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에 빠진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소설 [퍼펙트 데이즈]. 표지의 붉은 트렁크가 안 그래도 섬뜩한데 자세히 보면 트렁크에서 살짝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보인다. 표지의 그림처럼 이 소설은 주인공인 '테우'가 자신이 사랑에 빠진 여성 '클라리시'를 납치해 트렁크에 넣은 채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이다.

 

의대생인 테우는 주변과의 교류도 없이 자신이 해부하는 시신에게 '게르트루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의 유일한 벗이라고 말하는 등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주인공이다.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클라리시에게 첫눈에 반해서 한동안 그녀의 스토커 노릇을 하며 그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기회를 노려 그녀를 납치하게 된다. 클라리시가 원래 '퍼펙트 데이즈'라는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려던 것을 이용해 그녀의 여행에 강제로 동행하게 된 테우. 그들의 위험천만 아슬아슬한 여행의 결말은 무엇일까?

 

보통 이런 스토리라면 주인공은 납치당한 여자친구를 찾아 헤매이는 지고지순한 남자친구라거나, 혹은 잔악무도한 납치범을 끝까지 추격하는 열혈형사라거나, 그도 아니면 최소한 납치당해서 여러 모로 위기에 처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탈출을 감행하는 피해 여성이 보통인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는 어디까지나 납치범인 '테우'이다. 이 설정이 참 끔찍한 것이 어느모로 보나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지만 테우가 자신의 행동을 두사람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정당한 행동 혹은 그녀를 위한 자신의 헌신 정도로 생각하고 있음을 그의 생각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여성을 무참히 짓밟는 납치라는 행위조차 테우에게는 로맨틱한 그들만의 사랑 여행일 뿐이며 아직은 그녀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그들은 지금 행복하고, 혹시라도 조금 힘든 시간이 있더라도 이는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한 두 사람의 노력일 뿐이다. 차라리 피해자가 서술자라서 가해자에 대한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뇌까리더라도 이보다는 덜 끔찍할 것 같다. 사이코패스를 화자로 설정하고 그가 이 납치여행을 로맨틱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소설은 소설이 가지는 비극을 훨씬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남자가 부끄러워지면,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흠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면,

사실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어.

자살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다리에 장애를 얻어 휠체어 생활을 하신다. 일상의 많은 부분을 그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그런 것들을 제쳐놓고 생각하더라도 그는 사회적으로 평범하게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라고 써놓고 생각하면 테우가 가진 비틀림에 조금이나마 이해와 동정을 할 수도 있을까? 그렇지만 소설에서는 테우가 이러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일말의 동정심조차 끼어들 틈이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은 '아니 뭐 이런 X...가...' 하는 등의 격한 감정이었다. 소설의 소개에서 '이 여자, 절대 만만한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서술하고 있지만 클라리시는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도 가지고 있고 시시때때로 탈출 혹은 전세역전을 노리기는 하지만 테우에 비하면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절대적 약자의 입장에 있는 피해자이다. 단지 사이코패스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겪는 끔찍한 일들을 생각하면 사실 소설의 저 소개 문구는 그녀의 고통을 너무 도외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의 화자가 테우이기 때문에 일견 로맨틱하게 서술되는 부분이 있을 뿐 이 소설은 절대 로맨스소설이라고 할 수가 없다. 나는 저자가 테우를 화자로 함으로써 노린 효과가 이 소설의 끔찍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극대화하는 데에 있었다고 본다.

 

[퍼펙트 데이즈]라는 제목은 마치 "운수좋은 날"과 같다. 그들이 함께 한 나날은 단 한 순간도 퍼펙트 한 적이 없었으니까. 테우가 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란 이름의 끔찍한 집착이다.

