는 더 큰 의미를 발견하는 여정이라고 한다. 역사 유물을 수집하거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역사 사냥꾼>을 일독하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역사사냥꾼 #네이선라브 #루크바 #김병화 #에포크 #역사 #보물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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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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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강의

 

오늘 소개할 책은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세계 누적 판매 부수 650만 부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이고, 이번 도서는 그가 NHK 교토 교실에서 개최했던 철학 강좌를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 교수님은 195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 연구과 박사과정(서양 고대철학사 전공)을 수료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알프레드 아들러 철학 전공자로,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아들러 철학의 정수를 담은 미움받을 용기로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철학 책이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화로 진행해 철학의 개념을 쉽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저자는 철학에 관해 일정 경지에 도달했다고 보인다.

 

 

이번 도서는 수강생들과 대화를 6개 주제로 수업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 수업. 철학이란 무엇인가?

두 번째 수업. 행복해지는 법

세 번째 수업. 우리는 모두 타인의 타인이다

네 번째 수업. 나이 듦과 질병을 통해 배우는 것

다섯 번째 수업. 죽음은 끝이 아니다

여섯 번째 수업. 지금 여기를 살다

 

철학은 평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관해 생각하기 때문에 쉬운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평소 궁금하게 여기는 주제를 되도록 쉽게 전달하고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이치로와의 대화를 통해 핵심 내용을 정리한다.

 

 

저자는 철학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말하며 마을 광장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철학을 정립한 소크라테스를 예로 든다.

철학은 대학의 전공과목으로 강의를 통해 배울 수도 있지만, 누구나 삶에 관한 궁금증을 가지고 이를 대답하려는 과정에서 익힐 수 있다.

 

인간이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가치판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선과 악을 판단해 개인은 자신의 행동을 판단한다. 자신이 하려는 행동에 미래 생각하고 판단을 내린 후 결정하는 행동은 모두 철학에 따른 행위가 된다.

 

철학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행복은 성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이 양적인 것을 말한다면 행복은 질적이고 독자적인 것이다.

남들의 눈에 아무리 행복해 보여도 자신이 행복한 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나 자신은 타인의 타인이라는 점이다.

행복에 있어서 내면적인 점도 중요하지만, 대인관계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아들러 심리학은 목적론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 철학의 흐름에 속하지만, 플라톤과 아들러 사상의 커다란 차이는 바로 아들러가 대인관계를 고찰한다는 점이다.

 

아들러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여겨질 때만 용기를 가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하면 용기를 내 대인관계 안으로 들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나이를 먹거나 병에 걸리는 것이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기능의 열화나 퇴화일 뿐이라면 큰 문제는 없다. 더 큰 문제는 나이와 병 때문에 자신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나이 듦과 질병은 인간이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과정이다. 나이를 먹어서 혹은 아파서 마음먹을 대로 할 수 없어도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행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람은 나이를 먹고 병에 걸려 의식이 흐려지다가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이 죽으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닐까?

 

산 사람에게 죽은 사람은 생전과 다름없이 계속 살아있는 존재이며,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가게 된다.

 

저자는 잘 살아가려는 방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충실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 각자는 현재라는 짧은 순간을 살고 있기에 과거는 이미 살았던 시간이고 미래는 아직 불확실하다.

 

사람은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스의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고 말했다. 만물은 흘러가는 것으로, 이 세상에 같은 것이라고는 무엇 하나 없다는 뜻이다.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은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 사람이 옆에 두고 생각하기 좋은 책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기시미이치로의삶과죽음 #기시미이치로 #철학 #에쎄이 #미움받을용기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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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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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마구의 마지막이자 첫 시작을 여는 입문서


“누구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의무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해냄출판사에서 주제 사라마구의 마지막 유고작은 <스카이라이트>를 출간했다. 강렬한 영화로 더 유명한 <눈먼 자들의 도시>의 원작 소설가인 주제 사라마구는 포르투갈의 대표 작가이자 포르투갈어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사라마구의 주목할 만한 이력은 사회주의에 천착해 공산당 활동을 19년이나 이어가는데 이 작품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사연은 1953년 자신이 첫 소설인 <스카이라이트>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으나, 출판사는 출판을 거절하고 원고는 분실한다. 출판사가 이 소설을 출판했더라면 그는 작가 생활을 이어갔겠지만, 출판사에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무시당한 사라마구는 19년 동안 작가 생활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원고는 36년이 지나 출판사가 이사하게 되어 원고를 발견하고 작가에게 출판하고 싶다고 한다. 사라마구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거절하고 자신이 살아생전 이 작품을 출판하지 못 하게 한다.


