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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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10년 전의 작품임에도 세월의 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소설을, 그것도 국내소설을 읽었다. 인터내셔널수상에 걸맞게 특정 국가의 정서나 소재로 이목을 끌거나 그렇다고 너무 보편적인 스토리에 감동과 높은 이상을 지향하여 승부를 건 것도 아니었다.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연작소설(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로,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가운데 추리스릴러물을 읽듯 서사에 등장하는 소재, 작중 인물의 말과 행동, 생각이 소설 중심에 놓인 화제(영혜의 고기 섭식 거부)의 심각성의 원인, 경과, 결론에 어떤 영향을 주고, 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뒷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 화제는 과거 트라우마때문이라는 것도 소설이 그 끝을 향해 달려가기가며 점차 드러난다. 지금까지의 얘기와는 다소 다른 얘기지만 연작 3부작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나무 불꽃>에서는 영혜가 다소 기이하고 자신의 내면에 편중하며 비극적 결말을 맺기까지... 그만큼 소설이 단지 이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선정 이유에서 제시하듯 탄탄하고 정교한 이야기 구성이라는 평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대로다.

 

 

 


  인물간 대립점을 통해 대체로 구분을 할 때, 영혜는 식물로, 상대인 영혜남편, 형부 등이 동물적이라는 데에 공감한다. 그리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영혜의 대립 또한 그렇다고 여긴다. 표면적으로 <채식주의자>를 읽으면 충격적임에 틀림없다. 영혜를 작가의 식물적 상상력의 변주라고 표현한 한 독자의 리뷰가 인상적이다. 쓸쓸한 결말 뒤로 긴 여운을 느끼며 한강 작가의 다른 책으로 관심을 돌린다. 그리고 한국문학의 가능성과 저력을 생각하며 작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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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시간 라틴, 백만시간 남미 - 오지여행 전문가 채경석의 라틴아메리카 인문탐사여행기
채경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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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문화가 지배적인 남미라는 지역은 물리적 거리도 제한적이지만 정서적 거리감은 그 어느 문화권과 비교해도 낯설고 이질적이라 느낀다고 여긴다. 이렇게 이국적이고 생경한 지역권 남미를 저자 채경석씨를 통해 인문지리탐사기행 형식의 글로 깊고 밀도감있게 만나게 됐다.



  여행의 맛은 고된 산행과 예측을 벗어난 탐험루트,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다양한 생태환경과의 교감과 교류 등을 통해 평소엔 느끼지 못하던 것들에 조응하는데서 오는 육체적, 심적 충만함, 자연이 고양하여 나와 하나되어 느끼는 일체감이 (자연)지리적 탐사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고, <천만시간 라틴, 백만시간 남미>의 예를 들어 한 도시(칠레 산티아고, 브라질의 리우)에 얽힌 역사라든지, 고적, 명소, 자연경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감흥, 생각을 정리하는 일련의 행위는 인문적 탐사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므로 진정 이 둘의 교합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탐사기행에 충실하고, 나를 비롯한 독자의 예상대로 15C말부터 시작되어 가속화된 유럽의 남미정복과 오늘날 남미의 혼란스런 정치상황이라든지, 중남미 토착문명인 아즈텍, 잉카, 마야문명의 고대 선진 과학기술 등을 흥미롭게 소개한다든지, 남미의 유명하고 특정한 안데스산맥, 아마존, 우유니, 파타고니아의 사진을 통해 남미의 미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정 풀 수 있게 했다.



  그 밖에도 저자의 이야기에서 다양한 지식을 섭렵한 면모를 볼 수 있는데 여행자라는 신분을 가졌다고 가정할 때, 부럽고 매력적인 모습이 아닐 수가 없다. 책을 통해 태평양 건너 평상시 관심을 갖는 데에 있어 현실적 제약이 있던 라틴남미에 대해 유익한 지식을 얻은 것에 기쁘다.



