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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로는
'지정학'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그 개념이나 심화된 내용을 얼마나 제대로,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본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이는 신문을 보면서 국제정세나 안보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 용어랄까. 그래서 '지정학'적 지식을 쌓고 이 용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漢字로) 정치와 지리가 결합한 의미 그대로 온전히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지정학이라는 학문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있든 없든 이 용어의 쓰임
자체만으로 학문만큼의 중요성이 있어 보인다. 눈길을 끌었던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가 기준 삼는 시점에서의 '현대'라고 할 수 있는
1945년부터 오늘날 까지는 역사를 왕성한 호기심으로 탐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시대순 공부에 있어서 유종의 미, 화룡점정의 시기이자, 옛 과거로
동떨어진 시간의 역사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직간접적 이해(利害)가 걸린 역사적 시기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의 부제인 "지정학으로 바라본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의 국제관계"에서 이를 '지정학'과 접목하면 오래전부터
궁금해했던 각 국가 간의 역학관계까지 읽어볼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학문이라는 것은 (이론, 가설이 갖는 역할과 인간의 지식의 요체,
정신활동의 토대이자 정수로 인식해 볼 때) 그 자체로도 크나큰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결국엔 인간이 쌓고 쌓아 만들어진 산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다수 사람이 동의하는 틀과 범위는 있을지언정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지정학을 한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별다른 한계는 있을 수 없다.
나는 지정학이란 거창한 학문이라는 대로의 인식에 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다만 5대양 6대주라는 과거적의 틀 안에서 각 지역 별로 인접국과의
관계설정문제, 지역 패권, 세계 패권 세 단계로 국제정치가 도약해 나가는 과정 임은 지각할 수 있었다. 여기서 '과거적의 틀'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두 초강대국(미,소)으로 이루어진 양극화 시대가 마감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최첨단 무기의 위력으로 인해 (사정거리, 초음속,
우주고도진입 등) 이제는 거의 지리적으로 '제한'이란 말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정학'에서 오늘날 '정치'만 의미있을 뿐 '지리'는
사실상 (다극체제의 정상을 점하는 강대국이나 문명수준 단위의 핵심국이 안보정책을 수립할 때에 지리는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으나) 의미를
잃었다고 봤다.
요즘 브렉시트, 사드문제로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돌고 있다. 영국은 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EU를 이탈하려 했는가, 또 EU창설멤버인 프랑스, 독일은 영국을 붙잡다가 결과발표 탈퇴확정 후
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는가 하는 이런 의문은 풀기 쉽지 않고 그래서 복잡미묘한 문제이다. '실리적으로 장단기적 손익문제도, 대의명분에 따른
도덕적 문제도, 아니면 우발적 현상일지도...' 하는 평가나 판단은 후세의 역사가들의 기록으로 사건 전말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을 통해 봤을 때 영국이 프랑스를 따돌리고 미국도움으로 핵 보유국이 되고 그 직후 미국과는 전통적으로 연이
없는 프랑스와 이념대립 중이던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핵 미보유국의 핵 개발을 원천 차단해 버린 점, 비슷한 시점에 영국이 자유세계진영 최초로
중국의 유일합법정부로 대만을 배제하고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인정한 점, 이에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핵개발에 성공한 후 중화인민공화국을
인정하고 유럽최초로 대사관을 설치한 점, 미국의 (유럽으로부터의) 고립주의 전통 등을 보면 언급한 최근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깊어지길
바라는 독자에게 콘텍스트(맥락)적으로 세계정세 및 국제관계를 보게 해주리라 본다.
이 책은 파스칼 보나파스(프랑스의 국제전문가)가
썼다. 미국과 약간의 대립면이 있는 프랑스,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는 EU의 정신에 따라 프랑스와 소련의 접점을 감안하여 프랑스적 시각과 논리를
수용해 봄으로써 오늘날 다원주의, 다원화 사회에서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수많은 국가와 관계를 맺는 우리나라로서는 주변국 및 협력관계의 많은
국가들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맺고 유연한 스탠스(자세)로 실리를 확보하여 당당하게 처신할 수 있는 국가가 되고 신뢰받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길 작게 나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