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행복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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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른들을 위한 철학 동화" 시리즈 중 국내에 2017년에 출간되었던 [고슴도치의 소원]의 후속작 [고슴도치의 행복]이 '아르테'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고슴도치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외에도 다람쥐, 코끼리, 귀뚜라미 등을 주인공으로 한 책도 같은 '아르테'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기존 책들을 읽었다면 반가울 만한 요소들이 [고슴도치의 행복]에 있고, 당연히 읽지 않았어도, 심지어 전작인 [고슴도치의 소원]을 읽지 않았어도 이 책을 읽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볼륨에 에피소드만 무려 61개! 한 에피소드가 짧으면 한 장, 길어도 두 장 정도? 귀욤귀욤한 일러스트도 그렇고, '고슴도치의 행복'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짤막한 에피소드도 그렇고.. 한동안 유행했던 힐링 에세이를 귀여운 동물을 의인화해서 쓴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나는 앞쪽 몇 편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인 고슴도치는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다. 무엇보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가시에 대한 불만도 많다. 고민은 많지만 쉽게 해소되지 않고,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잘 되지는 않는다. 가시에 대한 불만이 많아서 때로는 가시를 없애고 싶어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초반에는 고민 많고, 생각 많고, 불만 많더라도 에피소드를 거듭하다 보면 점점 힐링의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찌 보면 한 권 내내 고슴도치의 생각과 행동은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그런 고슴도치에게 조금씩 익숙해지며 고슴도치를 받아들이게 되는 느낌? 그런데 그게 그냥 내 이야기 같았다. 내가 가진 고민이나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하나가 해결되어도 금방 또 다른 고민이나 걱정이 찾아온다. 거듭한다고 더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참 쉽지 않다. 흔히 말하는 '지나면 다 잘 되리라..'는 어쩌면 마음 편한 판타지 같은 느낌이라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그냥 고슴도치를 고슴도치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마냥 쉽지는 않지만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고슴도치를 받아들이며, 그냥 그 자체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아, 나도 그냥 그 자체로도 괜찮구나.. 싶었다. 그야말로 "고슴도치, 그게 나구나.." 싶었다.


왜 동물들은 나무들과 꽃들처럼 매년 봄에 개화하고 여름 내내 피어 있다가 가을에 시들고 다시 다음 봄에 개화하지 않는 걸까? 라고 고슴도치는 생각했다. 그럼 정말 멋질 텐데? 활짝 핀 곰, 꽃봉오리가 핀 코끼리, 싹트는 하마......


이 시리즈에는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처음에는 '철학...?'하는 의문이 있었다. 고슴도치가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철학이라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하다. 이 책은 술술 읽으려고 하면 그냥 동화처럼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다. 물론 내용 자체가 마냥 밝거나 가벼운 건 아니지만,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고슴도치가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다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금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든지, '지금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때, 해당 에피소드를 읽고 또 읽으면 '어...?' 하고 느껴지는 게 있다. 뭐랄까, 단순히 text뿐만 아니라 context가 보다 깊이 와닿는 느낌이랄까? 문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문장에 담긴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분명 이 책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제목은 [고슴도치의 행복]이지만, 이 책 속에 행복이 담겨 있던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보면 '행복이 뭐 별건가..' 싶기도 하다. 그냥 하루하루를 어찌어찌 살아가고, 때로는 다른 내가 되는 걸 상상하기도 하고, 가끔 너무 화가 나면 '분노!!!!' 하고 소리 지르기도 하고.. 결국 그게 나라는 걸 받아들이는 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이렇게 하면 행복해질 거야!라고 말해주는 대신 어쩌면 그 끝에는 행복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고슴도치의 행복]은 쉬운 것 같으면서 어렵고, 날카로운 것 같으면서 폭신하고, 안 괜찮지만 또 괜찮을 것 같은 게, 그냥 나 같은 책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누구에게나 '나 같은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어쩌면 내일 나는 나와 장소를 바꾸고 싶어 하는 매머드를 만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멸종하고 매머드가 내 집에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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