작가가 서른한 살 청년일 때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무시당한 일이 그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가 사망한 후, 새로운 작품으로 알려진 <스카이라이트>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은 신작으로 알았지만, 이 작품은 사라마구의 다음 작품을 이해하는 자료가 된다.



포르투갈은 2차 세계대전의 중립국이었고, 전쟁의 화마를 비껴가지만, 당시 유럽의 지식인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던 사회주의 사상이 포르투갈에서도 퍼지고 있었다.


사라마구는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의 여성의 역할을 드러내기 위해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소설을 쓴 것으로 보인다. 짐작하건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여성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포르투갈은 엄격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생활상이 엿보이지만, 작가는 여성의 동성애까지 너그럽게 묘사한다.


작품은 1952년 리스본의 층별로 두 가구가 사는 3층 임대 아파트 내 6가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치밀하게 보여준다. 



아파트 1층에 사는 구두장이 실베스트르와 마리아나 부부는 전에 세입자가 나가 빈방에 세입자를 구하기로 한다. 세입자로 온 아벨은 실베스트르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1층 옆집에는 권태기에 빠진 스페인 출신의 카르멘과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에밀리우 폰세카 부부와 여섯 살짜리 아들 엔리키뇨가 살고 있다. 카르멘은 친정이 스페인이라 부부 사이가 멀어져 고향 부모에게 가고 싶다. 



2층에는 2년 전 어린 딸을 잃은 주스티나와 야간에 일하는 신문사 식자공 카에타노 쿠냐 부부가 산다. 


2층 옆집에는 부유한 사업가 파울리누 모라이스의 내연녀 리디아가 살고 있다. 리디아는 가끔 들러 돈을 받아가는 속물적인 어머니를 지긋지긋해하는 중이다. 



3층에는 아드리아나와 이자우라 자매, 둘의 어머니 칸디다와 이모 아멜리아가 산다. 이들 가족은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을 사랑해 함께 라디오를 듣는 것이 낙이다. 


3층 옆집에는 안셀무와 로잘리아 부부와 19세의 딸 마리아 클라우디아가 산다. 이들 부부는 리디아를 좋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통해 모라이스에게 딸의 일자리를 부탁한다. 



모든 집이 그렇듯 가정 내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 문제가 이웃으로 확대되며 사건은 정점을 향해 간다. 리디아와 파울리노의 관계는 아벨이 끼어들고, 클라우디아가 파울리노의 회사에 취직해 멀어지게 된다. 리디아의 어머니는 딸 리디아가 파울리노에게 돈을 받지 못해 자신의 용돈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한다.


사라마구는 파울리노로 대변되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종속된 구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아드리아나, 이자우라 자매가 즐겨듣는 베토벤 교향곡은 3번에서 9번으로 마무리되어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2번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디드로, 도스토옙스키, 셰익스피어에게 존경을 표시한다.


젊은 시절 사회주의적 이상을 좇아 행동했던 실베스트르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는다.


사라마구는 1950년대 자신의 고향 리스본에 사는 서민이 느끼는 삶의 고통과 여러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라마구의 작품이 궁금한 사람은 다른 작품의 원형이 되는 <스카이라이트>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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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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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포르투갈 리스본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서민 생활을 낱낱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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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공간을 찾아서 - 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에 대하여
안정희 지음 / 이야기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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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나무에서 출판한 안정희 작가님의 <기억 공간을 찾아서>는 전쟁, 죽음, 사고, 도시개발, 재난 등의 이유로 소멸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여행하며 적은 기행문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라 생각했지만, 저자는 담담하게 자신이 다녀온 기억 공간을 소개한다. 우리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서서히 흐릿해지는 기억과 왜곡되는 기억으로 과거 사실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작가님은 독일, 일본, 한국의 기억 공간이 가지는 의미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전달한다.

 

저자인 안정희 작가님은 기록전문가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와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지금은 증평기록관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기록을 전문으로 다루는 작가님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사실이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곳은 브레멘항구의 이민박물관이다. 이곳은 떠난 사람들의 집이라 불리고 19세기부터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났던 독일 이민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2005년에 세워졌다.

 

박물관은 항해를 마치고 뉴욕항의 앨리스 아일랜드에 도착해 이민 수속을 밟는 공간을 재현하고 있다.

