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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ㅣ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썸씽 인 더 워터]의 시작은 내가 여태껏 읽은 그 어느 책의 첫 줄보다도 강력하게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냐며 도발적으로 시작하는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인공 에린이 실제로 열심히 땅을 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남편의 시신을 묻기 위해서. 소설은 시간을 돌려 3개월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에린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에린과 은행가 마크는 누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커플로 결혼을 앞두고 있는 행복의 절정의 상황이다. 그러나 그 때 하필 마크가 실직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의 균열이 생기지만 이내 서로를 이해하며 행복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이빙을 하던 중 둘은 물 속에 추락한 비행기와 그 속의 시체들, 그리고 거액의 돈과 많은 양의 다이아몬드, 권총, 아이폰을 발견한다. 공포도 잠시, 수많은 돈 앞에서 그들은 이내 결심을 하게 된다. 이 돈을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차지하기로.
"우리는 함께 있지만, 각자의 생각과 함께,
그리고 서로의 존재와 함께 혼자이기도 하다."
[썸씽 인 더 워터]는 시작부터 시체를 묻기 위한 무덤을 파는 장면을 보며줌으로써 자칫 늘어지기 쉬운 초반 도입부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간다. 또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이해심 깊고 당연히 사랑받는 인물인 '마크'가 갑작스레 직장을 잃은 후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모습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독선적이고, 이기적이고,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을 보며 이 커플의 신혼여행이 마냥 행복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 속에서 주인을 잃은 거액의 돈을 발견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은 것 같아도 실제로는 '1. 갖는다. / 2. 갖지 않는다.'의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마크가 직장을 잃지 않았다면 그들은 2번을 선택했을 수도 있겠지만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차지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것은 권총과 함께 있었다는 것만 떠올려봐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선택지였다. 그들은 이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거액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읽는 내내 답답한 것이 '에린'은 정말로 헛똑똑이 같은 느낌이었다. 마크에 대한 사랑 하나로 그가 신혼여행을 말도 없이 2/3로 줄여도, 결혼식장을 싼 곳으로 바꾸자고 해도, 정 안 되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살자고 해도, 하다하다 돈과 관련된 위험한 다리는 늘 에린에게 건너도록 하고 자신은 안전한 다리 바깥쪽에 서 있어도 약간의 불만과 불안감을 가질 뿐 결국은 마크가 하자는 대로 따르게 된다. 똑부러지고, 범죄자들과의 인터뷰 앞에서도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던 에린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괴리감이 있다. 그렇지만 마크가 초반에 해고로 인해 급작스럽게 성격이 변하고 그것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지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조절했다면 에린은 서서히 조금씩 자신의 주변 인물들 - 마크 및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위해 인터뷰하는 세 명의 수감자들- 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게 되는데 그 변화가 아슬아슬해서 조마조마한 한편 조금은 통쾌한 느낌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표지를 바라보니 "썸씽 인 더 워터"는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 멋진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행복한 커플이었던 에린과 마크를 불과 3개월의 시간 만에 책의 시작과 같은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 속에 있던 '그것'은 돈이기도 하고, 다이아몬드이기도 하고, 판도라의 상자이기도 하고, 욕망이자 의심암귀이기도 했다. 결말을 알고 보면 맥이 빠질 것만 같았지만 어떻게 이런 결말이 나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읽으니 초반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 훨씬 스릴있었다. 나는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썸씽'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평범한 사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을 하는 모습을 보니 스릴과 함께 오소소하게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썸씽 인 더 워터]는 더운 여름에 서늘함을 안겨준 만족으러운 '썸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