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많은 책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사회파 미스터리같은- 일본 소설책을 읽으면 그 시대의 가장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때때로 그것은 사형제도이기도 하고, 인간 복제이기도 하고, 학교폭력이나 왕따이기도 하다. 최근 읽은 책들로 미루어 요즘 화제가 되는 것은 SNS를 기반으로 한 관계인 듯 하다. 아무래도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발달하며 자연스레 관계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더 활발해지고,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심지어는 얼굴도 모른 채- 주고받는 대화는 오프라인보다 좀 더 직설적이고 때로는 신랄하다. 또한 언제는 끊을 수 있는 관계이기에 주저함도 없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들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아무래도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여러 모로 유사한 일본이기에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밀실살인게임] 등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우타노 쇼고의 신작 [디렉터스 컷]을 운 좋게 출간 전 가제본으로 받아서 읽을 수 있었다. 제목과 더불어 부제인 '살인을 생중계합니다.'라는 문구에서도 '방송'과 관련된 내용이겠구나,,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자연스레 최근에 읽은 동 출판사의 [네 번째 피해자]가 생각났다. 유사한 소재를 사용한 만큼 두 소설은 꽤 비슷한 면이 있다. 특종을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주인공, 그리고 방송사 내의 권력 다툼이나 알력 등,,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디렉터스 컷] 쪽은 방송사 내 문제도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는 방송과 SNS 간의 대결구도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한정된 인원으로 취재 및 편집 등을 거쳐 방송을 하는 것과는 달리 유튜브를 위시한 SNS를 통한 개인 방송은 요즘은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촬영하여 실시간 업로드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면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만큼 방송사에서도 위기감을 가지고 더 자극적이면서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가서, 주인공인 하세미 준야는 TV 방송 제작사의 디렉터이다. 그렇지만 제작사는 주로 방송국의 하청을 받아 일을 하기 때문에 입지도 좁고 보수나 대접에서도 큰 차별이 있으며 직업의 안정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늘 특종에 목마른 하세미 준야는 친한 동생인 고타로에게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도록 시킨 후 이를 마치 자신이 발견한 특종인 양 꾸며 방송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타로가 누군가에게 피습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하세미는 이를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특종으로 보고 경찰보다 먼저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편 평범하게 미용실에서 일을 하는 청년으로 보이는 가와시마 모토키는 사실 직장에서는 따돌림 -혹은 괴롭힘- 을 당하고 있고, 집안 환경 역시 그를 옥죄어오듯 어지럽기만 하다. 그는 팔로우도 팔로워도 없는 SNS를 통해 울분을 토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지만, 지하철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며 인생이 180도로 뒤집히게 된다.

 

실제로 이야기는 하세미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어느 모로 보나 주인공이라고 할만 하지만 머릿 속에는 그저 특종에의 욕망밖에 없고, 심지어 타인의 위험한 상황마저 어떻게 하면 특종으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주판만 굴리는 이 남자는 도통 긍정적인 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공감 역시 할 수 없는 인물이다. 반면 고타로를 습격한 범인인 가와시마 모토키는 어느 정도 그가 처한 상황과 그를 그 상황까지 몰고 간 불운에는 동정이 간다.(물론 이어지는 행위에는 조금의 동정도 가질 수 없고 가져서도 안 되겠지만..) 최근에 소네 케이스케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을 읽었는데 그 소설처럼 [디렉터스 컷]에도 '좋은 사람'은 정말이지 찾아볼 수가 없다. 특종에 눈이 먼 디렉터, 화제성있는 사건에 호응하며 부화뇌동하는 누리꾼, 자신의 안위 혹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 누군가를 따돌리며 기분 전환을 하는 직장인 등등,, 사건은 가와시마 모토키로부터 시작되었고, 하세미 준야가 불을 붙였지만 실제로 그 불길을 키운 것은 정말 여러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을 우타노 쇼고는 마지막까지 신랄하게 묘사한다.

 

 

350페이지 남짓의 많지 않은 분량이고, 전개가 스피드해서 정말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간다. 다만 아무래도 [디렉터스 컷]의 소재나 내용의 특성상 다소 산만한 구성은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묵직하게 세태를 비판하거나 깊이있게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과 사회적 문제의 균형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는 역시 우타노 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과 [밀실살인게임] 이후 우타노 쇼고의 대표작을 떠올리면 다소 아쉬운 느낌이었는데, [디렉터스 컷]을 시작으로 꾸준히 좋은 책이 많이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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