 

소설 자체는 가독성도 높고 쉴새없이 몰아치는 사건과 긴박한 상황으로 긴장감을 한 순간도 놓을 수 없어서 스릴러적인 측면에서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결말이 너무 예상과 달라서 -라기 보다는 설마 이런 쪽으로 갈까 싶었달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결말까지 거의 손에서 놓지 못하고 몰입해서 읽었다. 낯선 브라질의 소설이라 어떤 느낌일까 싶었는데 내가 아는 어떤 소설과도 다른 아주 색다른 느낌, 그리고 오래도록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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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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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썸씽 인 더 워터]의 시작은 내가 여태껏 읽은 그 어느 책의 첫 줄보다도 강력하게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냐며 도발적으로 시작하는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인공 에린이 실제로 열심히 땅을 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남편의 시신을 묻기 위해서. 소설은 시간을 돌려 3개월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에린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에린과 은행가 마크는 누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커플로 결혼을 앞두고 있는 행복의 절정의 상황이다. 그러나 그 때 하필 마크가 실직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의 균열이 생기지만 이내 서로를 이해하며 행복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이빙을 하던 중 둘은 물 속에 추락한 비행기와 그 속의 시체들, 그리고 거액의 돈과 많은 양의 다이아몬드, 권총, 아이폰을 발견한다. 공포도 잠시, 수많은 돈 앞에서 그들은 이내 결심을 하게 된다. 이 돈을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차지하기로.

"우리는 함께 있지만, 각자의 생각과 함께,

그리고 서로의 존재와 함께 혼자이기도 하다."

[썸씽 인 더 워터]는 시작부터 시체를 묻기 위한 무덤을 파는 장면을 보며줌으로써 자칫 늘어지기 쉬운 초반 도입부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간다. 또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이해심 깊고 당연히 사랑받는 인물인 '마크'가 갑작스레 직장을 잃은 후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모습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독선적이고, 이기적이고,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을 보며 이 커플의 신혼여행이 마냥 행복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 속에서 주인을 잃은 거액의 돈을 발견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은 것 같아도 실제로는 '1. 갖는다. / 2. 갖지 않는다.'의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마크가 직장을 잃지 않았다면 그들은 2번을 선택했을 수도 있겠지만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차지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것은 권총과 함께 있었다는 것만 떠올려봐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선택지였다. 그들은 이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거액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읽는 내내 답답한 것이 '에린'은 정말로 헛똑똑이 같은 느낌이었다. 마크에 대한 사랑 하나로 그가 신혼여행을 말도 없이 2/3로 줄여도, 결혼식장을 싼 곳으로 바꾸자고 해도, 정 안 되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살자고 해도, 하다하다 돈과 관련된 위험한 다리는 늘 에린에게 건너도록 하고 자신은 안전한 다리 바깥쪽에 서 있어도 약간의 불만과 불안감을 가질 뿐 결국은 마크가 하자는 대로 따르게 된다. 똑부러지고, 범죄자들과의 인터뷰 앞에서도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던 에린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괴리감이 있다. 그렇지만 마크가 초반에 해고로 인해 급작스럽게 성격이 변하고 그것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지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조절했다면 에린은 서서히 조금씩 자신의 주변 인물들 - 마크 및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위해 인터뷰하는 세 명의 수감자들- 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게 되는데 그 변화가 아슬아슬해서 조마조마한 한편 조금은 통쾌한 느낌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표지를 바라보니 "썸씽 인 더 워터"는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 멋진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행복한 커플이었던 에린과 마크를 불과 3개월의 시간 만에 책의 시작과 같은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 속에 있던 '그것'은 돈이기도 하고, 다이아몬드이기도 하고, 판도라의 상자이기도 하고, 욕망이자 의심암귀이기도 했다. 결말을 알고 보면 맥이 빠질 것만 같았지만 어떻게 이런 결말이 나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읽으니 초반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 훨씬 스릴있었다. 나는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썸씽'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평범한 사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을 하는 모습을 보니 스릴과 함께 오소소하게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썸씽 인 더 워터]는 더운 여름에 서늘함을 안겨준 만족으러운 '썸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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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기념 핀버튼 자수 럭키백 (중고매장 할인멤버십용) - 빨강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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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럭키백이 없으면 아쉬워서 사긴 했는데 금액이 많이 아쉽네요. 금액이 줄었으면 눈에 띄게 그만큼 다른 혜택이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적용 대상 상품이 줄어들면서 여러모로 안 좋게 변한 것 같아요. 15% -> 20% 상향은 어차피 럭키백 할인금액을 소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삼모사니 많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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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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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날개가 없어도]의 주인공 '이치노세 사라'는 기업 실업팀 소속의 200미터 육상선수로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맹연습을 하고 있던 중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사라를 절망에 빠지게 한 이 사건의 가해자는 하필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옆집에 살고 있는 '사가라 다이스케'였다. 다이스케의 엄마 '지즈루'는 아들을 위해 비싸지만 그만큼 승률이 높은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을 선임하지만 사라가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다이스케는 갑작스레 자신의 방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형사 이누카이가 담당하게 되고 당연히 사라와 그녀의 가족은 용의자 명단 가장 위쪽에 자리하게 된다. 자신의 사고를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으로 혼란한 와중에도 사라는 '의족'을 착용한 채 다시 육상에 도전한다.

