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도어 - 우리는 어디쯤 걷고 있는가
이현상 지음 / 리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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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쯤 걷고 있는가

 

환경과 자연의 가지, 동물들의 안전과 복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생각하는 리리퍼블리셔에서 출판한 제로그램 이현상 대표님의 <인사이드 아웃도어>는 아웃도어의 백과사전이다.

 

오늘 기사에 의하면 장애인 최초로 브로드피크(8047m)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하산하다 실종된 김홍빈(57) 대장의 위성전화 신호가 중국 영토 내에서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수색 당국에 따르면 파키스탄군은 K2(8611m) 남동쪽 9㎞ 지점에서 김 대장이 갖고 있던 위성전화 신호를 확인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등정을 응원하며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웃도어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어디서 기원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제로그램 이현상 대표는 아웃도어의 즐거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점점 더 먼 과거로 돌아가 마침내 선사의 동아프리카 사바나에 이르렀다.

 

<인사이드 아웃도어>는 사바나에서 2000년대 폭발적으로 성장한 아웃도어 비즈니스의 원동력은 분석한다.

 

‘1부 아웃도의의 기원’에서는 진화인류학 관점에서 아웃도어 본능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알아본다.

 

많은 진화인류학자는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과정에서 직립보행의 에너지 효율성을 주목한다. 무엇보다 직립보행은 에너지 소모가 최적화된 걸음걸이다. 이는 침팬지가 네 다리로 걷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4분의 1수준이다.

 

인류의 조상들이 나무 위에서 머물다 땅으로 내려와 직립보행으로 진화해갈 때 네 다리로 너클보행하던 친척 무리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사라진 인류의 친척 무리들은 더 사납고 더 빨리 달렸으며, 한때 더 큰 무리를 지어 숲을 지배했었지만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한 무리들이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 오늘날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말하자면 강한 자가 오래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인 셈이다.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는 동안 멀리 걷고 오래 달리며,더 넓은 땅으로 이주하기 위해 낯선 곳에서 잠을 자고, 추위와 포식자들을 물리치고 사냥감을 익혀 먹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던 일들이 아웃도어 활동이다.

 

 

‘2부 인사이드 아웃도어’에서는 1960년대 맹아 단계에서 시작해 2000년대 이르러 폭발적으로 성장한 현대 아웃도어 비즈니스를 소비자가 아닌 내부자의 시선으로 살펴본다.

 

1968년은 현대 아웃도어 비즈니스의 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여행이 있었다. 요세미티 계곡의 1세대 반란자 무리의 한 명이었던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와 노스페이스의 창업자 더글라스 톰킨스, 세계적인 스키 선수이자 코치였던 딕 도워스, 그리고 친구 두 명을 더해 다섯 명의 젊은이들은 폭스바겐 미니버스를 직접 운전하며 6개월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칠레 파타고니아까지 역사적인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익스트림 아웃도어 여행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여행은 태평양 연안에서는 서핑을, 남미 고산지대에서는 알파인 스키를 타며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목적지였던 파타고니아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피츠로이에 신루트를 개척하며 등정에 성공한다.

 

이중 이본 쉬나드는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요세미티 계속의 날다람쥐였던 이본이 군대에서 배치받은 곳이 한국이었다. 주한 미군으로 한국 땅을 밟은 이본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수많은 산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다.

 

타국에서의 생활이 힘들 때마다 북한산 인수봉에 자주 올랐다. 길이가 177m에 이르는 암벽 등반로를 암벽화도 없이 한나절 만에 개척했다. 그가 개발한 북한산의 암벽 등반 2개 코스를 지금도 ‘쉬나드 A길, B길’이라고 부른다.

 

 

 

‘3부 좌충우돌 장비 개발 이야기’에서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터도 구분하지 못했던 저자가 장비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장비를 현실화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최근에는 필요한 장비를 직접 만드는 MYOG(Make Your Own Gear)가 새로운 트렌드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대량 생산의 획일적인 디자인에 식상한 탓도 있으며, 스스로 직접 만드는 즐거움도 큰 탓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장비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텐트와 침낭이다. 야외에서 이 두 가지 장비는 무게와 품질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가격만큼 사용자가 느끼는 만족감도 제각각이다.

 

우리 가족은 백패킹은 아니지만, 한때 오토 캠핑에 빠져 매주 캠핑장에서 보내곤 했다. 다른 캠퍼의 장비를 구경하며 장비의 소재와 브랜드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저자는 사용자로서 텐트에 관해 아는 것과 생산자로 텐트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관련 정보를 아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한다. 텐트 스케치를 들고 공장을 방문해 가까스로 텐트를 생산할 수 있었다.

 

 

 

 

‘4부 브랜드, 그리고 아웃도어 비즈니스’는 ‘제로그램’ 설립자로서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의 기록이다.