 

독일은 우리 국민이 처음으로 유럽에 이민을 한 나라다.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 조선 기술자들은 독일로 들어갔다. 최초 3년이었던 계약은 6, 9년으로 연장되었고 대다수 간호사는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영구히 독일에 살았다.

 

브레멘항구의 이민박물관은 미국으로 떠난 독일인과 독일에 이민 온 한국인의 새로운 곳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독일 뮌헨에는 이미륵 박사님의 묘가 있다. 그는 독일인이 사랑한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통해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소설로 녹여내고 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여섯 달 동안 망명 생활을 하며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독일 뮌헨에 도착한다. 이미륵은 거처를 정하고 처음 눈이 온다고 좋아하던 날,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받는 것으로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는 끝이 난다.

 

독일의 구텐베르크 박물관에는 1974년 한국관이 만들어졌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보다 78년 앞선 직지심체요절이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던 박병선 박사님이 발견한 덕분이다. 선생이 직지를 발견하고 이를 입증하는 과정은 극적인 영화와 같은 일이었다. 1955년 여성 최초의 유학비자를 받았던 선생은 스승이 건넨 말을 잊지 않았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실과 국가행사 전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외규장각 의궤>를 비롯한 여러 책을 불법으로 가져갔는데 어디에 있는지 꼭 찾아보라 했다.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였는 그녀에게 하루는 동료가 한자로 적힌 오래된 듯한 책이 한 권 본적이 있다고 전하고, 이를 확인한 그녀는 이것이 <직지>임을 확인하게 된다.

 

 

일본의 기억 공간은 오키나와의 슈리성과 아리랑 위령탑,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이다. 오키나와는 과거 류큐 왕국으로 우리나라 조선과 교류했던 역사가 깊은 왕국이다.

 

일본은 류큐를 병합한 후 오키나와 현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학생들은 일본 교과서로 배워야 했으며 황국신민으로 하나의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에 강제 편입되어야 했다. 왕국의 왕족은 슈리성에서 쫓겨나 본토와 섬에 강제 분리된 채 살고 있었고 귀족들은 왕의 몰락과 함께 집과 생활용품을 팔고 나하시로 옮겨가 월급쟁이 직장인이 되거나 시골로 낙향해 농부가 되었다.

 

1945년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최대 격전지였다. 주민의 1/412만 명이 사망하고 주거지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종전 후 오키나와는 미국에 이양되었다. 미군정은 27년 동안 오키나와를 점령했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했다.

 

개인적으로 슈리성을 방문했을 당시 정전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곳 공사 현장의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로 슈리성은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2차 대전의 폭격으로 파괴되었던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소실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오키나와 나하시에서 페리를 타고 1시간 30분 거리에 게르마제도의 도카시키섬에는 두 개의 무덤이 있다. 하나는 최초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힌 배봉기를 기리는 아리랑 위령비이고 또 하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집단 자결지 탑이다.

 

미군의 상륙과 함께 일본의 전세가 기울자 일본군은 섬 주민들이 미군에 생포되었을 경우 일본군의 동향을 발설할까 두려워 그들의 집단 자살을 부추겼다. 미리 주민들에게 수류탄을 나눠주고 미군이 상륙하기 전에 터트리도록 압박했다. 터트리지 못한 주민에게는 칼이나 면도날 몽둥이로 서로를 때려죽이거나 서로 목 졸라 죽이기를 강요했다.

 

 

 

한국의 전라북도 진안에는 용당댐이라는 같은 주제로 진안 역사박물관, 한국수자원공사 물문화관, 사진문화관, 계남정미소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문화관에는 1995년부터 용당댐이 준공된 2001년까지 댐 아래에 살았던 사람들의 댐 건설 반대 투쟁, 이주, 철거 등을 촬영한 24,010점의 사진과 각종 문서, 이주하는 동안 남겨진 수몰민의 생활용품 2,255점을 보유, 전시하고 있다.

 

 

인천 강화도에는 현대 노동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심도직물 굴뚝이 자리 잡고 있으나 역사적 의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공장이 문을 닫은 후 무너진 굴뚝만 남았다. 2015년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굴뚝 앞에 강화 심도직물 사건을 기념하는 조형들을 세웠으나 소리소문없이 철거되었다.

 

 

안정희 작가님의 <기억 공간을 찾아서>는 기존의 여행에세이와는 다른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기록을 통한 공간의 기억이 우리에게 다음 상상력을 전하고, 과거로 돌아보면서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거주하는 공간 주변에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곳들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가지는 의미를 새기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나의 과거와 미래를 완성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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