[날개가 없어도]는 그동안 시리즈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와타세 경부 시리즈- 로 익숙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중 '스탠드 얼론'으로 보였지만 의외로 익숙한 두 인물이 등장하며 스핀오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사실 그동안 읽은 작가의 책들을 돌이켜 생각하면 이 작가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어서 한동안 연달아 그의 작품을 읽자 지겨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분명 각기 다른 사건인데 워낙 흐름이 똑같으니 그냥 한 작품이라고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날개가 없어도]는 여러 모로 굉장히 다른 작품이었다.

일단 연쇄살인이 아닌 단 한 건의 살인사건이기 때문에 단서도 적고, 사건을 해결하기까지의 과정이 소설 속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누가, 왜 어떻게 다이스케를 죽였는가' 하는 부분보다는 한쪽다리를 잃은 러너 사라가 어떻게 다시 재기하는지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미코시바 레이지와 이누카이의 불꽃 튀는 대결을 기대했지만 실제로 이 둘은 책 속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실제로 대결 자체도 많지 않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적인 부분이 상당히 -표현하기 좀 그렇지만- 빈약하기 때문이다.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나 추측이 가능하고 실제로 결말도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동안 마지막의 반전!을 주된 매력으로 삼았던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치고는 미스터리적인 부분은 밋밋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초점을 '사라'에 놓고 본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사라는 촉망받는 러너에서 한순간에 장애인이 되었다. 그녀가 장애인이 됨으로써 겪는 심적인 고통은 책 속에서 정말 절절하게 묘사된다.

"(사라를 목욕시켜 주면서) 정말 미안하다."

등 뒤에서 엄마가 계속 사과를 한다. 왜 엄마가 사과해야 하는 걸까. 나도 엄마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절단해야 한다고 했을 때, 엄마가 반대할 걸 그랬어. 절단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없는지 더 물고 늘어질 걸 그랬어."