 

 

2011년 존 뮤어 트레일(JMT)을 한 이후로 경량화가 앞으로 유행을 선도할거라 생각했다. 지속적인 방향성이라 판단했고, 브렌드 네임에 그런 흐름을 넣고 싶었다. 2011년 5월 어느 날 불현듯 ‘ZEROGRAM’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모든 물질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 0g은 애시당초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제로그램’을 끝없이 도전 의식을 일깨우는 브랜드 네임으로 생각하고 주변의 의견을 물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저자는 브랜드 네임인 ‘ZEROGRAM’이 가지는 의미를 확신했다. 기발한 이름만으로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는 경량 장비와 장거리 하이킹의 ‘전사’가 되어야 했고, 그해 존 뮤어 트레일 종주는 큰 장양분이 되었다.

 

 

‘5부 지구와 더불어’는 아웃도어 세계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환경 이야기다.

 

환경운동의 시작에는 요세미티를 포함한 시에라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존 뮤어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요세미티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에도 요세미티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1897년 시에라 클럽을 창립하고 죽을 때까지 회장을 맡아 헌신하였고, 시에라 클럽은 오늘날 세계 최대의 환경운동 단체가 되었다.

 

존 뮤어는 자연유산이 인류에게 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시대에, 인디언 학살과 토지 약탈이 아무렇지 않게 횡행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환경운동을 일으킨 인물이다.

 

 

‘6부 질문하는 사람들’은 저자와 다른 길 위에 있으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영감을 제시해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 텐트 시장을 선도하는 DAC 라재건 대표, 존 뮤어처럼 설악을 지키는 녹색연합 박그림 공동대표, 전천후 알피니스트 유학재, 한국에 스탠리아 있기까지 노력한 씨디핸즈캄퍼니 유해연 대표, 지리산카약학교 강호 교장, MYOG 전도사 이태한은 그에게 영감을 준 사람들이다.

 

 

마지막 부분에는 2011년 존 뮤어 트레일 종주기록을 담고 있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 <와일드> 속의 모습과 저자의 존 뮤어 트레일 장면이 겹쳐 떠올랐다. 혼자 360km나 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길을 걸어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16일간의 여정이 행복으로 채워지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아웃도어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인사이드 아웃도어>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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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중국 - 21세기 중국인의 조각보
조문영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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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인의 조각보

 

책과함께에서 출판한 <민간중국>은 중국 전문가들이 다루는 인민에 관해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의 결속 관계이다. 도대체 14억 인구를 구성하는 56개 민족이 어떻게 조화롭게 지내는지 개혁개방 이후 도시로 모여든 중국인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책의 골자다.

 

중국 전문가 13명은 12편의 논문 형태로 각 주제에 맞게 중국인을 돌아본다. 기존의 도서들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동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 도서의 특징은 중국 인민의 모습과 문화, 특징을 세밀하게 살펴본다.

 

 

 

 

이 책은 4부에 나눠 중국인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을 소개한다.

 

1부는 소수민족에 관한 글을 소개한다.

 

규모의 방대함과 인구의 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민간중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결국 조각보를 깁는 작업이다. 대한민국의 96배에 달하는 면적에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인구는 14억이 넘고, 공식적으로 56개 민족이 모여 사는 다민족 국가. 한족을 제외한 55개 민족이 1억 명을 훨씬 넘는데도 ‘소수민족’이라 불리고, 이들 소수민족의 자치가 시행되는 지역이 나라 면적의 64%가 넘는다.

 

국경 너머 제 민족이 독립된 국민국가를 갖추고 있어 주류 민족인 한족과 불화를 빚기도 하지만, 어떤 소수민족은 이 영토적 긴장을 더 많은 자원을 활용할 기회로 삼기도 한다.

 

책에서는 소수민족인 다이족이나 회족의 삶을 통해 한족에게 흡수되지 않고 자기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2부는 개혁개방 이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만들어온 변화를 톺아본다. 거대 전환에 대한 국가 서사와 때로 엇갈리고 때로는 합류하는 시선과 대응을 살피고 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아는 지인의 삶의 궤적을 소개하며 농촌에서 시골에서 도시의 중산층으로 편입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 사례로 개혁개방 시대의 신결혼 풍속도에 따라 칭칭이 동북 지방의 펑롱현의 주민이 되어 자수성가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중국에서는 혼인 시에 신랑의 신부의 가족에게 보내는 ‘신부대’라는 관습이 있다. 딸을 시집보낼 때 부모는 농촌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많은 돈은 신랑 쪽 집안으로부터 받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는 집안에 딸을 시집보내려고 한다. 또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가난한 농민일 경우 딸을 시집보내면서 받은 돈으로 며느리를 얻어 아들을 혼인시키려고 한다.

 

칭칭은 신부대를 받지 못해 시집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의미라 서운하고 섭섭했지만, 자신의 수완을 발휘해 음식점을 차려 성공의 계단을 밟아간다.

