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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1년 7월
평점 :
사라마구의 마지막이자 첫 시작을 여는 입문서
“누구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의무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해냄출판사에서 주제 사라마구의 마지막 유고작은 <스카이라이트>를 출간했다. 강렬한 영화로 더 유명한 <눈먼 자들의 도시>의 원작 소설가인 주제 사라마구는 포르투갈의 대표 작가이자 포르투갈어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사라마구의 주목할 만한 이력은 사회주의에 천착해 공산당 활동을 19년이나 이어가는데 이 작품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사연은 1953년 자신이 첫 소설인 <스카이라이트>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으나, 출판사는 출판을 거절하고 원고는 분실한다. 출판사가 이 소설을 출판했더라면 그는 작가 생활을 이어갔겠지만, 출판사에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무시당한 사라마구는 19년 동안 작가 생활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원고는 36년이 지나 출판사가 이사하게 되어 원고를 발견하고 작가에게 출판하고 싶다고 한다. 사라마구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거절하고 자신이 살아생전 이 작품을 출판하지 못 하게 한다.
작가가 서른한 살 청년일 때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무시당한 일이 그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가 사망한 후, 새로운 작품으로 알려진 <스카이라이트>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은 신작으로 알았지만, 이 작품은 사라마구의 다음 작품을 이해하는 자료가 된다.
포르투갈은 2차 세계대전의 중립국이었고, 전쟁의 화마를 비껴가지만, 당시 유럽의 지식인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던 사회주의 사상이 포르투갈에서도 퍼지고 있었다.
사라마구는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의 여성의 역할을 드러내기 위해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소설을 쓴 것으로 보인다. 짐작하건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여성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포르투갈은 엄격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생활상이 엿보이지만, 작가는 여성의 동성애까지 너그럽게 묘사한다.
작품은 1952년 리스본의 층별로 두 가구가 사는 3층 임대 아파트 내 6가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치밀하게 보여준다.
아파트 1층에 사는 구두장이 실베스트르와 마리아나 부부는 전에 세입자가 나가 빈방에 세입자를 구하기로 한다. 세입자로 온 아벨은 실베스트르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1층 옆집에는 권태기에 빠진 스페인 출신의 카르멘과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에밀리우 폰세카 부부와 여섯 살짜리 아들 엔리키뇨가 살고 있다. 카르멘은 친정이 스페인이라 부부 사이가 멀어져 고향 부모에게 가고 싶다.
2층에는 2년 전 어린 딸을 잃은 주스티나와 야간에 일하는 신문사 식자공 카에타노 쿠냐 부부가 산다.
2층 옆집에는 부유한 사업가 파울리누 모라이스의 내연녀 리디아가 살고 있다. 리디아는 가끔 들러 돈을 받아가는 속물적인 어머니를 지긋지긋해하는 중이다.
3층에는 아드리아나와 이자우라 자매, 둘의 어머니 칸디다와 이모 아멜리아가 산다. 이들 가족은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을 사랑해 함께 라디오를 듣는 것이 낙이다.
3층 옆집에는 안셀무와 로잘리아 부부와 19세의 딸 마리아 클라우디아가 산다. 이들 부부는 리디아를 좋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통해 모라이스에게 딸의 일자리를 부탁한다.
모든 집이 그렇듯 가정 내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 문제가 이웃으로 확대되며 사건은 정점을 향해 간다. 리디아와 파울리노의 관계는 아벨이 끼어들고, 클라우디아가 파울리노의 회사에 취직해 멀어지게 된다. 리디아의 어머니는 딸 리디아가 파울리노에게 돈을 받지 못해 자신의 용돈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한다.
사라마구는 파울리노로 대변되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종속된 구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아드리아나, 이자우라 자매가 즐겨듣는 베토벤 교향곡은 3번에서 9번으로 마무리되어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2번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디드로, 도스토옙스키, 셰익스피어에게 존경을 표시한다.
젊은 시절 사회주의적 이상을 좇아 행동했던 실베스트르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는다.
사라마구는 1950년대 자신의 고향 리스본에 사는 서민이 느끼는 삶의 고통과 여러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라마구의 작품이 궁금한 사람은 다른 작품의 원형이 되는 <스카이라이트>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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