가해자도 가해자의 가족도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라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과를 건넨 사람은 다름아닌 엄마였다. 진짜 엄마의 입장이면 가슴이 찢어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빠는 사라가 버리라고 한 상장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방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는 듯 하다. 가족들 모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데 가해자는 사과하지 않고, 보상금을 주는 대신 고가의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그 상황에 절망하는 사라는 그래서는 안되는 줄 알면서 마음의 칼날을 결국 가족에게 겨누고, 양날의 검은 결국 사라까지 상처입힌다. 읽는 것만으로도 사라와 가족들의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사라는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일어서게 된다. 예전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꿈꾸며 열심히 달렸던 것처럼 패럴림픽을 꿈꾸며 다시 달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쉽지는 않지만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고 어렵게 어렵게 기록을 단축해가며 패럴림픽 참가 조건인 표준기록 A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나간다. 약간의 미스터리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스포츠 근성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우리가 평소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의족이라든지, 패럴림픽이라든지, 그런 만큼 관객도 없고 후원하는 기업도 거의 없는 장애인 경기의 현실과 그 속에서 좌절하고 또 다시 일어서는 사라의 모습에 어느새 감정을 있는대로 몰입해가며 책을 읽게 되었다. 길지 않은 한 권의 책에 이만큼의 내용을 사건과 잘 버무려 담을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사라'에 포커스를 두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모난 곳 없이 정말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날개가 없어도]가 그동안의 나카야마 시치리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잘 모르고, 관심조차 없었던 장애인에 대해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신선했고 조금은 자신을 반성하며 돌아보기도 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겉표지를 벗겨 내고 자주색 속 표지를 한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사라의 다리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미스터리적인 부분이 없어도 -실제로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만큼 매력적인 책을 쓸 수 있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저력을 살짝 엿본 느낌이라 이후에 또 만나게 될 작가의 작품을 또 한 번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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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 - 예·적금, 펀드, 주식, 부동산, P2P, 앱테크까지 꼼꼼하게 모으고 안전하게 불리는 비법 152 길벗 상식 사전
우용표 지음 / 길벗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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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테크라,, 일단 단어만 봤을 때 이 단어가 낯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직장인, 월급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차피 버는 돈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왕이면 좀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은행 금리를 보면 재작년에도 최저라고 하고 작년에도 최저라고 하더니 올해도 최저라고 한다. 더 내려갈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매년 최저라고 하면 어쩌라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물가상승률을 보면 이미 마이너스 금리인 것 같다. 그렇다고 주식이나 펀드를 하자니 주변에 이걸로 돈을 까먹은 사람은 있어도 벌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부동산 투자는 돈 많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 내 몸 하나 뉘일 곳도 없는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다.

 

아마도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주식이며 펀드며 이것저것 배워보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시간도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볼 수 있는 사전같은 재테크 서적이 출간되었다. 길벗에서 출간한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이다.

 

'사전'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책답게 6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이 묵직하고, 목차만 봐도 100 챕터가 넘는다. 책 마지막의 인덱스만 해도 다섯 페이지이다.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시간이 한정적인 직장인이 그 때 그 때 필요한 부분을 발췌독 할 수 있게 저자가 많은 배려를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또 왜 굳이 '월급쟁이'를 대상으로 한 재테크 책을 썼는지, 월급쟁이가 사업자에 비해 재테크를 하기에 어떤 부분이 더 유리한지도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직장인 맞춤 재테크 도서라고 할 수 있다.

 

챕터는 100개가 넘지만 중구난방 구성은 아니고, 총 9개의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본격적으로 재테크에 입문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준비사항을 알려주는 준비마당으로 시작해서 '종잣돈 만들기', '은행', '펀드', '부동산', '연말정산', '보험', '주식', '이색 재테크'까지 직장인이 궁금해하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봐도 되지만 일단은 전반적으로 훑어보면서 나한테 필요한 부분은 좀 더 정독하는 방식으로 책을 완독해보았다. 나는 아무래도 '하이리스크는 하이리턴'이라는 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펀드나 주식보다는 준비, 종잣돈 만들기, 은행, 보험, 이색 재테크에 중심을 두고 읽었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펀드는 이렇고 주식은 이렇고,,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수많은 용어들 중 일부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수확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초반 종잣돈 만들기 부분을 보면 연봉이 1,800만원부터 억대 연봉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종잣돈을 모으고 혹은 투자를 하면 좋은지 조언을 해주고, 연령대별로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좋은지 설명해주고 있다. 내 연봉이 너무 적다고 쓰기에만 급급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종잣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안을 설명하고 있어서 공감이 갔다. 종잣돈이 꼭 투자를 위한 돈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향후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든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든 목돈은 반드시 필요하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생각하면서 보면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재테크 책들은 여러 권 읽어봤지만 무작정 투자를 권한다든지 소액의 종잣돈으로 수십 채의 집을 샀다든지 하는 믿기 어려운 책만 아니면 담고 있는 내용에 매우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다만 담고 있는 내용을 독자로 하여금 어떻게 이해하게 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게 하는지 그 과정이 얼마만큼 수월한지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도 독자가 흥미를 가지고 읽지 않는다면 결국 또 책장 한 켠을 차지하는 장식품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재테크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렵지만 꼭 필요한 내용을 어떻게 하면 독자로하여금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할까,,라는 고민을 작가님이 많이 하신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고 예를 자주 들고 그 중간중간 위트 있는 멘트까지 곁들이면서 지루하지 않고 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중간중간 참고하면 좋을 상식들은 위에 사진의 '토막상식'처럼 짧게 곁들이기도 하고, 아래 사진의 '재테크 비밀과외'처럼 몇 페이지를 할애해서 좀 더 자세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재테크 비밀과외'는 내가 가장 즐겨읽은 부분인데 -원래 이렇게 별도로 구성된 페이지가 재미있는 법이다- 특히 전셋집 체크리스트는 내가 방을 구할 때 작성했던 체크리스트를 떠올리며 읽으니 비슷한 부분도 있고 새로운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흔히 생각하기 어려운 '빨래 건조할 곳'이라든지 '집주인 인상'이라든지 하는 부분은 소소하면서도 여러 모로 고민한 흔적이 보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그렇지만 실제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유용했던 것이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해독법'인데 사실 전 직장에서 내가 직원들 연말정산을 담당했다보니 이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매년 만나면서도 매년 새로운 녀석이다. 대부분은 프로그램이 해주지만 수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내가 어떻게 입력하는지에 따라 직원들의 연말정산 금액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머리를 싸매고 매달려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직원들이 뭔가 물어볼 때면 정말,,ㅠ_ㅠ- 이렇게 한 눈에 정리하니 속이 다 시원했다.(그리고 지금은 그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르르,,,ㅠ_ㅠ)