 

음식점을 날이 갈수록 성황을 이루어 토지도 사고, 아파트도 구입하고 새로운 건물도 사고 음식점을 다른 사장을 들여 운영하고 있다.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무료함이었다. 중국 남성의 경우 부자가 되면 얼나이(어린 여자 애인)를 두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이지만, 칭칭은 자신의 남편이 그럴 줄 몰랐다.

 

두 부부는 사이도 좋았고 남편을 믿었던 칭칭은 남편이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났다고 하자 너무나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이혼하게 된다. 그 후 안타깝게도 그녀는 뇌종양을 앓고 있다.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이혼도 이제는 낙인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성은 독자적인 인생을 사는 것을 선택한다. 재혼도 흔한 일이 되었다.

 

 

3부는 개혁개방 과정에서 가장 현란한 변화를 보여준 남방 도시 선전을 중심으로 민간의 역동과 곤경을 들여다본다.

 

선전은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상하이와 달리 남쪽 변경에 있는 인구 3만 명의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다. 설사 시장주의 개혁이 실패하더라도 사회적 파장이 거의 없는 외진 ‘실험장’이었다.

 

때문에 1980년 중앙정부는 별다른 경제적 지원 없이 선전에 ‘자율권’만 주었고, 선전시는 ‘중국 최초의 특구’라는 지위에서 파격적으로 ‘홍콩식 자본주의’를 배워가면 1979년부터 2017년까지 40년 사이에 GDP가 만 배 증가하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상주인구 천만 명의 대도시가 된 선전은 1인당 GDP가 중국 전체 도시인의 평균 수입의 세 배이고, 이미 2017년에 한국의 1인당 GDP를 추월했다. 이처럼 ‘파격’을 통해 자력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룬 선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델’이었으며, ‘가장 성공한 특구’라 할 만했다.

 

그러나 선전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폭스콘 노동자의 ‘잇달 투신자살’ 사건이다. 전 세계 애플 스마트폰의 90%를 생산하는 선전의 외국 기업인 폭스콘은 2010년에 미국의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11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바로 그해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 18명이 연달아 투신자살했고, 2016년까지 총 30명이 투신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는 없었으며 폭스콘은 중국의 20개 도시에 100만 명의 노동자를 거느린 ‘제국’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선전은 최첨단 과학지식을 지닌 두뇌들이 ‘꿈의 경연장’이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고된 육체노동자들의 일터가 ‘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공존하는 곳이다.

 

 

4부는 중국과 대만, 중국과 한국을 가로지르면서 경계에서 민간을 읽는 글을 담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점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에서 자리 잡고 생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이전과는 다른 반한 감정을 느끼고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는 청도, 위해의 총경리 급으로 스카우트 되어 떠나는 사람이 보고 건승을 빌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전한다.

 

한국 장사와 한족 장사 편에서 중국인은 사드 사태로 한국이 신뢰를 저버리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하였다고 전한다. 이를 부채질한 중국 언론과 한국 언론의 불안을 부추기는 행태는 양국 간의 신뢰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전하다.

 

2017년 사드 사태는 양국 정상이 조금 더 교감을 나누고 사전에 정보를 교환했다면 이렇게까지 악화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여파로 책에서는 사업을 진행하던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에 없었던 방역 검사, 식품 검사, 디자인 검사가 시행되어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영업 정지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롯데에 대한 불매 운동과 함께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과 연예인의 출연 정지의 사태를 생각하면 사태의 심각성이 다가온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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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서 온 편지
김광 지음 / 북나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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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여행하고 수필처럼 생각하고 시처럼 노래한 여행자의 랩소디

 

북나비에서 출판한 김광 작가님의 <내게서 온 편지>는 남미 여행에세이다. 작가님은 시인, 수필가, 평론가 활동을 하고 있어서 책에서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을 들어가기, 나가기로 풀어놓고 있다.

 

남미 여행은 가장으로만 살다 퇴직 후 맘먹고 가는 외출다운 외출이었다. 위치를 생각하면 우리와 지구 정반대에 있어 미지의 세계인 것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한 번 남미 여행을 가게 될 거라 생각해 다른 사람의 여행 동선과 주의사항에 눈여겨보고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눈여겨 보곤한다.

 

남미 여행 전도는 아래와 같다.

 

리마(in)-이카-나스카-쿠스코-마추피추-쿠스코-푸노-라파즈-우유니-산페드로아타카마-산티아고-프에르토몬트-바릴로체—엘칼라파데-프에르토나탈레스-또레스델파이네-우수아이아—부에노스아이레스-푸에르토이과수-포스 두 이과수—리우 데 자네이루(out)의 동선으로 총 35일간의 일정이었다.

 

특별한 점은 세미배낭 여행이라는 점이다. 완전 배낭여행을 하기에 남미의 치안이 염려스러워 걱정되었다. 패키지여행이 싫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35일간의 남미 5개국과 파타고니아를 세미배낭으로 여행하는 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품이 있다면 패키지와 배낭여행의 절충안으로 적합할 거라 생각한다.