  참고로 <천만시간 라틴, 백만시간 남미> 이 책 제목에서 라틴아메리카의 고유의 역사지리, 자연 그리고 그 보다는 짧은 남미의 그것을 잘 나타내는 듯하다. 라틴은 문화를 범주로 하여 중남미를 의미하고, 라틴문화를 공통적으로 가진다면, 남미는 지역을 범주로 해서(파마나 지협 이남) 명명한 것인데 따라서 북미는 라틴적 요소가 아닌 영국,프랑스적 요소를 가졌기에 이와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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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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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세계정세 및 국가 간 역학관계를 지역별, 시간순으로 일독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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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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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로는 '지정학'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그 개념이나 심화된 내용을 얼마나 제대로,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본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이는 신문을 보면서 국제정세나 안보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 용어랄까. 그래서 '지정학'적 지식을 쌓고 이 용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漢字로) 정치와 지리가 결합한 의미 그대로 온전히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지정학이라는 학문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있든 없든 이 용어의 쓰임 자체만으로 학문만큼의 중요성이 있어 보인다. 눈길을 끌었던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가 기준 삼는 시점에서의 '현대'라고 할 수 있는 1945년부터 오늘날 까지는 역사를 왕성한 호기심으로 탐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시대순 공부에 있어서 유종의 미, 화룡점정의 시기이자, 옛 과거로 동떨어진 시간의 역사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직간접적 이해(利害)가 걸린 역사적 시기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의 부제인 "지정학으로 바라본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의 국제관계"에서 이를 '지정학'과 접목하면 오래전부터 궁금해했던 각 국가 간의 역학관계까지 읽어볼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학문이라는 것은 (이론, 가설이 갖는 역할과 인간의 지식의 요체, 정신활동의 토대이자 정수로 인식해 볼 때) 그 자체로도 크나큰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결국엔 인간이 쌓고 쌓아 만들어진 산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다수 사람이 동의하는 틀과 범위는 있을지언정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지정학을 한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별다른 한계는 있을 수 없다. 나는 지정학이란 거창한 학문이라는 대로의 인식에 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다만 5대양 6대주라는 과거적의 틀 안에서 각 지역 별로 인접국과의 관계설정문제, 지역 패권, 세계 패권 세 단계로 국제정치가 도약해 나가는 과정 임은 지각할 수 있었다. 여기서 '과거적의 틀'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두 초강대국(미,소)으로 이루어진 양극화 시대가 마감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최첨단 무기의 위력으로 인해 (사정거리, 초음속, 우주고도진입 등) 이제는 거의 지리적으로 '제한'이란 말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정학'에서 오늘날 '정치'만 의미있을 뿐 '지리'는 사실상 (다극체제의 정상을 점하는 강대국이나 문명수준 단위의 핵심국이 안보정책을 수립할 때에 지리는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으나) 의미를 잃었다고 봤다.

 


  요즘 브렉시트, 사드문제로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돌고 있다. 영국은 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EU를 이탈하려 했는가, 또 EU창설멤버인 프랑스, 독일은 영국을 붙잡다가 결과발표 탈퇴확정 후 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는가 하는 이런 의문은 풀기 쉽지 않고 그래서 복잡미묘한 문제이다. '실리적으로 장단기적 손익문제도, 대의명분에 따른 도덕적 문제도, 아니면 우발적 현상일지도...' 하는 평가나 판단은 후세의 역사가들의 기록으로 사건 전말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을 통해 봤을 때 영국이 프랑스를 따돌리고 미국도움으로 핵 보유국이 되고 그 직후 미국과는 전통적으로 연이 없는 프랑스와 이념대립 중이던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핵 미보유국의 핵 개발을 원천 차단해 버린 점, 비슷한 시점에 영국이 자유세계진영 최초로 중국의 유일합법정부로 대만을 배제하고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인정한 점, 이에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핵개발에 성공한 후 중화인민공화국을 인정하고 유럽최초로 대사관을 설치한 점, 미국의 (유럽으로부터의) 고립주의 전통 등을 보면 언급한 최근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깊어지길 바라는 독자에게 콘텍스트(맥락)적으로 세계정세 및 국제관계를 보게 해주리라 본다.