"연말정산 시기가 오면 반드시 기억해둘 것이 있다. 세금과 관련해서 당신의 회사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당신의 월급을 신고하고, 당신의 월급을 원천징수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회사에서 연말정산과 관련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당신이 모은 영수증을 정리해 국가에 제출하는 것뿐이다."

 

 

이 말이 정말 진리이다. 회사는 직원이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더 내든 덜 내든 사실 관심이 없다.(담당직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연말정산 세액에는 관심이 있지만 다른 직원의 세액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결국은 본인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데 회사에서 달라고 하는 자료만 주면 되겠거니,, 하고 나중에 물어낸다고 직원 탓하지 말자,,는 내 경험에서 우러난 하소연이었다.

 

 

 

주식과 펀드는 당장 시작할 생각이 없어서 가볍게 읽었는데 가장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투자기관에 비해 개미(개인)가 주식 투자로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 정말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대학생 때 경영학을 전공해서 교수님께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개미들은 오를 대로 올라서 남들이 팔려고 할 때 사고, 지금 팔면 크게 손해보겠구나 싶을 만큼 떨어진 시점에 지금 남은 원금이라도 지켜야 한다며 판다고 했다. 그 때 어느 학생이 교수님께 '그럼 지금은 어떤 주식을 사면 이익이 날까요? 라고 묻자 교수님께서 '내가 수십년째 그런 공부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이 책에서는 무모하게 투자하는 것을 권하고 있지 않는다.(그래서 주식을 최대한 뒤에 배치한 것 같다) 다른 책에 비해 주식의 리스크에 대해 가감없이 설명하고 있고 주식은 어디까지나 부업으로 할 것을 권하고 있으니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며 천천히 투자에 대해 배워나가면 좋을 것 같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 여러모로 -괜히- 내용이 길어졌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준비마당 - 첫째마당(종잣돈) - 둘째마당(은행)까지는 누구에게나 당장 필요한 내용이니 되도록 읽도록 하고, 이후로는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차례나 인덱스를 활용해 발췌독 해도 무방하다.

2. 주식, 펀드, 부동산과 같은 투자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당연히) 이 책만 읽는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시작하자. 심지어 책에서는 개인 투자자를 '호구'라고 말하기도 한다.(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3. 평소에 알아두면 더 좋겠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다섯째마당(연말정산)을 꼭 읽어보자. 너무 회사와 담당직원을 믿지 말자.

 

딱딱하고 재미없는 재테크 책 대신 방대한 내용임에도 가볍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쓰여진 책이라 며칠 동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에서 배운 지식들을 잘 갈무리 하고, 추후에 필요한 부분들은 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늘 책꽂이에 두고 읽을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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