 

일행과는 여행사에서 예약해주는 숙소와 교통편을 이용할 때만 같이 움직이고, 그 외는 개인이 자유여행을 하면 된다고 한다. 남미를 떠나기 전 ‘잉카’제국과 이과수폭포의 장엄한 광경과 우유니 사막의 잊지 못할 광경을 생각하며 하나씩 준비물을 챙겨서 드디어 출발길에 오른다.

 

서울을 출발해 암스테르담을 거쳐 남미에 처음 도착한 리마에서 놀랄만한 일을 경험한다.

 

리마 공항에 도착하자 대기 중인 차량에 탑승하자 야구방망이를 손에 쥔 오토바이 두 대가 방향을 틀어 차량의 문을 박살 내고 모든 짐을 훔쳐 갔다. 알고 보니 오토바이 강도들이었고, 공항에서부터 따라붙은 것이었다.

 

여행 첫날부터 공항에서 강도를 당하니 남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신비로움을 깡그리 사라지고 후회가 밀려온다. 다행히 현지에서 도움을 주기로 한 K의 도움으로 돈을 빌리고 호텔에 투숙하게 된다. 남미 여행은 치안에 대해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사실 관광객을 노린 오토바이 강도를 만나게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단지 강도에게 줄 지갑을 하나 만들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나스카에 도달했다.

 

나스카라인을 제대로 관측하려면 경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봐야 하지만 어지럼증이 올까 봐 지상 전망대 투어를 선택했다. 그런데 관리가 허술해서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하기엔 허허벌판에 간판이 서 있고 보이는 것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땅에서 보기엔 직선으로 그어진 막연한 모양인데, 이를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과거 잉카인들이 이런 대형 그림을 손과 막대기만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게 놀라운 일이었다.

 

마추피추를 올라가는 방법은 버스를 이용한 방법과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저자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충고하기를 올라갈 때는 버스를 이용하고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오는 방법을 추천한다.

 

여행을 즐기며 산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행복이라고까지 말하려면 조금 신중해야 한다. 그냥 보고 사진 몇 장 찍다 ‘와’하니 떠들고 가는 건 여행이 아니다. 그건 그냥 관광이다. 보고 가슴속에 많은 걸 담아야 한다. 그곳의 역사를 읽어내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셔터를 누르는 것은 그곳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써서 나누기 위해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109쪽)

 

마추피추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1911년 7월 25일 탐험가 하이럼 빙엄이 발견했다. 밑으로는 우르밤바강이 지나가고 2,400m 험준한 봉우리 위에 35,000헥타르에 이르는 마을이 있으리라고 스페인 군대는 상상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곳은 스페인 사람들이 잉카에서 철수할 때 기차에 잉카의 보물을 가득 싣고 떠나 마지막 철도와 기차 무덤이다. 잉카 역시 약소국이라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약탈자들은 기차 철로를 설치하고 얼마나 많이 잉카의 보물을 약탈해 갔을지 이해가 되었다.

 

 

우유니 사막에서는 아래 있는 소금이 마치 바다처럼 느껴진다.

우유니 사막은 약 3,600m의 고도를 가지고 있다. 생각보다 고도고 높은지 가는 도중 살짝 고산증세가 나타났다고 한다.

 

비가 그친 뒤에 소금 셀 안에는 물이 고이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밤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한다.

 

‘파이네의 탑’이라고 불리는 ‘또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발마세다’산은 우뚝 솟아오른 장엄한 설산이 옆으로 누워있어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최고의 비경을 선보였다.

 

 

이과수폭포는 총 폭 2,769m에 270줄기로 이뤄져 있고 그중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악마의 목구멍’이다. 저자는 꿈에 그리던 풍광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이번 남미 여행이 남긴 의미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다면 남미로 떠나 저자가 소개하는 곳곳을 돌아보고 싶다. 언제나 여행기를 볼 때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켜켜이 쌓이는 듯하다.

 

남미 여행에 관심을 가진 분이나, 다녀오신 분은 <내게서 온 편지>로 당시 기분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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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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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이규빈이 전하는 세계의 인상적인 건축과 도시 이야기

 

샘터에서 출판한 이규빈 건축가님의 <건축가의 도시>는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의 주요 건축물에 관한 그의 경험을 글, 사진,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같은 공간을 보아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저자가 소개하는 중 이전에 다녀온 곳은 반갑기도 하고 그곳 건축의 의미를 이번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저자인 이규빈 건축가님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건축가 승효상의 사무실 ‘이로재’에서 건축과 검도를 수련 중이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스페인 마드리드건축학교에서 수학했고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건축가협회로부터 ‘젊은 건축가 펠로십’을 받았다. ‘새들의 수도원’, ‘부산 롯데타워’,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성뒤마을’ 등 다수의 설계를 담당했다. 2021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하여 건축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30여 개국을 일과 여행으로 오고 가며 낯선 도시에서의 생각과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오고 있다.

