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상을 의심하기 시작한 여자와 불행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두 여자의 삶이 교차하며
변해가는 과정"
실로 오랜만에 읽는 한국 미스터리이자 김진영 작가의 데뷔작 [마당이 있는 집]. 워낙에 추천하는 글도 많이 봤고, 서점에 가도 매대에서
유독 눈에 띄는 책이어서, 그리고 일단 얇은 책이라 금방 읽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의사 남편에 부유한 가정, 누가 봐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주란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며 이 곳을 자신의 이상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첫 집들이에서 친구들이 마당에서 악취가 난다고 이야기하며 그녀의 이상적인 공간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궁금증과 불안에 마당을 파다 그녀가 발견한 여자의 손으로 보이는 것에 그녀가 가진 남편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편 제약회사 영업직인 남편을 둔 상은은 늘 남편에게 맞고 시달리다 이혼을 결심하지만 하필 그 때 임신을 하면서 이혼이 여의치 않아진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갑작스레 받은 경찰의 연락, '남편이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일견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 두 여자의 삶이 교차하는 점은 공교롭게도 '죽음'이다. 주란의 집 마당에서 시체로 발견된 여자와, 저수지에
낚시를 하러 갔다 시체로 발견된 상은의 남편. 이 두 죽음은 두 여자의 삶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남편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뢰하고,
사소한 것 하나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던 나약한 주란은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하며 그 뒷조사를 하게 되고, 늘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하던 상은은 어느새 주란의 남편을 협박하며 자신의 밝은(?) 앞날을 계획하게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여자가 묘하게 닮아 보인다는 것이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자신이 의심을 품는 것에 대해
나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나, 점차 남편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것도 비슷하다. 마지막에 가서는 더욱 비슷하게 보인다. 아니, 오히려
역전이라고 해야 하나?
"이 세상에 쉬운 삶은 없어요. 자신을 특별히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우린 모두 다
평범하게 불행한 거예요." (마당이 있는 집 중에서,,)
[마당이 있는 집]은 두 여자의 시점이 교차되며 전개되는데, 그 전개 과정이 아주 짜임새 있다거나, 매우 당위성이 있다거나 한 소설은
아니다. 주란의 변모는 언니의 죽음이라는 복선이 있다고는 해도 다소 과격한 면이 없지 않고, 반전도 -그에 이르는 몇몇 복선도-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이 책, 페이지터너로써는 부족하지 않다. 이른
부분에서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보이면서도 궁금증을 끝까지 가져가기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다소 거친 느낌은 있지만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에서는 꽤 만족할 수 있었다.
평범한 듯 보이는 가정의 이면에 숨은 어두운 사연과 그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인 '마당'을 통해 흥미롭게 전개한 [마당이 있는
집]. 사실 결말 자체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사실 이런 류의 결말은 정말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럼에도 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