 


  이 책은 파스칼 보나파스(프랑스의 국제전문가)가 썼다. 미국과 약간의 대립면이 있는 프랑스,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는 EU의 정신에 따라 프랑스와 소련의 접점을 감안하여 프랑스적 시각과 논리를 수용해 봄으로써 오늘날 다원주의, 다원화 사회에서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수많은 국가와 관계를 맺는 우리나라로서는 주변국 및 협력관계의 많은 국가들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맺고 유연한 스탠스(자세)로 실리를 확보하여 당당하게 처신할 수 있는 국가가 되고 신뢰받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길 작게 나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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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투자 비밀노트 - 상가고수들의 진짜 돈 버는 노하우
홍성일.서선정 지음, 송희창 감수 / 지혜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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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에필로그 중에서.

 

- 상가투자는 상권 분석이 핵심이다!
상권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 물줄기는 날씨에 따라 변화하고 외부 환경에 의해서 오염되거나 말라버릴 수 있다. 물은 외부 변수에 취약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수익률 좋은 상가를 찾기 위해서는 한강처럼 거대한 물줄기를 잡아야 한다.

-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보아야 한다.
상가가 주거용 부동산과는 기본 뿌리가 다르다. 상가는 태생적으로 공법적인 요소르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낙찰이나 투자를 하기 전에 하자나 결격 사유가 없는지를 알고 매수해야 된다는 말이다.

상가는 까다로운 물건이지만 결코 정복할 수 없는 물건은 아니다. 전후가 확실한, 스토리 있는 투자처이므로 약간의 수고와 학습 노력을 하고 상권을 잘 파악한다면 결코 실패하지는 않는다. 현재 상권의 침체나 활성화가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고 인과 관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말이다.

 

 

 

 

<상가투자 비밀노트>는 서두를 주거부동산에 비해 상가부동산이 갖는 메리트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투자처로서 분양상가에 대해 가장 쉽게 정보를 얻는 경로가 일간지 광고, 대형 현수막, 집으로 날아오는 각종 홍보찌라시인데 이런 것들은 무작정 믿고 무턱대고 분양사무실을 방문해 곧이 곧대로 상담역(이들은 한낱 프리랜서로서 실적쌓기에 여념이 없다)의 말을 받아들이면 안된다. 단지 이러한 자료는 본인에게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 대상물건의 주변 환경이 대충 어떤 지를 가늠하는 정도로 쓰일 뿐이고, 즉 분양받아 수익낼 목적이 아닌 정보 습득할 목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주의사항부터 우리가 알고 있지만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세세한 정보도 제공한다. 경공매는 1990년대 후반에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어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이 말한 정보수입원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요즘은 그마저 많이 알려져서 특별히 취급되고 기대하지 않는 원천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명한 A급 보다는 아직 덜 성숙하거나 덜 알려진 B, C급에서 적절한 매수타이밍을 잡길 권한다. 그에 따라 볍원경매정보 외에 사설 인터넷 경매정보업체를 들며 조언하기도 한다.

 

다수 부동산 관련 도서를 보며 느끼지만 지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초보에서 고수로 가는 필수 경유 단계인 것이다.

 

저자가 젊은 분이라 그런지 실사 및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상가 분석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상가투자 비밀노트>는 철저하게 저자의 경험과 가치 분석력에 의지하고 있어 선배 투자자의 경험을 중시하며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읽기에 부담없고 불편이 없다. 그의 동선과 생각을 쭉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절세 팁까지 제공하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 상가 투자는 위험 감수요인이 많지만 관리와 초기투자가 쉽다는 것은 맞다. 무엇을 해도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직장, 임대사업, 노후은퇴까지 기대수익률은 물론 최소수익률로 수지타산을 맞춘다는 것도 지극히도 난망하다.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상가는 공부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양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것 같다. <상가투자 비밀노트>를 통해 이런 고충을 잘 넘어서는 유익함을 일정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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