[ 건축가의 도시 책날개 중 ]

 

부산의 롯데타워 설계에 참여했다는 약력이 주의를 끈다. 현재 부산의 상징하는 이미지는 광안대교 뒤편에 자리 잡은 해운대 아이파크아파트와 해운대 두산 위브 더제니스, 더샵 아델리스의 모습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회사가 참여해 해운대의 파도와 부산의 상징인 동백꽃 등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과 곡선을 형상화했다.

 

싱가포르와 상하이를 다녀오면 같은 디자인을 한 건물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고, 싱가포르는 이를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결과는 장소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나타낸다.

한국의 건축물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획일적으로 지어졌다는 평가가 많아 남포동 일대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 롯데타워의 모습이 기대되었다.

 

 

저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분인 승효상 건축가의 ‘이로재’ 평면도를 시작으로 일본의 건축물을 소개한다.

 

신주쿠와 시부야를 지나 길을 걷는 중 외형이 범상치 않은 건물이 나타났다. 스위스 태생의 건축가 자크 헤어초와 피에르 드 뫼룽이 설계한 ‘미우미우 아오야마’였다.

미우미우는 프라다 창업자의 막내 손녀딸 미우치아 프라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이 부티크 숍은 같은 건축가가 10여 년 앞서 설계한 ‘프라다 아오야마’ 맞은편에 있다. 그러니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건축가가 같은 브랜드의 건축을 두 번이나 작업한 셈이다.

 

프라다 아오야마는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고, 미우미우는 불투명한 금속이 주재료다. 누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도무지 같은 건축가의 작품이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애플 스토어는 디테일에 대한 애플의 집념이 건축으로 발현된 사례이다. 전 세계 25개국 약 500여 곳에 들어선 매장들은 단순히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에 초대된 느낌이다.

 

애플 스토어 오모테산도의 전면 파사드의 높이는 무려 9.5m다. 아파트 세 개 층에 달하는 높이지만 이를 떠받치는 기둥은 없어 천장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블루보틀과 도쿄 스카이 트리, 요코하마 페리 터미널을 이어 츠타야 서점을 소개한다.

 

츠타야 서점은 1983년 오사카에 1호점을 열 때만 해도 비디오테이프 등을 빌려주는 아주 작은 가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중 한 곳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제일 부러운 공간 중 한 곳이 츠타야 서점이다. 일단 서점에 사람이 많고 책을 많이 읽는 듯한 일본 사람의 모습과 독서 문화가 일상에 접점을 이루는 모임 장소를 제공하는 츠타야 서점이 발전하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건축이 도시를 대표하는 곳은 가우디의 바르셀로나이다. 하지만 건축이 도시의 효율을 높인 곳을 꼽으라면 브라질의 쿠리치바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대부분의 현대 도시들은 쿠리치바를 벤치마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리치바는 브라질 파라나 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200만 명이 조금 안 된다. 이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 시장이자 전 주지사, 도시계획가이자 행정가인 제이미 레르네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71년에 제70대 쿠리치바 시장이 된 그는 제73대, 제76대 재임 이후 파라나 주지사까지 역임했다. 묘하게 시간 간격을 두고 공직을 이어나간 덕분에 1970년대부터 2000년 초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30년간 쿠리치바의 모든 것에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리치바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간선급행버스체계, 즉 BRT(Bus Rapid Transit) 때문이다. BRT란 ‘지상에서 버스를 지하철처럼 달리게 하자’는 취지의 대중교통 정책이다. 이 말은 버스 운행에 ‘정시성’과 ‘신속성’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간선급행버스체계가 바로 쿠리치바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여행 시 수도원을 찾아 아내와 서둘러 공항에서 환승하고 렌터카를 빌려 유튜브로 샹송을 들으며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러 간다. 건축가인 그에게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러 가는 게 어떤 느낌일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아내와 함께 시간에 쫓기듯 성지를 탐험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러 라 투레트 수도원, 유니테 다비타시옹, 롱샹 성당을 방문한다.

 

건축 관련 도서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 20세기 현대 건축을 상징하는 인물이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이다. 그는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남긴 건축가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건축 관념을 깨고, 오늘날 현대 건축에 적용되는 많은 이론을 만들어낸 건축 이론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르 코르뷔지에를 빼놓고는 현대건축을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현대 건축에 끼친 그의 영향은 막대하다.

 

건축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이규빈 건축가님의 <건축가의 도시>를 통해 건축가가 바라보는 도시와 건축 이야기를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건축가의도시 #이규빈 #샘터 #건축 #인문학 #도시 #공간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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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윤현희 지음 / 지와인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명화 공부와 심리 공부가 동시에 되는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지와인에서 출판한 윤현희 박사님의 <미술의 마음>은 명화 속에 담긴 심리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미술을 매개로 전문가 그룹의 책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끌기 쉬운데, <미술의 마음>에 담긴 이야기도 심상치 않다.

