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로 처음 알게 된 작가 오타 아이의 후속작 [잊혀진 소년]. 전작이 워낙 임팩트도 있었고, 속도감도 있으면서 다 읽은 후 기억에
오래 남았고, 무엇보다 주요 캐릭터들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망설이지 않고 후속작도 읽게 되었다.
전작에서 반은 한량같은 모습이던 야리미즈는 어엿하게(?) 흥신소를 차리지만 운영이 쉽지 않아 직원의 월급주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 때
가뭄의 단비같이 찾아온 것은 너무 황당하게도 '23년 전 사라진 아들을 찾아달라'는 어머니의 의뢰. 급한 마음에 받아들였지만 단서도 희박한
23년 전의 실종 사건을 수색하기란 쉽지 않고,, 그 와중에 친구이자 현재 발생한 소녀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 소마가 23년 전 사라진
소년 '나오'와 어린 시절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와 공동전설을 펼치게 된다. 과연 어린 소년이 갑작스럽게 사라진 23년 전의 사건과
현재 실종된 소녀의 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범죄자] 때도 그랬지만 오타 아이라는 작가는 초반 강력한 궁금증을 던짐으로써 일단 책을 손에 든 독자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사실 그것이 책 전반에 크게 중요한 역할이 아니라고 해도, 일단 강력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부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잊혀진 소년] 역시 23년 전 금요일에 사라진 소년이 왜 토요일 시간표를 챙겼을까,, 소년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의문의 표식
'// = ㅣ' 은 무엇이며, 이 표식은 왜 현재 소녀가 실종된 사건에서도 발견되었을까? 이러한 궁금증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결국 새벽
3시까지 다 읽고야 말았다.
기본적으로는 어린이의 연쇄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원죄'가 깊숙히 박혀있다. 무고한 한 사람이 살인범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목격자도, 증거도, 하다못해 긴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눈앞의 공적에 눈이 멀어 목격자의 증언을 묵살하고, 자신만의 아집에 사로잡혀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는데 크고 작게 일조한 사람들은 단 1%의 죄책감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 사람과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이 뒤집힌 사람들이 있다. 아무런 죄도 없이, 너무도 쉽게,,,
"원죄라는 것이 확인된 후, 누가 언제 어떤 식으로 기자회견을 열 것인가, 경찰서 간부들은 오직 그 몇
가지를 결정하느라 부심했을 것이다." (잊혀진 소년 중에서,,)
원죄로부터 비롯되는 이 소설의 비극은 시작부터 처참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순간이 여러
차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바로 자신들의 보신만을 위해 원죄의 희생양인 피해자를 외면하다못해 이용하려 했을 때였다. 정말
상황마다 분노하게 만드는 포인트는 많이 있지만 정말 육성으로 '아,,,,'하고 탄식마저 이끌어낸다. 이것은 소설이라고, 비현실이라고 믿고 싶지만
과거의 여러 사건들을 돌이켜 생각하며 읽다보면 정말이지 날카로우리만큼 현실적이다.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 그러나 자네는 정말
세상이 그런 사회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열 명의 진범을 놓쳐도 상관없는 그런 사회 말일세. 그렇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회를, 세상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지 말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자네도 아주 '드물게'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대개 원죄가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은 일등으로 복권에 당첨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알고 있어. ~ 그보다는 오히려 놓치고만 진범 열
명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에게 해를 끼칠까 봐 걱정하지.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범인을 체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네" (잊혀진 소년 중에서,,)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생각할 거리이다. 기본적으로 모두 말로는 당연히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면 안 된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현실을 생각해보면
섬뜩하리만치 이러한 의견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형사는 실적에 눈이 멀어 일단 혐의를 두고 스토리를 짜고, 검사는 애매한
사건에는 불기소를, 그렇지만 뻔한 사건에는 기소를 남발한다. 물론 그 중에는 높은 확률로 진범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낮지 않은 확률도
무고한 사람도 섞여있을 것이다. 단지 내가 아니라고, 그러니 범인만 잡으면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반대로, 심증은 있지만 증거도
부족하고 증인도 없으니 무죄!!라고 단언할 수는 있을까??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만큼이나 이 역시 명쾌하지가 않다.
소설은 이러한 의문을 좀 더 강력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전개가 된다. 또 중요한 시점마다 사사건건 엇갈리게
함으로써 더욱더 비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원죄로 시작되어 한 가정이 처절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역시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옳다고 믿고 싶어진다. 결국은 내 생각은 그렇다. '드물게 발생하는 피해자'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은 그 피해자를 만든 자들의 비겁한 변명이 아닐까,, 과연 진심으로 사심없이 모두를 위한 마음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두툼한 볼륨만큼이나 재미를 보장하고, 다 읽은 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단 두 권의 책
-범죄자는 상/하권으로 출간되었으니 엄밀히는 세 권일 지도,,- 으로 오타 아이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이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