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소녀 사이드미러 3
소향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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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내 딸 대신 수능을 쳐서 서울대에 합격하면 10억을 줄게"



수능날 아침,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지며 '영리'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아버지가 운전기사로 일하던 식품 회사 회장 '나희'는 그녀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내 딸 대신 1년 동안 학교에 다니고, 수능을 쳐서 서울대에 합격하면 10억을 줄게."


말도 안 되는 제안이지만 나희의 딸 '초롬'은 영리와 쌍둥이처럼 닮았고,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나희의 제안을 받아들인 영리였지만...



"PTSD 오는 스릴(?)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소설"



대기업 회장이 찾아와 '이러이러하면 거액을 주지!' 하는 제안을 한다면 어떨까? 나라면 일단 거액을 어디에 쓸지 즐거운 상상부터 할지도 모르겠다.(철이 없다..) 그런데 그 제안이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놓을 수도 있는 일종의 '범죄'라면 어떨까.(금액에 따라 다를 지도..) 아마 좀 더 고민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제안이 표면적으로는 제안이지만, 내 입장과 상황상,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그러니까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면.. 눈 딱 감고 '어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 게 [모방소녀]의 주인공인 영리이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있고, 당장 전셋집은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서울대 입학이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사고로 수능을 보지 못하게 되며 인생은 본의 아니게 철로를 벗어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차피 벗어난 거, 크게 벗어나더라도 다시 철로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심지어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그 사람과 내가 얼굴도 키도 거의 쌍둥이처럼 비슷하다면..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외관상 비슷하더라도, 1년 동안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꽤나 폐쇄적인 집단인 학교에서,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마주해야 하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이미 한참을 함께 보낸 친구들을 완벽하게 속이는 게 가능할 리 없다. 영리는 초롬으로 살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허점이 차츰 드러나며 위기에 처한다. 언제 들통날지 모를 살얼음판 같은 영리의 하루하루가 그 어느 스릴러 소설보다 긴장감 있고 스릴 넘쳤다. 마치 내가 영리가 된 듯한 느낌으로, '제발 수능날까지만..' 하고 바라기도 하고, 챕터가 거듭될수록 '혹시라도 들키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300페이지 남짓한 볼륨 동안 영리는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독자도 마찬가지였다.


[모방소녀]의 매력은 아슬아슬함이다. 일단 설정 자체는 어디까지나 소설이라서 가능한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연히 대기업 회장 딸과 회장의 운전기사 딸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래서 운전기사의 딸에게 자신의 딸 대역으로 1년 동안 살 것을 제안한다? 두 사람의 외모가 똑 닮은 건 그렇다 쳐도, 그렇게까지 해서 서울대에 보내는 메리트가 과연 리스크보다 클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왜 나희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딸을 서울대에 보내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고, 말이 안 되는 설정보다는 그 상황에 처해진 영리 혹은 초롬의 생각과 행동에 집중해서 읽게 된다.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 위에 쌓아 올린 스토리지만,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그 나이대라서, 혹은 그 상황이라서 할 수 있는 거라고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여기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위협'과 그 이면에 자리 잡은 '현실'을 생각하면 한층 더 몰입이 된다. 무엇보다 누구나 한 번쯤을 해봤을 상상에 대부분은 겪어봤을 '수능'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PTSD 오는 스릴(?)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닐지..



"한국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소설..?"



[모방소녀]는 뭐랄까.. 한국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소설..처럼 느껴진다. 어느 소설이나 그렇겠지만, 특히 이 책은 한국인이라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모성애도, 대학교 간판에 대한 집착도, 학창 시절을 즐기는 학생들의 마음가짐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으로 보이는  건가.. 싶기도 하다. 다소 극단적인 부분이 없지 않고, 특히 후반부의 전개는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 올린 상황 및 감정선에 비해 다소 급하게 느껴져서 아쉽긴 하지만 어느 정도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구성, 슬며시 자리 잡아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스터리적인 요소 등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은 소설이었다. 하루빨리 출간되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모두가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며 :)



삶에 무게가 있다면 얼마일까, 아마도 다 가지고 태어난 저 애에겐 깃털 같겠지,


추락하며 영리는 알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란 당연한 일이 아닌 축복이고 축복에는 저마다 가격표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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