 

저자인 윤현희 박사님은 임상심리학자로 심리치료의 한 가지 방안으로 미술작품의 창작과 감상을 활용한다. 그림에 담긴 심리학적 의미들을 발견하여, 대중적 저술을 통해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공감을 나누는 작업을 하고 있다.

[ 미술의 마음 책날개 중 ]

 

이번 도서를 통해 화가의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에 대해 많은 점을 알게 되었다. 특히 북유럽 덴마크의 휘게의 영향이 덴마크 국민에게 미친 영향과 화가의 작품을 알게 된 점이 좋았다. 독창적인 화풍으로 유명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작품과 배경 이야기도 역시 흥미로웠다.

 

최근 ‘책은 세 번 읽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좋은 책은 다시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미술의 마음>은 세 번은 읽어야 할 책으로 보인다. 내용도 충실하고 무엇보다 확장된 이야기가 담고 있는 분량이 상당하다.

 

 

저자는 시대별로 5부에 걸쳐 15명의 화가를 집중적으로 조망하며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는 120여 점의 명화를 수록하고 있다.

 

 

1부. 바로크의 황금빛과 자존감

어떤 그림을 보면 자신감이 올라갈까?

 

1. 천재와 광인, 예술가의 이중성: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카라바조는 현대인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157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카라바조는 르네상스 예술의 대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와 구별하고자 그가 성장한 마을의 이름을 따서 카라바조의 미켈란젤로라 불렀다. 카라바조는 다른 이들과 다투다가 감옥에 여러 차례 들어가고 심지어 1606년 싸우는 도중 다른 사람을 죽여 교황에게 사형을 선고받는다. 로마에서 도망친 카라바조는 사면을 받기 위해 로마로 돌아오자마자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망한다. 그가 남기는 작품은 워낙 탁월하고 빛을 영리하게 사용했으며 성스러운 인물을 묘사할 때조차 평범한 농부를 모델로 써 일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카라바조는 후기로 갈수록 유독 목을 베는 장면에 집착했다. <성 세계 요한의 참수>에서 살인자는 이미 죽어 쓰러진 세계 요한의 목을 한 번 더 자르기 위해 허리에서 단도를 꺼낸다. 저자는 카라바조의 그림 속 참수라는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기억과 교수형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목 부위에 이상한 감각을 느끼는 환각과 피해망상이 결합한 결과였을 것이다.

 

 

2. 자화상을 통해 나를 알아가기 : 렘브란트 판 레인

 

렘브란트가 붓으로 그린 자서전은 ‘자아의 통찰’이라는 심리학적 주제를 제기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던 렘브란트의 인생은 17세기 대항해시대라는 네덜란드의 시대적 서사와 맞물려 더없이 흥미진진한 개인적 서사를 제공한다.

 

젊은 시절 렘브란트는 고집이 세고, 독단적이고, 영리하고, 야심만만하고, 야만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암스테르담의 한복판에서 약관의 사나이가 어떻게 단숨에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겠는가. 그는 아내가 죽은 후 아들을 돌봐주던 첫 번째 유모 헤이르티어 디르크스와 6년을 함께 살았음에도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둘 수 있을 만큼 냉혹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족을 모두 잃고 경제적으로도 파산하자, 세상을 향한 욕망의 엔진도 꺼져버렸다. (55쪽)

 

 

3. 자아가 성장하는 공간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대항해시대의 네덜란드의 경제 성장은 중산층과 시민 계급의 성장을 가져왔다.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던 그들은 종교적 이상이나 신화의 세계가 아닌 일상의 실재성과 물질성 그리고 시간의 현재성에 눈을 돌렸다. 신흥 공화국의 신교도들은 개인 초상화와 소박한 정물화, 풍속화를 사랑했다. 페르메이르는 바로 그런 델프트 시민들의 내밀한 일상 풍경을 정물화처럼 사실적이고도 시적으로 포착했으며, 그 그림은 델프트의 가정을 장식했다. (84쪽)

 

 

2부. 낭만 시대의 색채와 감정

색깔들은 심리를 어떻게 표현하나?

 

4. 색으로 표현된 감정의 회오리 : 윌리엄 터너

 

바람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증기 시대에 바통을 넘겨주는 전함 테메레르의 위용은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던 전환기 영국의 자화상이다. 64세의 터너는 이를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해낸다. 퇴역하는 테메레르의 허옇게 노쇠한 몸체를 견인하는 증기선 항로는 붉게 물든 석양의 온기로 가득하다. 동력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풍경 속 붉은 석양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터너의 믿음을 상징한다. (113쪽)

 

 

5.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 클로드 모네

 

