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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는 소녀들
스테이시 윌링햄 지음, 허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11월
평점 :
20년 전, 열두 살의 '클로이'가 살았던 마을에서는 소녀들이 연쇄적으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최종적으로는 여섯 명, 끝내 돌아오지 않은 소녀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것은 클로이의 아버지였다.
현재, 서른두 살의 클로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또다시 소녀들이 실종된다. 아버지가 저지른 사건을 연상시키지만, 클로이의 아버지는 범행을 저지를 수 없는 곳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 사건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클로이의 주변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현재의 사건은 20년 전의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괴물은 나무 사이의 그림자도 아니고
어둑한 구석에 숨어서 기다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니, 진짜 괴물은 빤히 보이는 곳에서 움직인다.
몇몇 리뷰에서 밝힌 것처럼 영미 스릴러의 장황한 심리 묘사를 지루해 해서 자주 읽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는 시놉시스가 너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20년 전의 연쇄 실종사건의 범인은 클로이의 아버지였는데, 현재 클로이의 주변에서는 또다시 연쇄 실종사건이 벌어진다. 2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사이에 두고, 하필 그녀 주변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가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다행히 [깜빡이는 소녀들]은 심리 묘사보다는 사실 위주의 묘사에 중점을 둔 소설이었고, 무려 500페이지의 볼륨에 과거와 현재가 교차적으로 전개되지만 늘어지지 않고 꽤 스피드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뒤집히며 이후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주 소소한 에피소드 속에 숨어있던 복선이 적재적소에서 회수되었을 때는 짜릿했고, 채 열 장도 되지 않는 한 챕터에서만 몇 번이나 소름이 돋기도 했다. 결국 이 책의 결말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집.
집은 곧 무사함과 안전이다.
하지만 집에서 무사하지 않다면? 안전하지 않다면?
당신의 집에서 그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며 어떨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렬한 초반, 예측을 불허하는 중반,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후반. 소설적인 재미로만 놓고 보면 데뷔작이라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만 '그' 전개에서 '그' 결말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과정이 아주 개연성 있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었다. 그래도 과정과 결말이 언페어 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고, 정해진 수순대로 결말이 지어졌다면 이만큼 흥미롭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무엇보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주인공 클로이가 느끼는 스릴은 고스란히 독자에게도 전해졌다. 현실 속 누군가에 대한 공포와 어둠 속에 숨어서 지켜보는 듯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가 적당히 균형을 이루며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일부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행동에도 어느 정도 '이유'가 되어주었다. 어느 시점 이후로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페이지터너였고, 작가의 의도도 꽤 뚜렷하게 드러나는 소설이었다. 무엇을 예측하든 그 이상!이 아니라 아예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소설이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