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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ㅣ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3
더글라스 케네디.조안 스파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3월
평점 :
말은 할 수 없지만 태블릿에 글을 쓰는 걸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아이 '오로르'. 새로운 가정교사 '다이안' 선생님과 함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 오로르는 그곳에서 사귄 친구 '바비'가 위험에 처하자 그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되는데...
어쩌면 앞서 짧게 적은 줄거리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열한 살에 불과한 오로르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연설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그녀가 요청받은 연설은 '자폐 아동으로 자라면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이야기'이다. 오로르 스스로는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나 역시 줄거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폐 스펙트럼 안에 속해있고, 이번에 새롭게 그녀의 가정교사가 된 다이안 역시 그렇다. 자폐를 가진 두 사람이 컬럼비아 대학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건이 이번 책의 주요 골자이다. 자신의 목소리 그 자체인 태블릿까지 잃어버리는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새롭게 사귄 친구를 돕기 위해 애쓰는 오로르의 모습이 제법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아들이 자폐 스펙트럼 안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단순히 '자폐를 가진 소녀'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써낸 책..이라고 하기에 이 책은 마냥 가볍지 않다.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게 된 오로르는 공항 검색대에서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태블릿을 손에서 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비행기 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다행히 태블릿은 가지고 있을 수 있게 되지만, 그런 그녀를 보는 어린 아이가 마치 그녀만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자폐 스펙트럼 안에 있는 사람이 겪는 갖가지 어려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가 겪는 어려움 뿐만 아니라 그녀를 처음 접하는 기사가 속으로 생각한, '너무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이면 안 돼. 그리고 너무 동정하는 태도도 보이면 안 돼. 그런 건 쟤가 싫어할 거야. 오로르한테는 저게 정상이야.'에서 조금 다른 사람을 접하는 것 역시 고민스럽고 쉽지 않음을 솔직하면서도 사려 깊게 이야기 하고 있다. 다름이 이상한 게 아니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심스러운 것, 그 조심스러움 마저도 상대에게 상처가 될까 염려되는 마음을 작가 스스로도 느끼고, 더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게 조금 동화의 형태를 빌린 오로르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신을 믿어야 해. 닥쳐오는 어려움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믿는 것뿐이야."
리뷰는 조금 무거워진 감이 있지만,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는 한 편의 동화처럼 읽기 쉽고, 중간중간 귀여운 삽화와 함께 즐길 수 있고, '그래서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것처럼 웃으며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이 읽을 때와 성인이 읽을 때 느낌이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아이들은 마치 특수능력을 가진 어린 히어로가 악을 무찌르는 스펙타클한 모험을 즐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이 읽으면 그 속에 숨은 여러 가지 의미가 꽤 크게 다가올 것 같다. 전작보다 읽기에도 흥미진진해졌고, 더 깊은 마음이 와닿는 책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뭔가 표현이라든지, 생각이라든지, 감성 같은 게 나와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결국 보편적인 것은 다르지 않아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그리고 감성이 메말라 가는 어른이(?)가 읽어도 참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