모네와 카미유는 자포니즘에 심취했다. 모네는 카미유가 죽기 두 해 전 일본 목판화를 흉내 낸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를 제작했다. 강렬한 붉은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는 거금에 판매되었다. 덕분에 그들의 생활은 편해졌다. 그러나 원래 몸이 약했던 아내는 둘째 아기를 낳은 후 얻은 합병증 때문에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카미유 임종의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마지막 순간마저도 모네는 그림으로 영원히 기록했다. 인상적이게도 아내가 떠난 후 모네는 더 이상 초상화를 그리지 않았다. 자연의 사물들만을 그렸고, 사람을 그리더라도 얼굴을 완성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난 후 재혼한 알리스의 장성한 딸 수잔을 모델로 <양산을 쓴 여인>을 한 번 더 그리지만, 이 그림에선 얼굴을 그려 넣지 않았다. (151쪽)

 

 

6. 푸른빛의 안정제 :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휘슬러에 의하면 자연은 색상과 형태, 구도와 원근 등 회화의 모든 조형 요소들을 품고 있는 원재료이고, 혼돈의 상태로 보일 수도 있다. 화가가 그것을 캔버스로 옮기기로 마음먹는다면 자신의 주관으로 자연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대상의 색채에 초점을 둘 수도 있고, 형태에 초점을 둘 수도 있다. 무수한 색의 점이 모여 형태를 이룬 것으로 주제를 해석할 수도, 선으로 이루어진 대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혹은 색채의 모자이크 조각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풍경을 해석할 수도 있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일은 수세기를 이어온 회화의 전통이었기에 휘슬러에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는 런던을 가장 잘 재현할 수 있는 요소를 색에서 찾았고 그것은 풍경에 대한 전에 없던 해석이었다. (167쪽)

 

 

 

3부. 예민함이 만들어내는 창의성

내향적인 성격을 어떻게 다룰까?

 

7. 예술가와 불안한 정신 : 페데르 세베린 크뢰위에르

 

대가로 추앙받던 크뢰위에르는 결코 아내의 예술적 성장을 격려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마리와 크뢰위에르는 스카겐 예술가그룹에서 파워 커플로 화려한 생활을 이어가는 듯 보였지만, 첫딸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크뢰위에르는 양극성장애(조울증)를 앓게 된다. 이로 인한 정신적 불안정은 결혼생활에 극도의 긴장을 불러왔다. 조증 상태일 때는 고양된 정신 활동으로 창작에 몰두했지만, 곧 심해로 추락하는 듯한 무기력한 우울증 상태로 돌변하곤 했다. 이런 정신의 밀물과 썰물 같은 사이클은 반복되었고 결혼생활은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209쪽)

 

8. 방 안의 행복을 그리다 : 피터 일스테드&칼 빌헬름 홀소에&안나 앙케르

 

19세기 중반 화가들이 실내화에 몰두했던 것은 스칸디나비아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덴마크는 일찌감치 바이킹의 후예로서 유럽 열강의 지위를 누리며 북해와 스칸디나비아 해를 장악하고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하지만 17세기 이후 근접한 모든 국가와 차례로 처절한 전투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국토를 상실했다. 스웨덴과의 잦은 전쟁에서 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코펜하겐은 1801년 영국의 공격을 받았다.

연이은 스웨덴과의 조약에서는 노르웨이를 빼앗긴다. 급기야 덴마크는 영토와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빼앗기고, 국가 수입원의 절반을 잃었다.

덴마크인들은 반복되는 패배로 영토를 상실하는 동안 패배감에 젖기보다는 내부로 시선을 돌려 결속을 다지고 외부 세력과 변화에 대한 저항을 키웠다. 덴마크의 황무지개간협회를 이끌었던 사회운동가 엔리코 달가스는 Fario Movins Delen,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을 수 있다”라는 홀스트의 시구를 국가적 모토로 삼으로 유틀란트반도의 모래땅을 일구고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영토를 개척했다. 이런 역사를 통해 형성된 삶의 태도가 휘게의 근원이고 덴마크를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라는 브랜드로 키워온 힘이었다는 것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덴마크 화가 피터 일스테드, 빌헬름 하메르스회, 칼 빌헬름 흘소에, 안나와 미카엘 앙케르 같은 화가들은 실내의 정경을 즐겨 그렸다. 안온한 빛에 잠긴 고요한 실내 풍경은 길고 긴 겨울 생활의 정취를 담고 있다. 이들은 19세기 말 덴마크의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소용돌이로부터 시선을 거두어, 질서 있고 아늑한 삶의 풍경, 중산층 가정의 삶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들을 붓끝으로 어루만졌다. (224쪽)

 

9. 침묵과 뒷모습의 그림 : 빌헬름 하메르스회

 

우리는 피아노 앞에 앉은 여인의 뒷모습에서 일순간 당혹감을 느낀다. 등을 돌린 주인공을 잘 만나보지 못했던 까닭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고 과다한 자극에 노출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마도 화가는 지독히 수줍거나 은둔적인 사람이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묘사한 방 안의 질감, 여인의 목덜미를 비추는 빛, 검은 드레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뒷모습은 세상의 떠들썩한 일들에서 시선을 거두고 내면의 질서를 유지하겠노라는 조용한 다짐 같아 보인다. (246쪽)

 

 

4부. 우울과 불안을 달래는 도시의 빛

현대인의 불안을 다독이려면?

 

10. 메트로폴리탄의 우울 : 프레더릭 차일드 하삼

 

19세기 말과 20세기의 보스턴과 뉴욕의 거리 풍경, 뉴잉글랜드의 기후가 연출하는 빛을 포착했던 화가 차일드 하삼은 모네를 닮은 필선을 특징적으로 구사하며 미국 인상주의를 대표한다. 그가 인상주의적 화풍으로 그린, 햇살이 눈부신 뉴잉글랜드의 해변과 예스러운 정취가 가득한 매사추세츠의 풍경 앞에선 자연스레 모네가 떠오른다. 대자연의 빛과 대기가 벌이는 색채의 향연을 포착했던 모네가 미국을 방문했더라면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265쪽)

 

 

11. 화려함 뒤의 소박한 일상 : 존 슬로안

 

예술은 애초부터 지배 계급과 종교 지도자들의 후원을 받아 성장해왔다. 주류사회의 가치를 대변해왔으며, 근대에 와서는 부르주아들의 취향과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구매력을 갖춘 부르주아와 시민계층이 확대되고 미술시장을 통한 직거래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예술가들은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독자적인 예술관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정신의 귀족을 지향하는 보헤미안 예술가들은 산업사회를 거부하며 원초적 생활로 돌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미학관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대중적 예술가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자본주의의 성장과 더불어 시장의 확대에 힘입은 바가 크다.

20세기 초반 뉴욕의 슬로안과 그의 동료 화가들은 매사추세츠 보헤미안들의 정신적 계보를 잇는 뉴요커들이었다. 주류사회의 가치와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방하는 아카데미즘에 저항했고, 주변과 삶의 현실에 눈을 돌려 사실주의적 도시 화풍을 선보였다. (294쪽)

 

 

12. 신대륙의 멜랑콜리아 :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도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 속에서 보기 때문인지 모른다. 늦은 밤 도시의 인적 드문 식당 풍경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을 객창감이다. 여행하면서 느끼는 낯설고 쓸쓸한 감정이나 집에 대한 그리움을 객창감(나그네가 느끼는 쓸쓸한 정서)이라고 한다면, 때때로 우리를 엄습하는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이나 멜랑콜리를 ‘삶의 객창감’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한정된 지상의 시간을 부여받은 우리는 세상에 잠시 세 들어 살다 가는 여행객들이다. 그렇다면 호퍼의 그림 속 여행자들이 풍기는 고독이야말로 우리의 실존적 본질 아니겠는가. 영화적 화면을 구성하는 감각적인 색조와 기하학적 구도만으로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지만, 그림은 존재의 심연을 물들인 멜랑콜리를 풍기고 있다. (318쪽)

 

 

 

 

5부. 우주의 빛과 무의식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은 어떻게 드러내나?

 

13.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다 : 마크 로스코

 

로스코가 대중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를 통한 상품판매 전략이 호응을 얻었던 1950년대 미국의 소비문화도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는 색면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색채구성의 장식적 요소에 기인한다는 세간의 비평에 지극히 민감했다. 자신의 예술세계가 “위험을 무릅쓴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미지로의 탐험”이라며 선제공격을 날리기도 했다. (336쪽)

 

 

14. 그림으로 시를 쓰다 : 사이 트웜블리

 

트웜블리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195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한 추상회화의 진보적 실험의 장을 관통했다. 1950년대 말에는 로마로 무대를 옮겼다. 신대륙으로부터 인류 문명사가 축적된 로마로의 이동이 얼마나 큰 흥분과 감동을 주었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인류 문명사의 흔적을 일상생활에서 발견했을 때, 유럽의 고전 예술을 만나는 미국인의 현대적 감성은 독특한 개성으로 진화했다.

사이 트웜블리의 화폭은 고대로부터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과 역사의 층위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시각예술이다. 신화와 고전이 미국적 개방성과 솔직함을 입은 회화로 표현되었을 때, 그것은 사이 트웜블리만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361쪽)

 

 

15. 빛과 공간의 진화 : 제임스 터렐

 

제임스 터렐은 1943년 LA 패서디나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의사였고, 아버지는 항공공학자인 동시에 교육자였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16세에 경비행기 운전자격증을 획득했다. 개인의 정신세계를 중시하고 관조와 명상을 훈련하는 집안 분위기는 그의 예술세계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퀘이커 교도였던 그의 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외적인 형식보다는 자신의 내적 인정을 유지하고 진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17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퀘이커는 성직자의 부패와 타락, 형식적 예배 등에 반대하여 설립된 종파로, 모든 인간에게 '내면의 빛'이 있음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교회당으로 그를 데려가서 “안으로 들어가 빛을 만나고 오너라”라고 말했다. 제임스 터렐이 창조한 빛은 물리적 공간 속에 깃든 빛인 동시에 어머니가 말한 내면의 빛을 구현한 것이다. (387쪽)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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